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연애 전문가인 사람은 없다. 약간의 감이 있고 없고, 테크닉이 좋고 나쁘고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누구나 말도 안 되는 연애 초보자로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싱그러운 봄의 캠퍼스에 어울리는 멋진 연애를 하고 싶지만 도저히 테크닉이 안 따라준다면 당신이 이 치명적 실수들의 주인공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라.
[LOVE] 연애 초보의 치명적 실수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씁쓸하고도 부끄러운 이야기 하나를 해야겠다. 지금 돌아보면 내게도 분명 말도 안 되는 연애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자친구와 나 사이에는 어떤 비밀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가 하면, 주말이면 당연히 여자친구인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의 머릿속을 내가 다 꿰뚫고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그렇게 힘겨운 연애를 지속하다가 문득 나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한동안 내게 잘해주던 남자친구가 “너와 사랑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야”라고 말하며 나를 떠나기 전까지는 한 번도 나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그를 떠나보내며 비로소 생각했다. 나 자신이 행복하자고, 내 욕심 차리자고 그를 얼마나 갑갑하게 했는지를. 또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말하기엔 얼마나 많이 부족한 존재인지를.

연애 초보란 단순히 ‘지금까지 사귄 사람의 수가 몇 명 이하네’ ‘몇 개월 이상 연애한 적이 몇 번 이하네’라는 산술적인 기준으로 정의할 수 없다. 지금까지 몇 명의 이성을 만나 얼마나 깊은 관계까지 갔든, 연애실용서를 얼마나 많이 읽고 머릿속으로 얼마나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쳤든 상대방을 온전히 행복한 그 어딘가로 인도할 의지도 방법도 갖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어디까지나 연애 초보자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연애 초보라는 다섯 가지 증거

1. “내가 이렇게 널 사랑하는데 왜 너는 나만큼 사랑하지 않니?”라고 묻는다

연애를 시작했을 때의 감정은 그야말로 설렘과 환상 그 자체다. 비로소 내 진가를 인정받은 것 같고, 하늘이 정해둔 소울메이트를 만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 달콤한 감정을 상대방도 무조건 동일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것은 위험하다.

사랑하는 것, 사랑받는 것 모두 긍정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내가 느끼는 만큼 상대방이 똑같이 느끼기를 바라기 시작하면 일이 곤란해진다. 상대방의 감정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고, 내 감정보다 상대방의 감정이 좀 작은 것 같다고 느껴질 때마다 원망과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돼라는 구태의연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성숙한 사랑을 하길 바란다면 내 사랑의 크기와 상대방 사랑의 크기를 비교하는 일 따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사랑을 시작한 건 그야말로 ‘내가 좋아서’가 아닌가. 상대방을 위해서 사랑을 시작한 게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너도 날 사랑해야 해”라고 말하는 것만큼 상대방을 달아나고 싶게 만드는 말은 없다.

2. 상대방의 감정과 내 감정을 분리하지 못한다

연애란 주중에 통화하다 잠들고 주말에 데이트하고, 그러다 섹스하고… 단순히 이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의 일부분을 내어주고 상대방의 일부분을 공유하고, 서로의 영역을 내어주고 공유하면서 내가 누구인지,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나일 수 있게 하는지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미성숙한 상태에 만나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겨우 이런 게 연애란 말인가’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어 가벼운 만남과 덧없는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이 많은 연인들의 모습이다. 당신이 정말 연애 초보자 단계를 벗어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나의 자아와 상대방의 자아를 필요 이상으로 결합해 생각하는 무리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이성을 많이 만나보지 않았던 여성이 이런 무리수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남자친구의 기분이 안 좋으면 자신도 안절부절못하고,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100% 헌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자기 자신의 가치마저 낮게 생각하는 식이다.

살다 보면 기분이 좋지 않고 우울한 날이 있지 않은가. 옆에 있는 연인이 당신의 기분 상태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는 감정선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피곤하고 귀찮겠는가.

가끔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동굴에 들어가 침잠하고 싶은 날이 있지 않은가. 상대방의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자신만의 독립적 영역을 지닌 사람이 돼라. 그런 이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사람일 테니까.

3. 두 사람의 감정 그래프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연애를 하다 보면 잠시 동안 연락이 끊긴다거나 몇 시간 전에 통화했을 때보다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다거나, 혹은 예전에 비해 스킨십이 뜨겁지 않다는 등의 미세한 변화를 느낄 때가 있다.

