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은의 달콤살벌 연애 코치

바야흐로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첫 달은 이래저래 정신없이 흘러갈 것이고, 2월과 3월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달콤한 기억으로 남을 이날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잊고 싶은 악몽의 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LOVE] 사랑스러운 고백법
먼저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면 가슴 설렐 여자들을 위한 조언이다. 여자들이 고백을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은 ‘내가 이렇게 지극 정성을 다해서 내 마음을 표현했으니 그가 내 정성에 감격해서라도 나의 마음을 받아주려고 노력할지 몰라’라는 거다.

하지만 슬프게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상대방의 고백 노력에 하나의 가치를 두려고 노력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고백의 순간, 얼마나 쿨하고 멋지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지의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백하는 게 좋을까? 일단 뭔가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특히 제과점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대형 초콜릿 바구니는 많은 남자가 질색하는 아이템이니 기억할 것) 안겨주는 고백은 NG다.

아직 남자는 여자의 고백을 받아들일 준비는커녕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에 대해서조차 아무 생각이 없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부담 백배인 초콜릿 바구니를 낑낑대며 들고 나타나 짜잔~ 하고 안겨주며 “사실은 널 좋아해”라고 고백하는 것은 적어도 만 스무 살이 넘었다면 이제 그만둬도 될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그렇다면 대안은? 그의 취향이나 생활 패턴을 잘 파악해두었다가 그에 걸맞되 조금은 값나가는(!) 제품을 선물해 보라. 명품 가방 하나쯤 선물로 받고 싶어하고 이왕이면 애인이 좋은 차를 타고 다니길 바라는 요즘 여자들의 추세만큼이나 남자들도 나름 상업주의에 물든 연애관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손으로 꾹꾹 눌러쓴 사랑의 세레나데를 첨부한다 해도 센스 만점의 선물보다는 효과가 약할 것이다. 슬프지만 그런 세상이 됐으니까. 콧수염을 기르는 그 남자를 위해서라면 건습식 면도가 자유로우면서도 세심한 트리밍 기능이 있는 신상 전동 면도기를 사주고, 평소에 지갑을 자주 흘리는 남자라면 시크한 머니 클립 정도를 선물하는 것도 괜찮을 거다.

남자들은 어떻게 고백해야 할까? 솔직히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로맨틱한 프러포즈 장면은 지극히 연출되고 과장된 결과물일 뿐인데, 남자들은 종종 프러포즈에 대해 지나친 부담감에 빠져 정작 챙겨야 할 것을 못 챙기는 어리석음을 범하곤 한다.

값비싼 호텔을 잡아 이벤트는 했는데 그녀를 위한 진실된 편지를 안 써둔다거나, 그녀가 남들 눈에 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많은 사람 앞에서 ‘서프라이즈~’ 하며 왁자지껄 고백을 하는 것 등이다.

여자들이 바라는 건 ‘이 사람을 믿고 선택해도 되겠구나, 이 사람은 지금처럼 늘 한결같겠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따스함과 안정감이다. 이 포인트를 놓친 남자들의 고백은 아무리 호화찬란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도 그녀의 마음속 한구석에는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남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어쩌나. 마지막으로는 조금 슬픈 이야기를 해야겠다. 센스 넘치고 값비싼 선물을 안겨줬는데도, 마음이 녹아내릴 만한 로맨틱한 멘트를 전했는데도 내가 점찍은 그 사람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실은 ‘어떻게 고백을 하는가’의 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건 ‘누가 고백을 해오는가’이기에 그렇다. 아무리 어설픈 고백이라 해도 매력적인 사람의 고백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지만, 아무리 정곡을 찌른 섬세한 고백이라 해도 전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사람의 고백이라면 당장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일 테니. 어쩌면 가장 좋은 고백의 수단은 ‘나’아닐까. 매력적인 ‘나’란 사람을 담담히 내보이는 것, 그것이 고백의 정석일지도 모른다.

[LOVE] 사랑스러운 고백법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