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가득 채운 책에는 보이지 않는 손때가 묻어 있다. 그중에서 어떤 책은 ‘베스트셀러’ 자리에서 물러날 줄 모르고, 어떤 책은 언제 있었나 싶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작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독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출판기획자의 역할이 크다.
[직업 탐구]세상을 읽고 트렌드를 만드는 출판기획자
출판기획자는 어떤 직업?
“책은 작가가 쓰는 것 아니야?”라고 묻는다면 그렇다. 책은 작가가 쓴다. 하지만 우리 손에 들려지는 책을 만드는 것은 ‘출판사’의 일이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좋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했던 출판사가 이제는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좋은 이야기를 찾는다는 것. 이른바 ‘기획출판’이 현재 대부분 출판사의 주 업무이다. 기획출판을 위해서 기획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출판기획자’는 기획출판의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출판기획자는 트렌드를 읽고 독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찾아 작품 구상, 작가 섭외, 편집, 홍보까지 출판과 관련된 모든 일을 총괄한다. 외부에서 출판을 의뢰해 오는 저작물의 원고를 검토해 출판할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는 것도 출판기획자의 역할. 다른 출판사에서 같은 내용의 책을 기획하고 있지는 않은지, 책으로 출판하기에 적합한지, 예상 판매 부수 등을 파악하는 것도 기획자의 업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어떤 분야를 출판하느냐에 따라 기획 범위는 달라지겠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는 것은 필수다.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기획자가 역사 관련 서적을 낸다는 것은 어불성설! 에세이나 비소설 분야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하므로 항상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좋은 기획을 할 수 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출판기획자의 자산. 출판기획자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 ‘왜 사람들은 열광할까?’, ‘왜 사람들은 저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등과 같이 사람이나 더 나아가 세상의 흐름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어떤 작가가 잘 전달할 수 있는지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넓고 멀리 보는 시야도 필수다. 작가와의 원활한 관계를 위한 소통 능력도 출판기획자가 갖춰야 할 역량. 많은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야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출판기획자가 되려면
출판사에 따라 채용하는 규모,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부지런히 채용 공고를 살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출판사의 경우 기획, 편집 직무가 나눠져 있는 것이 보통. 반면에 중소 출판사의 경우 편집부에 들어와서 실무를 익히고 만들고 싶은 책이 있을 때 기획안을 올려 책을 내는 시스템으로 운영돼 따로 직무별로 채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규모가 작은 출판사에서는 편집부에서 일 하던 중에 기획을 배우고 기획자로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모두 출판기획자가 되는 것은 아니니 개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출판 업무 배우기
① 출판 실무 경험 키우기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인턴십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중소 출판사 인력난 해소를 위해 청년구직자에게 출판 관련 직무의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300인 미만의 중소 출판사에서 실무를 경험해볼 수 있게 지원하는 것. 50인 이상 기업은 4개월, 100인 이상 기업은 3개월간 인턴 과정을 거친다. 인턴 기간의 업무 평가를 거쳐 정규직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실습 기간 중에는 매달 20만 원이 지원되며 실습이 끝나면 인턴수료증이 발급된다.

▶ 서울북인스티튜트(Seoul Book Institute)
서울북인스티튜트(SBI)는 ‘서울출판예비학교’, 즉 전문 출판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교육 과정을 거친 후에 출판사 채용으로 이어지는 출판사관학교로, 2005년 개원 이후 9000여 명의 수강생이 SBI를 거쳤다. 수업은 신규인력양성과정, 재직자직무향상과정, 일반과정으로 진행되며 신규인력양성과정의 경우 서류, 필기, 면접,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수강생을 선발한다. 디자인, 기획, 교양 글쓰기부터 마케팅과 출판사 경영까지 출판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


② 책으로 배우는 ‘책’
▶ 〈출판기획 실무노트〉 김재형 지음, 투데이북스

프레젠테이션 능력, 서평부터 디자인 프로세스와 저작권 위반 사례 까지 현장 기획자에게 필요한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론 중심이지만 저자의 경험이 곳곳에 배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출판기획자를 ‘습자지처럼 얇은, 바다처럼 넓은 지식을 갖춘 자’라고 말하는 저자의 뜻을 잘 생각해보자.

▶ 〈만만한 출판기획〉 이홍 지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출판의 노하우를 담아 전하는 ‘출판기획’의 첫 번째 시리즈인 <만만한 출판기획>의 개정판이다. 출판업계의 문제점과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 2장에서는 책의 제목을 뒤집어 ‘만만한 출판기획은 없다’라는 주제로 몇 가지 기획의 기술을 다룬다.



mini interview
홍은아 청아출판사 기획·편집실장
“출판만큼 성취감이 큰일도 없을 거예요”

Q. 출판기획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A.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대학교 학생회 때문이었다. 학생회에서 편집부를 맡으며 편집에 흥미를 느끼는 나를 발견했고, 졸업할 때쯤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 출판업이 나에게 가장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Q.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낀 적은?
A. 2006년에 <이야기 시리즈>라는 17권의 책을 다 만들었을 때다. 다 만들고 나서 포장되어 나온 책을 보니 말로 다 할 수 없이 뿌듯했다. 10년에 걸쳐 단행본으로 냈던 책을 완전히 리뉴얼 한 책이었다. 3개월 동안 밤을 새우며 작업했었기에 성취감이 더 컸던 것 같다.


Q. 출판기획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출판기획자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에 정성들여 색을 입힌 후 다른 사람에게 ‘같이 읽자’고 소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말해주고 싶은 것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성취감을 중요시 여기고 책을 만들고 싶은 열정이 있다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실력은 물론 임금 수준도 올라가기 때문에 꾸준히 업무를 수행한다면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될 것이다.


글 이찬주 대학생 기자(동국대 신문방송 2)

도움말 홍은아 청아출판사 기획·편집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