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은 지금] ‘취업 준비생 영어 특구’ 대변신
강남역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원래 이곳은 회사 밀집 지역이었다. 약속의 명당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강남역 일대는 어학원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취업의 최신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강남역으로 가보라. 어학원에 모여든 학생들은 스터디와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취업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공부가 끝나면 인근에서 여가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계로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어학원 메카 강남역을 샅샅이 뒤져보자.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유럽풍 카페가 보인다. 곳곳에 커피를 마시며 홀로 책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20대로 보이는 그들은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이 책을 보며 대화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카운터에선 음료를 주문하는 이가 작은 카드를 내밀면 가격을 할인해주기도 한다.

여기는 대형 커피숍이 아니다. 강남에 있는 한 어학원의 로비 풍경이다. 학원이 학생들의 기호를 반영해 로비에 카페를 들인 것이다. 주문할 때 내미는 카드는 다름 아닌 수강증이다.

로비에는 카페 외에도 테이블과 의자가 빼곡하다. 여기저기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소음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학원인지 카페인지 모를 이 모습은 강남역 어학원의 특징을 잘 대변하고 있다.

현재 강남역엔 크고 작은 어학원들이 밀집해 있다. 이익훈 어학원, 파고다 어학원 등 대형 학원은 강남에 본원을 두고 있고 YBM 어학원은 강남에서 6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소규모 학원도 많다. 수강생은 대부분 강남, 경기도에 거주하는 학생들이다.

특히 건국대 충추캠퍼스, 고려대 세종캠퍼스 등의 통학버스가 강남역에 정차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형성됐다. 단국대는 2007년 본교를 한남동에서 용인으로 이전하면서 이에 가세했다.

지난해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더욱 커졌다. 강남역이 새로운 어학원의 메카로 주목받으면서 해커스 어학원은 지난 2008년 본사를 강남역 옆으로 옮겼다.

공급과 수요가 몰리면서 강남역 일대는 신림동의 고시촌, 노량진의 학원가를 잇는 이른바 ‘취업 특구’로 떠오르고 있다.

학원들을 중심으로 주변 상권이 형성되고 업체와 학원의 마케팅 제휴도 활발하다. 영화관 중심으로 형성되던 상권이 어학원 중심으로 옮겨오면서 주변 땅값도 들썩이고 있다.

공부도 하고 쉬기도 하고… ‘복합 문화 공간’ 만들어
[강남역은 지금] ‘취업 준비생 영어 특구’ 대변신
강남역 어학원은 여러 면에서 종로 어학원과는 차별된다. 우선 학생들의 성향이 다르다. 종로는 단기간에 시험 점수를 올리려는 학생이 많다면 강남은 스펙을 쌓으면서 인간관계까지 넓히려는 수강생이 많다.

공부를 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자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엔 스터디가 자리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스터디를 취업 정보를 공유하고 자격증, 면접 대비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취업 준비실’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YBM 어학원이 수강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스터디 활동을 하는 수강생의 91%는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내며 평균 2개 이상의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었다.

시설도 이에 맞게 변화했다. 종로는 독서실 형태의 자습 공간이 많은 반면 강남은 대부분의 공간이 스터디 룸이다. 로비를 카페처럼 조성하고 곳곳에 개방형 스터디 공간을 만들었다. 파우더 룸과 같은 편의시설도 갖췄다.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도 마시면서 대화도 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이곳엔 단어를 외우는 학생, 스피킹 연습을 하는 학생, 대화를 하는 학생으로 가득하다. 이들은 학원과 그 일대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학원 주변 카페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학원이 미처 수용하지 못하는 스터디 모임이 인근 카페로 퍼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학생들은 출출해질 때면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여가 활동을 즐긴다. 공부에서 식사, 휴식, 놀이까지 주변에서 모두 해결한다.

최근 취업 영어 트렌드는 ‘토익과 스피킹 병행’
[강남역은 지금] ‘취업 준비생 영어 특구’ 대변신
취업 영어에도 트렌드가 있는 법. 최근 기업들은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다. 토익 등 시험 점수뿐 아니라 실제로 의사소통할 줄 아는 능력을 중시한다.

말하기 실력을 점수로 수치화한 오픽(OPIc), 토익스피킹 시험 성적 제출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입사 트렌드를 발 빠르게 따라가는 어학원들은 관련 수업을 늘리거나 신설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익훈 어학원은 스피킹 전문 수업과 면접영어반 등 관련 수업을 2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렸다. 해커스 어학원도 스피킹 강좌 수를 지난해에 비해 서너 배 늘렸다.

하지만 “아직 스피킹이 대세는 아니다”는 것이 학원가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점차 스피킹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토익을 기본으로 스피킹을 병행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아직 토익 응시 인원은 200만 명 수준으로 그 규모는 여전하다.

