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강남 등 영어 학원가에 스터디 열풍이 거세다. ‘study-공부하다’가 아닌, 하나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스터디’는 학원 정규 수업 외에 학생들이 따로 모여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모임을 말한다.

하나의 강좌를 함께 수강하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스터디에서부터 각 레벨 학생들이 골고루 섞인 스터디까지, 각 스터디는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커리큘럼과 노하우, 특징을 지녔다.

한 어학원에 수백 개씩 존재하는 스터디 모임,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어떤 공부를 어떻게, 왜, 누구와 하고 있을까. 각 어학원의 대표 스터디 ‘짱’들이 ‘그들만의 세계’를 들려주었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토익 시험에 ‘리뷰 문제’ 나올 때 가장 뿌듯!
[도움말] 장기정, 이한지, 구남성, 정상호

스터디 진행 방식은?

정해진 룰이 있다. 스터디룸에서 만나 문제를 풀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오프라인에서 공부했던 내용들을 온라인 카페(네이버 토익트레이너)에 올리면 조원들이 그 내용을 복습하고 리뷰한다. 올린 내용들은 강사, 조교들이 체크해준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벌금 제도가 있나?

지각 1000원, 결석 2000원, 단어 하나 틀리면 100원. 처음에 예치금 1만 원을 걸어놓고 벌금을 부과하는 형식이다. 그 조에서 1등을 하면 문화상품권을 준다. 스터디마다 모이는 벌금이 다르기 때문에 제일 성실한 조에겐 강사가 사비로 외식 상품권을 증정한다.

스터디의 성과를 느낄 때는 언제?

토익 시험을 보다가 ‘아, 이거 우리 조에서 누가 했던 말인데’라는 생각이 들 때다. 각자 맡았던 문제 리뷰는 다른 조원들에게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문제들이 시험장에서 떠오르면 기분 좋다. 혼자 공부하면 나태해지기 쉬운데 스터디를 하면 공동체 의식이 생긴다.

공부 팁이 있다면?

스터디는 공유하는 것으로 쉽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다듬고 또 다듬어졌기 때문에 스터디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스터디를 하면 하루가 바쁘다. 성실하게 빼먹지 않고 하는 게 중요하다. 공부의 왕도는 바로 ‘성실’이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스터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사교육에 치우쳐져 있어서 다들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모른다. 스터디를 통해 공부 방법을 알 수 있고 스터디가 활성화되면서 좀 더 부각되는 것 같다. 의무는 아니지만 대부분 스터디에 참여한다. 여러 명이 문제 풀고 문제 리뷰를 하니까 배우는 점이 많다. 매일매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영영사전 문장을 통째로 외우면 효과 커요!

[도움말] 김재민(Damain), 이종화(Jade), 하혜린(Helen)

정해진 공부 방법이 있는지?

OPD(Oxford Picture Dictionary) 시간에 기본적인 단어를 무조건 외우고, 문장을 전체로 외운다. 그렇게 해야 말할 때 바로바로 쓸 수 있다. 영영사전 보면서 문장 전체를 외우는 것이 좋다.

랩실에는 각 음소마다 내는 소리, 문장 발음 연습 프로그램이 있다. 말을 하는 데 어떻게 문장을 구성할 것인지, 어떻게 발음할 것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음소 단위, 단어, 문장 순으로 첫 클래스부터 지속적으로 교육받는다. 먼저 듣고 따라 하는 섀도 스피킹이 이루어진다. 스터디 조마다 위 단계 클래스 학생들로 구성된 발음 조교가 있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벌금 제도가 있나?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땐 강력한 벌금 제도를 사용한다. 보증금 1만 원을 걷어서 무단결석을 하면 5000원, 단어 틀리면 100원, 채점해서 틀린 수대로 100원, 지각은 3000원씩 벌금을 뗀다. 모인 벌금은 회식이나 복사비로 사용한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스터디가 잘 운영되는 비결은?

실생활 영어를 고집한다. 영화를 보면서 바로 바로 알아들을 수 있게끔 문어체보다는 구어체 위주로 공부를 한다. 현재 시제로만 된 우리말 문장을 주면 그것을 영어로 바꾼다.

