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 Extra!

미국에서는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small talk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보다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시켜 밖에서 혼자 마시거나 매장에서 책을 보며 조용히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커피숍 안의 커피를 만드는 공간이 한국과 비슷해도 전체 공간이 한국처럼 큰 매장을 찾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대형 커피숍에서 많은 사람이 정겹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 특징이다.
[English] 어느 날 커피를 세 단어로 주문하다가…
[English] 어느 날 커피를 세 단어로 주문하다가…
[English] 어느 날 커피를 세 단어로 주문하다가…
뉴욕에서는 무엇인가를 살 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커피를 살 때만큼 줄이 빨리 줄어드는 경우도 없다. 커피를 매일 마시는 사람이 많다 보니 order주문하기도 전에 무엇을 주문할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커피숍 직원들이 매우 efficiently효율적으로 주문을 받는 것도 한몫한다.
[English] 어느 날 커피를 세 단어로 주문하다가…
예를 들어 다른 지역에서는 커피숍 직원들이 주문을 받기 시작할 때 친절하게 “Hi. How are you doing?(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어떠신가요?)” “How can I help you?(어떻게 도와드릴까요?)”와 같이 물어보는데, 뉴욕에서는 “What would you like to order?(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Can I take your order?(주문을 받아도 될까요?)”와 같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직원들이 인사를 생략하고 본론부터 얘기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웬만한 커피는 세 단어만 가지고도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커피를 한국에서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에 뉴욕에 처음 갔을 때 뉴욕식으로 커피를 주문하지 않았다.

어떤 커피를 원하는지 에 대해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필자처럼 주문하는 뉴요커가 드물다는 것을 깨달았고 뉴요커들의 주문방식에 pay attention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English] 어느 날 커피를 세 단어로 주문하다가…
필자의 purpose목적은 블랙커피를 가장 작은 사이즈에 가득 받아내는 것이다. 여러분도 이 주문을 세 단어로 말하는 법을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일단 스타벅스를 제외한 커피숍에서는 small, medium, large로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카페인이 들어 있는 regular인지, 카페인이 없는 decaffeinated(decaf라고 줄여서 부른다)인지 선택해야 한다.

아울러 커피숍 직원이 우유를 어떻게 넣어줄지 묻거나 우유를 넣을 공간을 알아서 남겨주기 때문에 블랙커피를 가득 마시고 싶다면 그렇게 달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
[English] 어느 날 커피를 세 단어로 주문하다가…
필자도 뉴요커들처럼 주문하기 시작했을 무렵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단 세 마디만 말했다.

“Small, regular, black”이라고 말이다.

이렇게만 말하니 전보다 커피를 더 빨리 받을 수 있었다. 커피숍에 들어서서 커피를 받아들고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reduced by half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식으로 뉴요커들은 음식을 시킬 때 원하는 것의 핵심단어만 말하는 것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espresso, single (single, double, triple shot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이라는 두 단어만 말하고 커피를 기다린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데서 필자의 주문 방식에 미세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여느 날처럼 “small, regular, black”이라고 주문을 했는데 그날따라 커피숍 직원이 전부 흑인이었다. 다른 일을 보던 흑인이 필자를 glance힐끗 쳐다봤고 다른 손님들도 silent look무언의 눈치를 주는 것 같았다.

물론 필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워낙 큰 목소리로 말해서 쳐다본 것일 수도 있다. 그 후 흑인이 커피 주문을 받을 때 몇 번 더 같은 방법으로 주문을 했는데 역시 unpleasant feeling찜찜한 느낌이 사라지질 않았다.

Black은 ‘흑인’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필자가 말하는 영어 단어의 이중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여기서 black은 블랙커피를 마실 것이므로 우유 공간을 남기지 말라는 의미였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목적을 이루는 동시에 black이라는 단어 대신에 다른 단어 하나를 사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단어를 찾았다.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Small, regular, black” 대신에 뭐라고 말하면 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후 커피숍에 가서 “small, regular, full가득”이라고 주문을 했다. 그 후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는 느낌이 사라졌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주문을 해봤는데 “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은 커피를 후다닥 주문하고 갈 길을 재촉하며 후루룩 마시는 문화가 정착하지는 않은 것 같다.

small talk 담소

가볍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담소’다. 즉, 내용적인 면에서 ‘담소’가 되는 것이지 ‘목소리 크기’가 작다는 뜻이 아니다. 조용하게 소곤소곤 말하는 것은 talk quietly다. Let’s talk quietly라고 표현할 수 있다.

order 주문하다

명사로도 자주 사용된다. 예를 들어 영어권 국가에서 맥도날드를 가든 레스토랑에 가든 음식을 주문할 때 server가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Can I take your order?(주문을 받아도 될까요?)

efficiently 효율적으로

한국어로 ‘효율’과 ‘효과’는 서로 의미가 다르지만 그 유사함 때문에 잘못 사용되거나 아예 짝지어서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영어도 그렇다. efficient는 ‘효율적인’을, effective는 ‘효과적인’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알약을 먹었는데 그것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efficient인지 아니면 effective인지는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 마치 ‘빠르고 강하게’라는 표현이 종종 함께 사용되는 phrase라 할지라도 ‘빠른’ 것과 ‘강한’ 것이 실은 서로 다른 성질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pay attention 관심을 가지다

pay를 ‘돈을 지불하다’라는 의미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처럼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예를 들면 pay respect라는 표현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잠깐 생각해보자. 바로 ‘존경심을 표하다’라는 뜻이다.

glance 힐끗 쳐다보다

동사로 유사한 의미를 지닌 단어는 glimpse, peek, peep, scan, skim through가 있다.

purpose 목적

on purpose라고 하면 ‘일부러’라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Did you do this on purpose?는 “너 이거 일부러 그랬니?”라고 해석한다.

reduced by half 반으로 줄어들다

양이나 크기가 반으로 줄어들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reduced to half도 ‘반으로 줄어들다’를 의미한다.

silent look 무언의 눈치

silent stare라고 하면 ‘무언의 응시’가 된다. 만약 look이나 stare를 동사로 사용한다면 silent의 부사 형태인 silently로 바꿔야 한다. She silently stared at me는 ‘그녀는 말 없이 나를 노려봤다’라고 해석한다.

unpleasant feeling 찜찜한 느낌

unpleasant experience는 ‘불쾌한 경험’을 뜻하며 종종 접할 수 있는 표현이다. 이상하게 사람들은 좋았던 일보다 안 좋았던 일을 더 열심히 말하는 습성이 있다. 아마도 안 좋았던 일을 얘기하면 상대방이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 자기한테 일어난 좋은 일을 얘기하면 “축하해, 좋겠다”라는 말로 대화가 짧게 끝나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full 가득

‘보름달’은 full moon이라고 한다.
[English] 어느 날 커피를 세 단어로 주문하다가…
이유진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뉴욕에서 태어나 콜롬비아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언어학을 부전공. 20대 초반 공대를 거쳐 의대로 진학했다가 결국 인문학을 택하는 여정을 겪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