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장서원 씨

억대 규모의 돈을 움직이는 능력자, 고액 연봉의 주인공, 고객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마이더스의 손’… 많은 취업준비생이 꿈꾸는 증권맨의 모습이다. 선망하는 이가 많은 만큼 취업문은 좁다.

스펙 경쟁도 치열하다. ‘경영학을 전공해야 한다’ ‘자격증은 필수다’라는 인식이 불문율처럼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 그 ‘공식’을 깨트린 이가 있다. 어문학 전공에 증권 관련 자격증 하나 없이 취업문을 뚫은 장서원 씨다. 그에겐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철저한 자기 분석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뚝심 있는 선택을 했다.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학점 대신 ‘산 경험’ 선택… “나 자신을 믿고 한 방향으로 돌진”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학점 대신 ‘산 경험’ 선택… “나 자신을 믿고 한 방향으로 돌진”
금융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구체적인 목표로 바뀐 건 장서원 씨의 나이 24세 때다. 특히 증권업의 다이내믹하고 도전적인 면이 좋아 보였다. 장 씨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일을 했어요. 단순 업무였지만 회사 구조와 분위기를 살필 수 있었어요. 열심히 하니까 아르바이트였는데도 명함에 인턴이라고 새겨주었죠.”

그는 더욱더 확고해진 목표를 가지고 취업 전략을 짰다. 이를 위해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봤다.

“내가 누군지를 알고 현실을 빨리 인정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증권사에는 상경 계열 출신이 많잖아요. 어문학 전공자가 증권사에 들어가려면 차별화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장 씨는 인정받을 만한 자격증을 따고자 했다. 그의 꿈을 알고 주변에서는 AICPA(미국회계사시험) 자격증을 추천했다. 2009년 초부터 10개월간 시험공부를 했다. 그러나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 해부터 시험 자격 요건이 바뀐 거예요. ‘졸업생’만 응시할 수 있게 됐어요. 당시 3학년이었는데…. 바로 접었죠.”

낙담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둘째치고 다른 자격증을 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처지였다. 그는 돌연 ‘보험설계사’를 선택했다. 갑자기 보험설계사라니. 방향을 바꾼 것일까.

“비장의 카드였어요. 어차피 대단한 자격증이 아니라면 다 비슷한 수준일 테니 별 경쟁력이 없겠다 싶었어요.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인재로 인정을 받는 것이 더 나은 취업 대비 전략이라고 생각한 거죠. 마침 한 생명사에서 대대적으로 FC를 모집해 별 어려움 없이 곧바로 영업에 뛰어들 수 있었어요.”

부모님은 차라리 다른 자격증을 준비하라며 그를 말렸다. 게다가 학교생활과 병행하며 영업에 나서는 동안 학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급기야 올 C+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학점보다는 경력’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중요한 건 점수 몇 점 더 올리는 게 아니라고 보고 보험 영업에 올인했어요. 영어점수도 자격 요건만 갖췄고요. 부모님께는 몇 달 안에 챔피언을 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죠.”

잠도 줄여가며 열심히 뛴 결과 장 씨는 3개월 만에 ‘보험영업 챔피언’을 차지했다. 이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소신대로 하면 된다’는 자신감, 그리고 ‘리테일(Retail)’이라는 진정한 적성을 찾았다. 무엇보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활용할 ‘스토리’를 얻었다.

‘회사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해

4학년 2학기, 본격적으로 입사지원서를 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장 씨는 철저하게 증권맨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하는 자기소개는 매력이 없지 않아요? 저는 제 자신을 ‘도베르만’에 비유하면서 먹잇감을 물으면 놓지 않는 집요함과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있다고 표현했어요.

이 점들이 증권사에 필요한 캐릭터라고 봤어요. 전략이 적중했는지 은행, 카드, 보험, 증권회사에 다 지원했는데 받아주는 쪽은 증권회사밖에 없더라고요. 보험회사는 오히려 하나도 안 됐고요.”

또한 회사의 비전에 자신의 자질, 경험, 스펙 등을 맞춰나갔다.

“많은 학생들이 인재상은 보는데 회사의 전략 방향은 살피지 않는 것 같아요. 회장 말씀이나 신년사 등을 읽어보면 회사의 사업 방향이 나와 있거든요. 내가 가진 강점을 그것과 연계시켰죠.”

증권사 몇 곳에서 필기 전형을 통과했지만 그는 우리투자증권의 면접을 선택했다. 면접은 스터디를 통해 준비했다. 오전에는 ‘신문 스터디’를 하며 하루 2~3개의 신문을 분석하고 주요 현안별로 이슈를 정리했다. 산업도 공부했다. 모르는 부분은 곧바로 책을 통해 보충했다.

“스터디에서는 회장을 맡아서 정보 전달자 역할을 자청했어요. 자연스레 독서량이 늘어나 일주일에 2~3권씩 읽게 됐어요. 저희 집에 벽면만한 세계지도가 있어요. 신문이나 책을 보면서 국가마다 이슈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어요. 그 이슈만 봐도 흐름이 어디서 어디로 흐르는지 훤하게 보였죠.”

그렇게 자신감 있게 합숙 면접을 통과했다. 이미 자신의 모든 패를 보여줬다고 생각한 장서원 씨. 최종 면접에서는 공격당할 만한 질문을 미리 정리해봤다. 전공, 자격증, 학점이 자신의 약점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가지고 있던 자격증은 보험 관련 자격증 두 개뿐이었다. 정작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은 최종 면접에 합격한 후에 딴 것이다.

“관련 자격증이 없고 어문 계열이지만 직접 고객들을 만나고 사인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을 했어요. 오히려 어문학도로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폭넓은 지식과 소통 능력까지 갖췄다고 어필했죠.”

그렇게 그는 50명의 최종합격자 명단에 들어갔다. 장 씨가 꼽는 합격 비결은 무엇일까.

“증권사 내에서도 여러 분야가 있어요. 저도 본사 스태프 부서를 지원했더라면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리테일이라는 목표를 정했고 그에 맞게 한방향으로 길을 걸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차별성을 둔 게 비결 아닌 비결 아닐까요?”

우리투자증권 인재상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학점 대신 ‘산 경험’ 선택… “나 자신을 믿고 한 방향으로 돌진”
최고를 지향하는, 1등 의지가 충만한 인재
시장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
협력과 조화를 바탕으로 조직 시너지 창출에 기여하는 인재

우리투자증권 대졸 공채는 인턴십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교 현장 면접과 실무자 면접을 통해 인턴사원을 모집하며, 인턴십 기간 동안 수행하는 과제 및 행동평가를 바탕으로 공채 후보를 선정한다.

이후 집합 면접을 통해 개인별 과제 발표, 단체 과제 발표, 토론 면접 등 다양한 면접을 거친다. 이때는 전문지식뿐 아니라 창의력, 인성, 협동성, 적극성 등 인성에 대해 종합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임원 최종 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