그 한 문장만으로도 하루 종일 대화가 될 수 있게 한다. 계속 서로 얼굴을 보면서 말하고, 의식하지 않아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한다. 생각해서 문장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입에 붙게끔 말을 내뱉는 식이다.

‘짱’ 을 맡는 게 힘들지 않나?

강요해서 하는 사람은 없다. 봉사정신으로 한다. 학원이 학생들에 의해 돌아간다. 발음 선생도 높은 레벨에 속한 학생이고 멘토도 학생들이다. 테스트 4번 보는 것도 학생들이 문제 내서 한다. 즐기면서 하니까 재밌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스터디 조원들이 자랑스러울 때는?

‘베스트 스터디 조’로 선정됐을 때다. 상품은 회식비, 수강료 할인권 등이다. 또한 그 달에 배운 말을 사용할 때 뿌듯하다.

스터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여기 오는 친구들의 목적은 두 가지다. 어학연수 못 가는 대신이거나 어학연수 가기 전에 공부하는 경우다. 스터디의 메리트라면, 한국에서는 영어 환경 조성이 쉽지 않은데 여기서는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영어 이름 부르는 것도 쑥스러운데, 여기서는 그게 참 익숙하다. 외국에 온 것 같은 분위기에 용기를 얻게 된다. 스터디를 통해 말을 배우고 선배들이 고쳐주고,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효과를 얻게 된다.

스터디 발음 시스템이 잘돼 있다. 원리적으로 발음이 어떻게 나는지를 먼저 공부하기 때문에 더 전문적인 느낌이 든다. 발음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스파르타식’ 공부 - 듣기·독해 병행
[도움말] 강경화, 김성완, 허은석, 이혜민, 김지현

정해진 공부 방법이 있는지?

기준이 없으면 시간이 붕 뜨고 집중이 안 되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놓고 체크를 하면서 공부한다.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시간들을 활용한다. 목표가 올해 안에 토익점수를 따는 것. 커리큘럼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공부하나?

스터디를 하겠다고 신청한 사람들 위주로 모인다. 강사와 토익 매니저가 있고 모르는 내용을 물어볼 수 있는 튜터가 있다. 각 스터디마다 ‘튜터 일지’가 있다. 오늘 스터디한 것 중에 막힌 문제를 튜터 일지에 적어서 제출하면 튜터가 설명을 적어주고 필요하면 직접 알려준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벌금 제도가 있나?

지각하면 1000원, 단어시험 봐서 5개 이상 틀리면 개당 500원, 결석하면 5000원이다.

회계 담당도 존재한다. 힘이 세다. 최대한 자율적으로 하고 있지만 공부를 하려고 모였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배려한다. 너무 타이트하게 하진 않는다. 자율적이되 하려는 의지들이 강하다.

스터디는 어디에서?

학원에서 마련해준 ‘스터디존’에서 주로 공부한다. 카페는 산만하고 돈이 들어가니까. 여기에는 튜터가 상주해 있기 때문에 스터디 끝나고 혼자 공부할 때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스터디가 도움이 되나?

혼자 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고 성실하게 공부할 수 있다. 혼자 하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의지나 열의가 상승되는 효과가 있다.

[영어공부의 왕도] '스터디 짱'들이 말하는 '영어 공부는 이렇게'
‘화기애애’ 비결은?

수업에만 너무 의존하지 않고 스터디 멤버끼리 공부하는 것도 꽤 크다.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도 크다. 제일 큰 형님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다른 조원들이 ‘삼촌’이라고 부른다. 공부 방법이 스파르타식이다. 독해 공부를 하면서 듣기를 병행한다. 따로 교제를 사는 것보다 복습을 같이 하면서 모르는 걸 서로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복습하면서 문제 풀고 숙제도 함께 하면 수업 내용이 귀에 더 잘 들어온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부분 영어 때문에 학원을 찾는다. 학원도 작은 사회다.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어울리는 데 의미를 두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스터디에 적응 못하고 나가는 사람도 많다. 서로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재산이 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