V원정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봄맞이 꽃단장’

“자.함.편.차, 도.개.절.포, 사.사.또.사!”

암호가 아니다. 1만5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대학생 봉사단체 V원정대 회원들이 외치는 구호다. “자원하고, 함께 하고, 편견과 차별을 넘고, 도전하고 개척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V원정대의 봉사 정신을 함축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어김없이 이 구호가 울려 퍼졌다. 즐겁고 재밌는 자원 봉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V원정대를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봄맞이 꽃단장 프로젝트’현장에서 만났다.
[현장 스케치] “재미없으면 절대 안 하죠” Y세대는 색다른 봉사활동을 한다
지난 5월 5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앞마당에 주황색 티셔츠 차림의 대학생 60여 명이 줄지어 들어섰다. 노란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두른 이들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V원정대입니다!” 조용하던 센터는 금세 와글와글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7개 팀으로 나누어진 봉사단은 센터 곳곳에 흩어져 리모델링 공사 일을 돕기 시작했다. 화단 조경 작업, 자재 운반 작업, 벽 보수 작업 등 손에 익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봉사라고 하면 ‘범생이’들만 하는 줄 알지만 여기 모인 친구들은 워낙 잘 놀아서 활동 자체가 재밌어요.” 이번 봉사활동의 프로젝트 매니저(PM) 박형진(숭실대 경영 3) 씨의 말이다.
[현장 스케치] “재미없으면 절대 안 하죠” Y세대는 색다른 봉사활동을 한다
자발적·자치적 봉사를 표방하는 V원정대에서는 모든 활동을 대학생 스스로가 기획하고 운영한다. 봉사활동에 플래시몹이나 공연처럼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접목해 재미를 더한 것도 특징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리모델링을 돕자는 아이디어 역시 박형진 씨와 윤준식(광운대 화공 3) 씨가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작품이다.

벽면 보수 공사가 한창이던 3층 교육실로 필리핀계 혼혈아 이지후(3) 군이 들어서자 걸레질을 하던 봉사단원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얘 눈 좀 봐, 정말 예쁘다.”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 누나들의 질문 세례에 지후가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었다. 봉사단원들도 따라 함박웃음을 지었다.

34년 된 낡은 건물에 입주해 있던 서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V원정대가 후원하는 리모델링으로 환경을 개선하게 됐다. 지후 엄마 그레이스(28)처럼 한국어 수업을 받으러 다니는 다문화가정의 주부들이 계단 천장이 낮아 고개를 숙이고 3층을 오르내려야 했던 불편이 사라졌다. 빈 공간으로 방치됐던 지하 1층도 센터를 찾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바뀌었다.
[현장 스케치] “재미없으면 절대 안 하죠” Y세대는 색다른 봉사활동을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은 리모델링 비용 전액을 가수 김장훈 씨와 네티즌이 함께 모았다는 것. “장훈이 형이 네이버 미투데이의 ‘백 원의 기적’ 프로젝트를 통해 모인 기금 2000여만 원을 들고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셨어요. 좋은 일 하고 싶은데 도와달라면서요.” V원정대가 ‘흑기사’라고 부르는 가수 김장훈 씨는 이날 현장에도 찾아와 조경 작업을 도왔다. 봉사활동이 끝난 뒤 자장면 파티를 열어 V원정대 단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V원정대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휴학을 할 정도로 자원봉사의 매력에 빠져 있다는 윤준식 씨는 “이곳에서 봉사하면서 소극적인 성격이 바뀌고 꿈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활동이 끝나도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을 겁니다. 이번 여름방학엔 전국 33개의 섬을 돌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33개 보물섬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든요.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제공 V원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