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영어 학원가는 지금] 전통의 영어교육 1번지…‘강의+스터디’가 기본 세트
영어 교육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전국 곳곳에 어학원 밀집지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원조’는 딱 한 곳뿐이다. 영어 하면 떠오르는 곳, 1970년대부터 시작된 어학원 바람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는 곳, 바로 ‘종로’다.

예나 지금이나 종로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여름방학을 맞아 수강생들로 더욱 북적대는 종로를 탐험하러 나섰다.

서울 종로는 1~6가로 구분되며 약 2.8 km에 이른다. 을지로·청계천로·퇴계로와 함께 도심부를 동서로 뻗는 간선도로로 6번 국도에 해당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지구이자 어학원의 메카로 꼽히는 곳이다. 서울 종각에서부터 종로3가에 이르기까지 종로 일대를 가득 메운 어학원들은 그 종류와 특색이 제각각이다.

YBM, 파고다, 이익훈어학원, 정철어학원 등 한국에서 대학 나온 사람이면 다 안다는 어학원이 모두 모여 있다. 영어가 ‘평생 과제’일 정도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이들의 위상은 실로 엄청나다. 현재 종로에 위치한 어학원을 다니는 수강생 수는 5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단기 집중 성과형’ 수강생, 목표 뚜렷해

종로 어학원들의 특징이라면, 먼저 수강생들이 ‘단기 집중 성과형’ 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어학원의 메카 ‘강남역’에 비해 원하는 목표가 뚜렷하다. 그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자 몰려드는 수강생들로 경쟁이 매우 치열한 곳이 종로다.

요즘 수강생들은 어학원을 선정할 때 자신의 목표를 얼마만큼 달성해줄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한다. 학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성과, 성적, 만족도 등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학원에 상주하는 시간이 길다.

하루 종일 어학원에 머무르는 것이 트렌드일 정도라고 한다. 아침 일찍 어학원에 와서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어학원에서 제공하는 무료 특강에 스터디 모임까지 챙긴다. 덩달아 어학원들도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머무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수강생 중 남자와 여자의 비율은 4 대 6. 여자는 20~25세 대학생이, 남자는 22~27세 군대를 다녀온 대학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스타 강사를 따라 어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인천 등 수도권이나 지방에서 오는 학생도 상당해 종로 근처에는 고시원도 쉽게 볼 수 있다.

종로 어학원들의 성수기는 역시나 방학 시즌이다. 이 기간에는 오전·오후 타임 대부분이 마감된다. 광주에서 온 김상민(가명·26) 씨는 “영어 점수를 올리기 위해 방학 동안 종로에 머물고 있다.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해 목표를 이루고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반도 활발하다. 이른 오전과 저녁반은 직장인 수강 지원금 과정이 개설돼 있어 자기 계발에 힘쓰는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 수강료의 50%를 환급받을 수 있으며 전체 수강생 중 직장인의 비중은 30%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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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스터디’, 면접에 스피킹 연습까지

어학원 강사들은 정해진 수업 말고도 개별적으로 ‘스터디’를 운영한다. 수강생 관리 차원이라는 이 스터디는 원래 시험준비반에만 있었지만 2년 전 트렌드가 변하면서 영어회화반 스터디도 생겨났다고 한다.

보통 스터디에는 조교가 1명씩 붙는다. 강사가 ‘수업 후 스터디하고 싶으면 몇 호로 오라’고 하면 조교가 모임을 주도하는데, 스터디 멤버는 대개 6~7명 정도라고 한다. 어학원에서 공간을 제공하면 강사와 조교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보통 수업이 없는 시간에 스터디 모임이 이뤄진다.

스터디에서는 토익 공부뿐 아니라 면접, 스피킹 등 다양한 실전연습이 이뤄진다. 외국어는 혼자 하기보다는 여럿이 같이 해야 아웃풋(output, 생산량·산출량)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라고. 담당 강사가 정기적으로 체크하며 주말에는 스터디 특강도 진행된다.

차경심 YBM 어학원 홍보팀장은 “스터디 모임이 매우 활발해 스터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주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공간이 부족해 배정에 늘 고심한다”고 말했다.
[종로 영어 학원가는 지금] 전통의 영어교육 1번지…‘강의+스터디’가 기본 세트
종로 어학원가, 이런 점이 좋아

괜히 종로에 수강생이 몰리는 것이 아니다. 스타 강사들은 큰 학원가에 몰릴 수밖에 없는데, 종로 어학원들의 규모상 강의가 많이 개설돼 있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성적을 올리려는 수강생들이 대거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학원 근처에는 각종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 포진해 있다. 트렌디해 보이는 효과도 있고 학생들에게도 편리하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어학원 건물 1층에 들어선 커피 전문점이 여럿 있을 뿐 아니라 아예 ‘종로YBM점’이라고 매장 이름을 쓰는 곳도 있다.

또한 근처 식당들은 수강생에게 최대 10% 할인을 해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학원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매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학원생들을 잡기 위한 하나의 ‘미끼’인 셈이다.

또한 교통이 편리하고 지리적 근접성이 좋다. 지하철 1·2·3호선(종로, 을지로) 등 오가는 지하철과 버스 노선이 다양하고 대학로, 신촌 등 대학가와 가깝다는 이점도 있다.

강사와 수강생은 스터디와 온라인을 통해 각종 정보와 불만·애로사항 등을 공유한다.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거니와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자 하는 그들만의 비책이라고 한다.

송동민 YBM 홍보팀 사원은 “소통의 창구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젊은 수강생들의 안목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종로 영어 학원가는 지금] 전통의 영어교육 1번지…‘강의+스터디’가 기본 세트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