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구의 추잡(追job)한 책 이야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0년 4월 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다. 그곳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 위험으로 인한 국가부도 사태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되는가”라는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답변을 해석하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용적인 측면, 즉 국가경제를 생활고로 직접 부딪쳐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종류의 질의응답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 윤증현 장관이 여러 가지 정보를 토대로 국가부도 사태의 가능성이 상당 부분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지라도 “그렇다”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국가가 위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 그 위기는 즉시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 기업이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 사실을 공개하기는 쉽지 않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을 다시 되살리는 데 꼭 필요한 유능한 인재들이 난파선의 쥐떼처럼 일시에 빠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서 퇴출되는 몇몇 기업들의 기사에서 “우리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 사정에 처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인터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이니 그 사정을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굳이 기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국민의 입장에서, 또는 직원의 입장에서 국가 (기업)는 정말 믿을 게 못 된다는 음모론이 아니다. 우리에게 정말 조언이 필요한 중요한 순간일수록 그 조언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는 얘기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상황이라면 내가 직접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경제가, 한국경제가, 내가 속해 있는 기업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학원에 진학하여 취업을 미루는 것이 더 나은지, 빨리 졸업하여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일단 꾹 참고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기회를 준비해야 하는지, 사표를 내고 창업에 도전을 해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쉽지 않고, 평생 공부해야 할 분야이지만 우리가 경제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쯤에서 몇 권의 책을 소개해 본다. 첫 번째는 ‘지금 당장 경제기사 공부하라(고영성 저, 한빛비즈)’.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어휘를 익히고 핵심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 당장 돈의 흐름 공부하라(윤채현 저, 한빛비즈)’다.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외환시장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해설하고 있다. 교과서적인 원리를 나열하기보다는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통찰이 느껴지는 책이다.

세 번째는 ‘호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 :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군터 뒤크 저, 안성철 역, 비즈니스맵)’이다. 우리는 언제 어느 때나 같은 기준으로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호황기와 불황기에 각각 두 개의 극단적인 심리를 갖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호황기(불황기)에 사람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것이 다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면 보다 균형 있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권의 책이 결코 경제공부의 끝이 될 수는 없겠지만 좋은 시작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권윤구


좋은 책과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북코치. 인터넷 북카페(www.bookcoach.kr)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