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사극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허준’, 한류 열풍의 중심 ‘대장금’, 예능 프로그램의 아이콘 ‘무한도전’, 국제무대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북극의 눈물’.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문화방송(MBC)이다. 반세기 동안 수많은 시청자를 웃기고 울린 화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방송 제작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박아인, 이동화 대학생 기자와 함께 서울 여의도와 경기도 일산의 MBC 방송제작센터를 샅샅이 훑었다.
[기업 탐방] 창조적 인재들이 뛰어노는 곳 ‘MBC’에 놀러와!
기자단이 처음 찾은 곳은 1961년 개국 당시부터 MBC와 역사를 함께 해온 라디오국. 7층 생방송 스튜디오에선 표준FM의 간판 프로그램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가 진행 중이었다.

두 진행자가 스튜디오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부스 밖에서는 PD와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청취자 사연을 점검했다. 선곡부터 송출까지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돼 있어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이다.

다음으로 찾아간 5층의 뉴스센터는 방송 시작 전이라 인적이 드물고 서늘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대학생 기자들이 ‘뉴스데스크’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탄성을 질렀다.
[기업 탐방] 창조적 인재들이 뛰어노는 곳 ‘MBC’에 놀러와!
앵커석과 카메라, 중계화면 모니터, 기상정보 전달을 위한 크로마키 스크린, 스포츠 뉴스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광고등급 ‘SA’, 일명 프라임 타임에 속하는 MBC의 대표 보도프로그램 ‘뉴스데스크’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방송국에서 일한다고 하면 PD나 기자, 아나운서만 생각하는데 사실 방송국의 직종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기자단과 동행한 홍보국 관계자가 말을 이었다.

‘뉴스데스크’만 봐도 방송에 출연하는 앵커나 기자 외에 실제 방송제작에 동원되는 인력은 100명 이상. PD, 카메라 감독, 주조정실 PD, 영상 편집 담당, 의상 및 헤어 담당, 방송 행정과 홍보 담당 등 수많은 직종이 스태프로 참여한다.

MBC 직원 수는 19개 지방 계열사와 9개 자회사 직원을 포함해 3800여 명(2010년 3월 기준). 본사에는 1600여 명이 근무한다. 크게 보도본부, 드라마예능본부, 라디오본부, 편성제작본부, 글로벌사업본부 등 8개 부서 24개국으로 조직이 나뉘어 있다.

“MBC에 있는 24개국 중 ‘무한도전’은 어느 부서에서 만든 프로그램일까요?” 즉석에서 퀴즈가 진행됐다. 두 대학생 기자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예능국이요!” “그렇다면 ‘100분토론’은?” 시사교양국이라는 대답이 나왔지만 정답은 ‘보도제작국’. “‘미라클’과 ‘문화사색’은?” 답은 외주 프로덕션을 담당하는 ‘편성국’이다. 홍보국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방송국 내 다양한 부서가 있는 만큼 하는 일도 각양각색이에요. 하지만 모든 업무가 방송제작 과정과 긴밀히 연계되기 때문에 방송 자체를 좋아한다면 어떤 직종이더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겁니다.”
[기업 탐방] 창조적 인재들이 뛰어노는 곳 ‘MBC’에 놀러와!
하루 10시간 녹화 “만만찮은 업무 강도”

여의도를 떠나 일산 호수공원을 마주보고 선 드림센터의 로비로 들어서자 통유리 창으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눈부셨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웃음소리를 따라 2층 공개홀로 향했다.

환한 조명이 밝혀진 무대 위에 개그맨 박미선, 이휘재, 김구라의 모습이 보였다. 오락 프로그램 ‘세바퀴’ 녹화 현장이었다. 스크린 앞에 모여 앉은 20여 명의 방청객은 스태프의 손짓에 따라 ‘와~’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화려한 무대와 달리 제작진이 있는 무대 앞은 조명을 비추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10여 명의 스태프가 분주하게 오가며 카메라 화면과 음향 장비, 조명을 점검했다. ‘세바퀴’는 한 번에 2회 분을 촬영하기 때문에 10시간 가까이 녹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쉬는 시간은 저녁 식사 시간 잠깐뿐. 화려해 보이는 방송 이면엔 거센 업무 강도를 견뎌야 하는 고충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MBC 안에서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TV 스크린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방송 일을 하는 사람들은 트렌드에 밝아야 하기 때문에 항상 TV에 노출돼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근무 중에 TV를 본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죠.” 홍보팀 관계자의 말이다.

