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MS 민유식 대표

세상에는 가지각색의 직업이 존재한다. ‘한국직업사전’에 나오는 직업의 수만 해도 대략 2만여 종. 당신은 이 중 몇 개의 직업을 알고 있는가. ‘미스터리 쇼핑’이라 불리는 일이 있다. 손님으로 가장해 매장의 전반적인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미스터리 쇼퍼’라 한다. 일종의 모니터 요원이라고 보면 된다. 매장의 청결상태, 인테리어 등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2000년대 들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몇몇 마케팅 리서치 회사가 도맡아 했다.

미스터리 쇼핑을 전문분야로 삼아 국내 처음으로 ‘1인 창조기업’을 세운 FRMS의 민유식 대표. 회사 이름은 Food&Restaurant Mystery Shopping의 약자다.

“크게는 창업 교육과 외식 전문 미스터리 쇼핑 사업을 하고 있어요. 미스터리 쇼퍼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식이죠.”

그는 2007년 처음 1인 기업을 창업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던 중 노하우를 찾기 위해 일본으로 탐방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됐다. 유명 외식업체에서 미스터리 쇼핑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개념조차 모호했다. 롤모델이 없어 직접 해외 서적과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이며 공부했다. 그해 태국에서 열린 ‘미스터리 쇼퍼 콘퍼런스’에 참여한 후 곧바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 카페에 ‘미스터리 쇼퍼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16명의 수강생이 모였다. 방향을 ‘교육’으로 잡은 것은 캐시플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돈이 안 들어오면 소용없거든요.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하고 홍보를 하니 직장인, 주부 중에서 투잡을 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더라고요. 교육 후에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업체의 프로젝트를 받아왔죠.”

그는 ‘1인 기업이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 가지 일만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외부 컨설팅과 직원 교육 등으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해나갔다. 강의부터 기획, 영업, 조사까지 1인 다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서 한국에도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했어요. 교육생은 재밌게 일할 기회가 있는 거고, 기업 입장에서도 쉽게 찾지 못하는 문제를 찾아주니까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되죠.”

민 대표가 노린 것은 바로 ‘틈새시장’이었다. 대기업은 1인 기업보다는 마케팅 리서치 회사를 찾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경험을 살려 외식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고객의 성공을 지원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가지고 말이다.

“직접 장사를 해봤잖아요. 외식업체에 뭐가 필요한지를 알고 있었죠. 감자탕 음식점 5개 매장을 시작으로 일을 했어요. 의뢰가 계속 들어왔지요.”
[1인 창조기업 탐방] ‘미스터리 쇼핑’ 특화… “시장성 무궁무진해”
“목표 세우고 작은 일부터 경험 쌓아야”

1인 기업을 세운 지 3개월이 지나자 기업과 지방에서도 교육 요청이 들어오고 사업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아웃소싱’을 십분 활용했다.

“사업 경험을 통해서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필요한 인력은 교육생들을 활용했죠. 마케팅, 번역, 보고서 작성 등 각 영역에 전문가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들 입장에서는 투잡의 기회가 되니까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인 거죠.”

FRMS는 2010년 현재 미스터리 쇼퍼 1000여 명 보유, 연 매출 1억 원의 규모다. 올해부터는 해외 명품, 의류, 액세서리 등 글로벌과 뷰티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단번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 창업 준비를 해온 덕분이다.

“참치 음식점을 할 때도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어요. 삼성경제연구소 홈페이지(seri)에 커뮤니티를 개설해서 ‘외식업 창업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자료를 올리고 자체 세미나를 하기도 했어요. 회원 수가 1000명이 넘었어요. 처음에 미스터리 쇼퍼 양성과정을 개설할 때도 이 사이트가 홍보에 큰 힘이 됐죠.”

그는 “비즈니스 모델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현재 하루 많게는 8시간씩 강의를 할 수 있는 것도 “10년간 보험 회사에서 교육을 해봤고 세일즈를 해본 덕이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에게 ‘창업 컨설팅’이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상사가 10년 후 뭐가 될 것인지 써보라고 하더군요. ‘창업 마케팅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적었죠. 그 뒤로는 책을 한 권 읽더라도, 사람을 만나더라도 마케팅 관련이었어요.”

현재 민 대표는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성공창업 패키지’와 경희대의 ‘창업이론과 실무’ 강의를 맡고 있으니 창업 마케팅 전문가라는 본래의 목표를 이룬 셈이다.

그는 미스터리 쇼핑의 시장이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식업 외에도 우체국, 호텔, 은행 등 고객접점을 가지고 있는 모든 업종에서 필요한 아이템이라는 것.

그는 1인 기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목표를 세우고 작은 일부터 경험을 쌓아나갈 것”을 주문했다. 단, 사회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 이 분야에 도전하려면 ‘네트워크’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네트워크에 눈을 뜨면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생이라도 이런 역량이 있으면 당장 창업을 할 수 있어요. 만약 전국에 있는 마케팅 전공 학생들을 모을 수 있다면 삼성전자 휴대폰 담당자에게 신상품 리포팅을 제안할 수 있겠죠. 실제로 미국에선 대학원생이 이런 방식으로 창업을 해서 13만 명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사례도 있어요.”

특히 요즘 각광받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더욱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잘 다루잖아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1인 창조기업 탐방] ‘미스터리 쇼핑’ 특화… “시장성 무궁무진해”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