연애 초보자와 연애 고수는 이렇게 ‘뭔가 예전 같지 않은걸’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때 행동 패턴에 큰 차이가 있다. 연애 초보자들은 “연애란 처음부터 끝까지 뜨거워야 하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연애야”라고 힘주어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연애 고수들은 이미 그것이 참이 되기에는 너무 버거운 명제라는 것을 깨달은 상태다.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연애 초보자는 ‘이런 연애 따위 집어치워’라고, 연애 고수는 ‘이것도 연애의 한 국면이지’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의 감정 그래프 곡선이 때론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을 연애 고수들은 덤덤히 받아들인다.

관계에 온기를 더 불어넣기 위해 조금씩 노력은 하되, 다시 두 사람의 감정 그래프가 좋아질 때를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유지태를 덤덤히 바라보던 이영애의 눈빛, 그 안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자.

4. 데이트 도중 벌어진 상황에 대해 극단적으로 생각한다

진중하고 깊이 있는 연애를 해보지 않은 연애 초보자의 문제 중 하나는 데이트 도중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극단적인 해석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먹자고 한 메뉴를 싫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내 의견을 가볍게 생각하고 자기 멋대로일 거야”라고 짐작하거나 “데이트 전날 뭘 먹을지 물어보는 걸 보니 정말 배려심 많고 착한 사람일 게 틀림없어”라고 단순한 사실에 대해 과한 평가와 해석을 덧붙이는 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은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결론을 내리려고 애쓰지 말자. ‘아, 이 사람은 이럴 때 이렇게 말하는구나’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좋아하는구나’라고 간단한 정보는 간단히 처리하는 연습을 하자는 얘기다. 누군가 당신에 대해 해석하려고 애쓰기 시작한다면 당신도 피곤해지지 않겠나?

5. 이 연애가 끝난다면 자신의 가치도 평가절하될 거라며 절망한다

어느덧 커플 천국, 솔로 지옥이라는 말이 그저 개그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상이 됐다. 주말에 영화 ‘슈렉’을 의기양양하게 혼자 보러 영화관에 갔다가 서로 팝콘을 먹여주는 커플들 틈에서 불쌍하다는 눈빛 세례를 감당해야 했던 나 역시 그 현실을 부정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결혼한 모든 부부가 행복한 것은 절대 아니듯 연애하는 모든 커플이 행복의 표상은 절대 아니다. 혼자이든 커플이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당신이 얼마나 마음속에 큰 행복을 갖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속 썩이는 애인 때문에 밤낮으로 골머리를 앓는 친구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당신이 생각하듯 연애가 무조건 달콤하다면 아마 이 세상 모든 커플은 절대 헤어지는 법이 없어야 할 것이다.

솔로 탈출에 성공한 연애 초보자는 ‘다시는 솔로 세계로 돌아가지 않겠어’라며 솔로 시절을 무참히 평가절하하고 이번 연애를 반드시 오래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연애가 끝나도 나는 나 자체로 멋지거든’이라며 스스로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편이 훨씬 더 멋지다.

연애 초보가 데이트할 때 저지르는 실수 worst 3

‘이건 여자가 해야지’
‘남자가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우긴다

평소 꽤나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도 오랜 시간 솔로의 삶에 머물다 갑자기 커플이 되면 이런 행태를 보이곤 한다. 아마도 남녀가 짝을 이루고 있는 것 자체의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면에 자신도 모르게 집착한 탓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런 말이 꽤나 당황스러울 수 있다는 거, 잘 알겠지?

‘성공적인 데이트’에 대한 강박을 가진다

연애실용서나 잡지에 나오는 ‘세 번째 데이트까지 파악해야 할 것’ ‘그의 본심을 재빨리 알아내는 법’ 등의 내용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데이트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를 테스트하는 시간으로 변질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정말로 상대방을 시험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닌 이상, 데이트는 그냥 데이트로 즐겨라.

‘말 안 해도 알겠지’라고 생각하고 혼자 서운해한다

20년 넘게 함께 산 가족도 말 안 하면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이다. 서로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데이트를 하면서 ‘말 안 해도 알아주길’ 바라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이 아닐까. 기대를 접고 바람을 거두고, 내가 뭘 해줄 수 있고 그렇게 해도 아깝지 않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그렇다면 당신과 그 사람은 데이트조차 하지 않는 게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이 리라.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기 전에 스스로에게 꼭 한 번 물어보길. ‘난 지금 이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원하지?’
[LOVE] 연애 초보의 치명적 실수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