일하다가 TV 봐도 혼나지 않는 회사

[기업 탐방] 창조적 인재들이 뛰어노는 곳 ‘MBC’에 놀러와!
MBC의 근무 환경은 자유롭다. 옷차림뿐 아니라 근무 시간과 작업 환경에도 융통성이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반 근무를 하는 직원도 있지만, 오전 10~11시에 출근해 오후 7~8시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송출 담당 직원은 오후 3시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근무하기도 한다.

제작 PD의 경우 프리랜서처럼 작품 하나가 끝나면 오랜 기간 쉬기도 한다. 프로그램 제작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처럼 사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이유는 규제를 풀어야 창의적인 콘텐츠가 나온다는 인식이 회사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입사 후 개인의 역량에 따라 부서 이동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아나운서가 기자로 전향하는 경우, 기자가 드라마 PD가 되는 경우, 편성 PD에서 예능 PD가 되는 경우, 카메라 감독이 홍보팀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홍보팀 관계자는 “다양하게 전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입사 직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개인이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는 MBC 성장의 근간이 됐다. MBC 직원들은 그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담아 서로를 ‘MBCian’이라고 부른다.

MBC는 오는 2014년 서울 상암동 신사옥으로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다. 여의도와 일산에 흩어져 있는 방송센터 및 자회사도 한 곳으로 통합하고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맞는 경쟁력을 쌓아갈 예정이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킬러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 MBC에서 그 꿈을 실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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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탐방 후기

이동화 ­_ 연세대 문헌정보 3
[기업 탐방] 창조적 인재들이 뛰어노는 곳 ‘MBC’에 놀러와!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어릴 적부터 노래를 흥얼거리며 동경해왔던 TV, 방송국 그리고 ‘MBC’. 주말마다 배꼽 잡고 웃게 만드는 내 ‘좋은 친구’인 MBC가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라디오국에서는 어김없이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가 흘러나와 내 마음을 편하게 했고, 공개홀에서는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TV에서 익히 봐온 뉴스 스튜디오에서 앵커 자리에 앉아 직접 멘트를 날리는 체험은 매우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이렇게 ‘좋은 친구’ MBC는 오랜 세월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친구 ‘MBC’는 그 친숙함만큼이나 가족애가 깊었다. 직원 모두가 ‘MBCian’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며, 연말이 되면 쌀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는 훈훈한 곳이었다. 오히려 폐쇄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준비돼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MBCian이 될 수 있다고 한다.

MBC는 화려하기보단 각자의 역할에 가장 충실한 사람을 원한다고 한다. 스스로가 화려해질 것이 아니라 ‘바보상자’를 화려하게 만들 수 있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박아인 ­_ 한남대 정치언론국제 4

TV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곳, 바로 방송국이다. MBC 정문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세계, TV 속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여의도동 31번지 MBC에 사는 사람들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좋은 친구, 좋은 가족이 되어 협력해나가고 있었다.

사명감을 가지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MBC가 성장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MBC는 친한 친구처럼, 때론 편한 가족처럼 50년 동안 시청자들과 함께했다.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며 하나의 프로그램, 하나의 자막도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 누구보다 변화하는 시대에 빠르게 움직이며 끊임없는 발전을 추구해왔기에 MBC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MBC는 사원이 아닌 가족이 되어 함께 동고동락할 인재를 찾고 있다고 한다. 높은 담장보다는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숲이 되어 늘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진실된 마음과 직업에 대한 열정과 준비가 됐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보길. 2014년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는데 좋은 가족이 되어 함께하고 싶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