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동아리연합 ‘PEUM’ - 조유식 알라딘커뮤니케이션 대표

인터넷 서점 알라딘(www.aladin.co.kr)과 ‘최초’라는 수식어는 서로 무척 친하다. 1999년 사이트를 오픈한 후 ‘인터넷 서점 최초로’ 선보인 수많은 서비스가 그대로 ‘업계 표준’이 되었기 때문. 도서 예약 판매, 당일 배송, 중고책 숍 등의 서비스가 그렇고 최근에 내놓은 태블릿 알라딘, 전자책 뷰어 서비스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알라딘이 ‘새로운 서비스’에 매달리는 이유는 기업 정신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알라딘이 소원을 빌면 램프의 요정 지니가 해결해주는 것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의 꿈을 이뤄주겠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존재 이유가 바로 ‘새로운 서비스’에 있다는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 5명을 만난 조유식 사장이 처음 꺼낸 이야기도 ‘창업 정신’ ‘기업 유전자’였다.

조 사장은 대표적인 386 운동권 출신 CEO다. 1990년대에 ‘말’지 기자로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인터넷 문화 확산과 아마존닷컴의 부흥을 보며 창업을 결심했다고. 좀처럼 미디어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 CEO로 유명하지만(기자들 사이에) ‘예비 CEO’들의 제안은 흔쾌히 수락해 자리가 만들어졌다. 만남이 끝난 후 조 사장은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면서 참석자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격려했다.
[CEO 탐방] “사업이란 ‘안 된다’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보이는 것”
PEUM 태블릿 알라딘, 전자책 뷰어 서비스 등 최근 새로운 서비스를 많이 내놓고 있는데.

조유식 알라딘은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한다.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늘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주는 서비스를 연구한다. 램프의 주인 알라딘이 소원을 빌면 요정이 나와서 들어주는 것처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뤄준다는 게 창업 정신이다.

장사꾼도 편하게 믿을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고 싶었다. 고객도 알라딘이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게 있다. 창업을 할 때 기초가 된 그 정신을 얼마나 잘 구현해 내는지가 성패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PEUM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때 특별한 방향을 갖고 추진하나.

조유식 알라딘은 늘 혁신을 하려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멋진 것’을 지향한다. 물론 혁신 잘하는 기업이 반드시 1등을 하진 않는다. 당장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라는 희망으로 진행하는 서비스가 적지 않다.

‘추천 마법사’라는 서비스가 일례다. 개인화 추세에 맞춰 선보인 서비스인데, 국내에선 아무도 안 했던 것이다. 팔리는 책만 몰아서 파는 게 아니라 독자 개개인의 독서 취향에 맞춰 여러 책을 골라준다.

당장 매출에 마이너스가 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멋지게 대박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서비스나 제품을 통해서도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렇다. 알라딘 역시 서비스를 통해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이 되려고 한다. 본업에서 내놓는 가장 좋은 서비스야말로 가장 큰 사회적 기여 아닐까.

PEUM 인터넷 기반 사업의 CEO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조유식 환경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 이 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리더십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인터넷 기반의 기업은 다른 업종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매일 보초를 서야 한다.

어떤 문제로 서비스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누구나 고객 반응을 볼 수 있다. 고객과 리얼타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특성을 두루 다스리는 것은 리더십보다는 기술적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PEUM 인터넷 서점 창업, 어떻게 하게 됐나.

조유식 대학 다닐 때부터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돈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사업이 하고 싶었다. 기자 일을 그만두고 미국에 갔을 때 이메일을 전화보다 많이 쓰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세상이 정보화 시대로 가는구나’ 실감을 한 것이다.

인터넷 기반의 사업이 해답이었다. 아이템은 내가 좋아하고 써보기도 한 ‘책’으로 정했다. 당시가 아마존닷컴 론칭 2~3년 정도 됐을 때였다. 돌아보면 시장을 잘 몰랐기 때문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기존 주자는 시장을 잘 알기에 오히려 움직임이 느리다.

PEUM 예상치 못한 어려움은 없었나.

조유식 ‘예상한 어려움’ 자체가 없었다.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관한 책 한 권 읽지 않고 시작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사업에 무지한 상태에서 시작했던 게 무척 아쉽다.

책 한 권이라도 읽고 기초를 다진 상태였다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지난 10여 년간 비교적 순항해온 편이다. 늘 돈을 빌려야 했지만 직원들 월급 때문에 고민한 적은 없었으니까.

PEUM 취업보다 창업을 하려는 청년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조유식 훌륭한 젊은이들이다. 도전적인 자세가 좋다. 학생 시절에는 작은 사업이라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리어카 사업도 괜찮다. 자신이 사업에 맞는지 시험할 수 있고 경험도 쌓을 수 있다. 단 목적만 앞서면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적만 가져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자신이 꼭 하고 싶은 분야의 사업을 해야 한다. 아이템을 정해서 다듬는 과정 또한 철저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스스로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실패를 해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PEUM 창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조유식 마케팅에 관한 공부나 사람·돈에 대한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실천력도 중요하다. 정보화 시대가 시작될 때 ‘인터넷 서점을 해볼까’ 하고 생각한 이가 수천, 수만 명이었을 것이다. 그중 일부만 실행에 옮겼고 또 그중 일부만 살아남아 있다. 지금은 10년 만에 찾아온 창업의 기회다. SNS·스마트폰·태블릿PC의 시대가 시작됐다.

예컨대 앱 개발 시장을 보라. 아직 자리를 잡은 이가 없는 기회의 땅이다.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남들이 버린, 시장이 내팽개친 아이템 중에서 찾아내는 건 어떨까. 얼마 전 미국 2위 서점인 보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반스앤노블도 점포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오프라인 서점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해서 그 시장이 완전히 죽은 시장일까. 창업자라면 그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것이다. 사업이란 ‘안 된다’라고 하는 세상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는 것이다.

PEUM 인터넷 서점 대표로서 청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조유식 최근 읽은 책 중에서는 도올 김용옥 교수가 해제한 ‘논어’(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담은 어록)를 권하고 싶다. 인간관계에 관한 철학을 공부할 수 있다. ‘나를 변화시켜서 해답을 찾아라’는 메시지는 기억해둘 만하다.
[CEO 탐방] “사업이란 ‘안 된다’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보이는 것”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 서비스 시작 : 1999년 7월
- 직원 수 : 200명
- 회원 수 : 390만 명
- 하루 방문자 수 : 20만 명
- 2010년 매출 : 1380억 원
- 2011년 예상 매출 : 1500억 원

PEUM 참가자

김대현(서울과학기술대 기계공학 4)
이정진(중앙대 경제 4)
이경민(동국대 경영 4)
조민정(숭실대 경영 3)
박혜경(숭실대 경영 3)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