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 인터뷰] 누구와 봄나들이 떠나고 싶으세요?
날씨가 정말이지 따뜻해졌다. 두꺼운 코트를 벗으니 몸이 한결 가볍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몸도 마음도 두둥실 하늘을 떠다닌다. 이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얼마 전 대학 동아리 선배의 결혼식이 있었다. 대학생 독자들도 본 기자의 나이(20대 후반) 정도 되면 느낄지 모르겠지만 요즘 결혼식에 다녀오면 묘하게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나이가 돼서 그런 것인지, 단순히 봄을 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그날은 결혼식이었고 기분은 싱숭생숭했다.

‘어디 나들이라도 다녀올까’라는 생각이 들어 휴대전화 주소록을 뒤졌다. 용케 같이 다닐 만한 녀석을 찾았고 문자를 던지니 “오라버니, 저도 결혼식 와 있는데 기분이 싱숭생숭합니다”라는 답이 날아왔다.

‘옳지, 이 녀석과 놀면 되겠구나’ 싶었지만 “끝나고 약속이 있어서 같이 놀지는 못하겠네요”라는 뒤이은 말에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고 홀로 나들이를 떠났다. 작고하신 마이클 잭슨 형님의 명곡 ‘You are not alone’은 사실 거짓말이다.

그날 본 기자의 나들이 코스는 바야흐로 7년 전,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 어느 여인과 첫 데이트를 했던 장소들이었다. 인사동 어귀에서 종로까지. 신기하게 그때의 순간이 모두 기억났다.

왠지 어색해 말 한마디 못하고 잔만 들었다 놓았다 했던 카페에는 여전히 손님이 별로 없었고, 식사를 했던 2층의 인도 요리점은 그때처럼 알싸한 카레 향을 풍기고 있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라곤 나이를 좀 더 먹었다는 것과 마이클 잭슨 형님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 정도였다.

카레를 뚝딱 해치우고 아쌈차를 홀짝거리며 된장남 놀이를 하고 있자니 손이 심심해졌다. SNS에 “지금 첫사랑과 데이트했던 코스를 다시금 밟고 있다”고 보고하니 금세 댓글이 두 개나 달렸다.

반가운 마음에 ‘You are not alone’이 진짜인가 싶었지만, 확인해보니 “느끼해”와 “느끼해(2)”라는 댓글이었다. 역시 ‘You are not alone’은 거짓이었고, 본 기자의 생각은 ‘그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서 발전해 ‘그녀가 여기에 나와 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됐다.

날씨가 정말이지 따뜻해졌다. 두꺼운 코트를 벗으니 몸이 한결 가볍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몸도 마음도 두둥실 하늘을 떠다닌다. 이대로 누군가와 함께 떠나고 싶다. 오늘도 트위터 타임라인을 가득 채우는 유명인들은 누구와 함께 봄나들이를 가고 싶을까.

뭐니 뭐니 해도 역시 가족
[140자 인터뷰] 누구와 봄나들이 떠나고 싶으세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지식인 중 한 명인 조국(@patriamea) 서울대 교수가 처음으로 멘션을 날려왔다. 그가 함께 봄나들이 떠나고픈 이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 엉뚱하고 발랄한 사람, 감성이 공유되는 사람”이었다.

답변을 하고 보니 스스로도 애매했던지 “너무 추상적이네요”라며 “봄 냄새 나는 사람”으로 정정했다. 이런 질문에는 한 명 콕 집는 답이 더 재미있다. “사람으로 답변한다면 누구인지?”라는 기자의 집요한 추가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습니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정통 코미디의 계보를 잇는 개그맨 서승만(@smcomedy) 씨는 개그맨 후배들과 함께 가고 싶다고 답했다. 조 교수 인터뷰 때와 마찬가지로 한 명만 콕 집어달라고 부탁했더니 후배 개그맨 김준호 씨를 꼽았다. 이유를 묻자 “제가 좋아하는 후배이고 무지 재밌어요. 진실하고”라고 답했다.

김 씨에게 하고픈 한마디를 부탁하자 “언제나 지금처럼 변함없이”라는 답을 해왔다. 인터뷰 과정을 지켜보던 한 트위터리안이 “(개그맨) 박성호 씨는요?”라고 물어오기도 했는데 “성호 역시 무지 열심히 하는 좋은 후배입니다. 진짜루~”라며 따뜻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천정배(@jb_1000) 민주당 의원은 ‘슈퍼스타’와 함께 가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슈퍼스타는 이른바 ‘유명인’이 아닌 천 의원의 손자들이었다. 손자들의 나이는 다섯 살과 5개월. ‘슈퍼스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때다.

가족을 꼽은 사람은 천 의원 이외에도 많았다. 특히 정치인들은 100%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를 가고 싶다고 했다. 이정희(@heenews) 민주노동당 대표는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와 함께 봄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봄에 만났기 때문. 이 대표도 기자처럼 봄을 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경원(@Nakw)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기자님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며 “역시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네요”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국회에도 꽃이 예쁘게 피는데 봄나들이가 그립다”며 바쁜 스케줄을 살짝 토로하기도 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는 이형승(@hyungslee) IBK투자증권 사장의 대답 역시 나 의원와 같은 ‘자녀들’이었다. 바쁜 일정 속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것은 역시 가족인 듯하다. 이들 모두 여름이 오기 전에 가족과 함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봄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해본다.

뭐시라? 여자의 본능?

매달 트위터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답변을 예상해본다. 이번 인터뷰 때는 연예인 이름이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적었다. 후배 개그맨 김준호 씨와 봄나들이를 가고 싶다고 한 서승만 씨, ‘무한도전 팀’과 함께 가고 싶다고 한 가수 타이거 JK(본명 서정권, @DrunkenTigerJK) 씨가 전부다.

무한도전 팀 7명 중 단 한 명과 갈 수 있다고 하면 누구와 가고 싶을까? 역시 퓨처라이거로 함께 무대를 휩쓸었던 유재석 씨가 아닐까 싶다. 타이거 JK 씨는 무한도전 팀 이외에도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를 가고 싶다”는 소망을 전해왔다.

요조, 뎁, 한희정과 함께 홍대 여신 4인방 중 한 명인 가수 타루(@tarushaman) 씨는 답변 아닌 답변을 했다. 그의 대답을 그대로 옳기면 “이런 질문 왔는데… ‘젊고 건강한 남자요’ 이렇게 답하면 안 되겠죠?”

타루 씨의 멘션을 본 그의 팔로어들의 답변도 그대로 옮겨본다. “딩동댕♬ 정답입니돠^^*ㅋㅋ 타루님의 귀여우신 답변~” “안 되긴요ㅋ 젊고 건강한 남잘 찾는 건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자의 본능이라니까요. 판에 박힌 답변 따윈 재미없다구요ㅋ^^;”

젊고 건강한 남자를 찾는 것이 여자의 본능이라. 이 본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본 기자는 계속 외로울 것이고 마이클 잭슨을 계속 원망하겠지. ‘You are not alone’은 거짓말이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