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 ‘경고’ 1호 … 역대 최단시간 골 허용도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지구촌의 축제’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라성 같은 스타들의 등장 못지않게 월드컵은 갖가지 진기록으로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대한민국과 관련한 이색 기록은 무엇이 있는지 짚어봤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최초로 명함을 내민 대회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이다. 당시 한국과 중국, 일본이 나란히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중국의 기권으로 아시아 지역 예선은 한일전으로 치러졌다.
<사진->포효하는 황선홍과 동료들
    4일 저녁 부산에서 열린 월드컵 D조 한국의 첫경기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첫골을 성공시킨 황선홍이 환호하며 달리고 있다./특별취재단/체육/월드/ 2002.6.4 (부산=연합뉴스)

<저작권자 ⓒ 2002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포효하는 황선홍과 동료들 4일 저녁 부산에서 열린 월드컵 D조 한국의 첫경기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첫골을 성공시킨 황선홍이 환호하며 달리고 있다./특별취재단/체육/월드/ 2002.6.4 (부산=연합뉴스) <저작권자 ⓒ 2002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일본인을 국내에 들일 수 없다’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두 경기 모두 일본에서 치러진 예선에서 한국은 1승1무로 사상 첫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첫 경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스위스 현지에 도착해 시차 적응은커녕 여독조차 풀지 못한 상태에서 강호 헝가리와 월드컵 데뷔전을 치러 0-9로 참패했다.

월드컵 최대 점수 차 패배와 동률의 기록이었다. 이어진 터키와의 경기에서도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0-7로 주저앉고 말았다. 한국으로선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

이후 한국이 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가기까지는 무려 32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은 박창선 선수다. 지금도 올드 팬의 뇌리에 생생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올린 기록이다.

조별 리그 첫 경기 아르헨티나전에서 후반 28분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박창선은 기습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문을 열었다.

조별 리그 2차전 불가리아전에선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승점을 올렸다. 전반까지 0-1로 뒤지던 한국은 후반 26분 김종부 선수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귀중한 승점 1을 챙겼다.

한국팀의 ‘숙원’이던 월드컵 첫 승은 멕시코 월드컵 이후 16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48년 만에 이루었다.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다.

홈 팬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등에 업은 한국은 부산 월드컵 경기장에서 황선홍과 유상철 선수의 릴레이 골로 동유럽의 강호 폴란드를 2-0으로 완파하며 감격적인 월드컵 첫 승을 올린 것.
<사진->포효하는 황선홍과 동료들
    4일 저녁 부산에서 열린 월드컵 D조 한국의 첫경기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첫골을 성공시킨 황선홍이 환호하며 달리고 있다./특별취재단/체육/월드/ 2002.6.4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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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효하는 황선홍과 동료들 4일 저녁 부산에서 열린 월드컵 D조 한국의 첫경기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첫골을 성공시킨 황선홍이 환호하며 달리고 있다./특별취재단/체육/월드/ 2002.6.4 (부산=연합뉴스) <저작권자 ⓒ 2002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원정경기 첫 승은 4년 뒤 독일 월드컵 대회 때 아프리카 토고와의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따냈다.

한국은 멕시코 월드컵 이후 이번 남아공 월드컵까지 7개 대회 연속으로 본선에 진출한 첫 아시아 국가다. 그동안 한국은 총 18개국을 상대로 24경기를 치러 4승7무13패를 기록했다.

22골을 넣은 반면 52골을 허용했다. 월드컵에 단 한 번이라도 출전했던 전 세계 76개국을 상대로 순위를 매겨보면 22득점은 28번째, 52실점은 14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영광스러운 기록이 있는가 하면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있는 법.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허정무 감독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전반 44분에 경고를 받아 월드컵 출전 사상 첫 경고를 받은 주인공이 됐다.

4년 뒤 이탈리아 월드컵 우루과이 전에선 윤덕여 선수가 후반 25분에 레드카드를 받으며 ‘퇴장 1호’라는 달갑지 않은 딱지를 받았다.

2호 레드카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하석주 선수(현재 전남 코치)가 후반 30분에 받은 것이다. 하석주는 당시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선제골을 넣고, 불과 2분 뒤 백태클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불운의 주인공이 됐다.

골과 관련해 한국 대표팀이 갖고 있는 진기록도 하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영광을 안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나온 것인데, 바로 역대 최단시간 골 허용이다.

당시 터키와 3~4위전에 나선 한국은 몸이 채 풀리기도 전인 경기 시작 11초 만에 터키의 하산 슈퀴르에게 허망하게 골을 내주고 만 것. 터키에는 영광스러운 기록이지만 한국에는 치욕스러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