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 CJ제일제당 양해인 씨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소녀가 있다. 부모님을 끈질기게 설득한 지 딱 2년 만이었다. 유학을 떠나기 전, 소녀의 아버지는 말했다. “미국에서 배운 것들로 한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라.”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푸드사이언스(식품과학)’를 전공한 소녀는 졸업을 앞두고 딱 한 군데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성공 사례] CJ만 목표로 삼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줬어요”
[성공 사례] CJ만 목표로 삼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줬어요”
양해인 씨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한 신입사원이다. 특히 면접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 중구 필동에 위치한 CJ 인재원에서 교육을 받는 중인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다. 스물넷, 아직 앳된 양 씨는 수줍어하면서도 야무지게 말했다.

“반대하시는 부모님을 졸라 미국 유학을 갔어요. 전공인 푸드사이언스(식품과학)는 한 학년 정원이 30명밖에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아요. 널리 알려진 전공도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좋아서 선택했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인터뷰이가 미국 대학 졸업생임을 알고 걱정을 했다. ‘미국 대학을 졸업했으니 당연히 뽑혔겠지’ 하는 따가운 시선이 염려됐다. 하지만 CJ그룹은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고 있고 그가 미국 대학생임을 알지 못하는 면접관들에게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사실상 채용의 ‘핵’인 면접에서 어떻게 합격점을 받았을까. 그것이 궁금했다.

‘불가능이란 없다’ 미국서 화상전화로 면접 봐
[성공 사례] CJ만 목표로 삼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줬어요”
대학에 들어간 후 그의 목표는 오로지 ‘CJ’. 다른 곳은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CJ가 한국 식품 분야를 이끌어가는 회사라고 여겼어요. 식품과학을 전공하면서 CJ만 생각했어요. 4학년 때 식품 콘셉트를 잡아서 출시까지 해보는 기획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게 기획팀에서 하는 일이거든요. 그때 결심했죠. 연구도 좋지만 기획도 하고 싶다고.”

그는 미국에서 시험 준비를 하면서 우선 회사에 맞는 사람이어야 뽑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CJ그룹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먼저 충분히 익히고 공부했다.

“사실 자소서는 자신이 없었어요. 한국에서는 검증받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게 없잖아요. CJ는 ‘정직’을 중요시하더라고요. 그래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어요.

나의 이야기, 미국에 간 이유, 한국 기업에 취업하려는 이유 등을 있는 그대로 적었어요. 글의 양은 많지 않았어요. 나중에 다른 지원자들이 쓴 자소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해요.(웃음)”

리드하고 싶은 마음, 높은 포지션으로 가려는 목표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적었다. 군더더기 없이 딱 필요한 내용만 썼다고. ‘난 이런 사람이고 이러한 이유로 이 회사에 오고 싶고 이런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를 당당하게 쓴 그의 자소서는 가볍게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

CJ그룹 상반기 공채가 시작된 때는 지난 3월, 대학 졸업식은 5월이었다. 그가 미국에 있을 당시 채용 전형이 진행된 것이다. 그때부터 그의 적극적인 태도가 드러났다.

“서류 전형 합격자를 발표하고 바로 이튿날 전문성 면접이 진행됐어요. 그때 전 미국에 있었거든요.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한국에 와도 시간이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인사팀에 전화를 했죠.

‘시간이 충분치 않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는 걸 계속 말씀드렸어요. ‘꼭 시험을 보고 싶다, 방법이 없겠냐’고 끈질기게 물었어요. 나중에 인사팀에서 들었는데 지원자 엄마와 통화한 적은 처음이었대요.(웃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포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임했기 때문일까. 여러 상황을 고려한 회사 측의 배려로 뉴욕지사에서 화상전화로 전문성 면접을 치를 수 있었다. 올 하반기부터는 서울, 부산뿐 아니라 미국 LA에서도 면접이 진행된다고.

“면접 때 흥미를 느꼈던 전공과목들, 정말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자신 있게 말했어요. 내가 갖고 있는 영어 능력, 그리고 미국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해 회사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점도 확실하게 말씀드렸어요.”

그는 스스로의 강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 가지를 딱 정해서 면접관들에게 최대한 어필하라는 것이다.

“대학 1학년 때부터 4학년까지 학부연구생으로 활동했어요.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나중에는 프로젝트도 맡고 학술회에도 참여했죠. 학부생이지만 4년 동안 했던 연구들을 통해 회사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거라고 강조했어요. 그 부분이 회사가 원하는 방향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최종 합격하고 7월 6일 입사한 그는 식품연구소 연구기획팀으로 발령받았다. 업무를 익히고 교육도 받고 있다. 정신없이 바쁘지만 재미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동석한 CJ그룹 관계자는 “정직은 기본이고 필요한 역량을 다 갖췄다. 면접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것들을 적절하게 잘 표현했기 때문에 입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7월 입사한 160명의 동기 중 가장 어린 87년생이다. 하지만 동기들은 입문 교육으로 45km 행군을 하면서 알게 된 그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많이 웃으려고 해요. ‘힘들다, 힘들다’ 하면 더 힘들어지잖아요. 저는 학점이 뛰어나지도 않고 별 자격증도 없어요. 하지만 강점인 부분들을 갈고닦으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위에 면접에 떨어지고 좌절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왜 면접에 떨어졌는지를 먼저 곰곰이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성공 사례] CJ만 목표로 삼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줬어요”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