전경화 YBM 강남어학원 원장은 “기본적으로 토익 수업을 듣고, 여기에 토익스피킹 강좌를 함께 듣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OPIc과 토익스피킹 중에서는 토익스피킹의 인기가 더 많다.

OPIc은 삼성 등 대기업 몇 곳에서만 보기 때문에 대다수 학생은 토익스피킹을 선호한다. 수강생들은 보통 토익 점수 700점에 해당하는 토익스피킹 6단계를 목표로 한다.
[강남역은 지금] ‘취업 준비생 영어 특구’ 대변신
‘입소문이 무서워’… 변화하는 어학원

학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학생들의 입소문이다. 각종 홍보나 마케팅보다 직접 수업을 들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수강 신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실제로 해커스 어학원이 수강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원을 선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친구의 추천’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꼼꼼하고 똑똑하다.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학원과 수업을 선택한다.
[강남역은 지금] ‘취업 준비생 영어 특구’ 대변신
A어학원에서 영작문 수업을 듣고 있는 이예진(가명) 씨는 좋은 수업을 찾기 위해 강남 일대어학원을 5군데나 돌았다. 직접 설명을 듣고 가장 마음에 드는 수업을 정한 후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강 신청했다. 온라인으로하면 추가 할인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강생을 유치하기 위해 학원들도 경쟁에 나섰다. 수강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프로모션을 마련해 시제품을 나눠주는 식이다. 수업 이외 무료 특강이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학원들은 수업을 개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강생을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 해커스 어학원은 ‘반별 게시판’을 만들어 수업 후에도 강사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각종 과제물을 게시판에 올리면 강사가 첨삭해주는 식이다. YBM 강남어학원은 2달 동안 충실히 수강해도 목표한 점수가 나오지 않는 학생들에게 추가 수강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파고다 어학원도 목표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한 달 수강료의 50%를 환불해주는 ‘800점 보장반’을 개설했다.

학원들끼리 벤치마킹하는 일도 적지 않다. 한 학원에서 스터디를 도입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다른 학원에서는 강사들이 직접 스터디 관리하기에 나섰다. 나아가 무료 특강을 늘리기도 한다. 학원들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만 상호 보완하며 윈-윈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영어 공부 이렇게 해라’

[강남역은 지금] ‘취업 준비생 영어 특구’ 대변신
받아쓰기로 영어 실력 UP
귀와 입으로 하는 공부의 첫걸음이 바로 받아쓰기다. 우선 테이프나 mp3 파일이 있는 교재를 선택한 다음 내용을 조금씩 들어가며 받아쓰기를 한다. 그리고 교재를 보면서 붉은 펜으로 교정을 한다. 받아쓰기가 끝나면 해석해보고 단어도 찾아본 후 테이프를 들으며 큰소리로 따라 읽는다.

토익은 반복 학습 토익은 문제 유형을 정해놓고 내용을 바꿔가며 출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좋다. 시험도 연달아 치르다 보면 대화나 문제 유형이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문제점도 드러난다. 다만 최소 2~3개월은 토익에만 집중해야 한다. 학원을 선택할 때는 교재를 먼저 살펴보고 수준에 맞는 반에 등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채널로 영어 공부 최근 들어 문법보다는 말하기·듣기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영어 뉴스 사이트를 홈페이지로 지정해놓는 것은 기본. 팝송을 듣고 해석해보거나 외국인이 자주 방문하는 카페를 찾는 등 다양한 채널로 영어를 학습해보자.

M러닝, E러닝 활용 최근 떠오르고 있는 M러닝, E러닝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다. 학원에 갈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인터넷을 이용한 강의, 소위 말하는 ‘인강’을 추천한다. 특히 공인된 강사가 24시간 내에 직접 답변까지 달아주는 인터넷 강의 사이트라면 오프라인 학원 못지않게 효율적일 수 있다.


★수강생 혜택 있는 강남역 일대 업종들

[강남역은 지금] ‘취업 준비생 영어 특구’ 대변신
커피숍


학원 스터디 룸보다 커피숍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아 학원 근처 카페들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수강증을 제시하면 사이즈업 혜택을 주거나 가격을 할인해준다.
스타벅스, 스무디킹, 카페 파스쿠치

피부과

특히 방학 시즌에 호황을 누리는 업종. 여학생들에게 무료 피부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클린업 피부과

치과

유학 전 치과를 방문하는 학생들이 많다. 미국 등 해외에서 이용하기는 너무 비싸기 때문.
해맑은 치과

미용실

학생들에게 면접 스타일을 제안한다. 수강증을 보여주면 가격을 할인해준다.
이철 헤어커커, 준오 헤어


패스트푸드

밥 먹는 시간도 아끼겠다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 햄버거,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버거킹, 퀴즈노스

유학원

영어 학원과 유학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학원 자체 유학원을 가지고 있거나 주변 유학원과 제휴를 맺기도 한다. 명문유학원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doon154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