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팬 엔터테이먼트 기획PD

팬 엔터테인먼트는 ‘잘나가는’ 드라마 제작사다. 한류 드라마의 원조 격인 ‘겨울연가(2003)’를 시작으로 ‘소문난 칠공주(2006)’, ‘해를 품은 달(2012)’ 등 히트작은 일일이 꼽기 어렵다. 여세를 몰아 지난 2012년에는 상암DMC에 사옥 ‘더팬빌딩’을 완공했다. 팬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힘, 드라마사업부서의 기획PD로 입사한 박영진(26) 씨를 만나 그가 느끼는 상암 라이프와 입사 노하우를 들어봤다.
[COVER STORY] “나만의 드라마 시청법에 어학 실력 더했더니 취업으로 직행!”
Profile
1989년생
국민대학교 미술회화 전공
2013년 11월
팬 엔터테인먼트 입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대학생은 많다. 드라마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어 하는 취업준비생도 많다. 하지만 원하는 일을 찾은 신입사원은 그리 많지 않다.

박영진 씨는 해냈다. 미대생이었던 그는 남다른 지원 동기와 드라마에 대한 열정으로 당시 단 한 장뿐이었던 합격 티켓을 거머쥐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팬 엔터테인먼트는 크게 드라마사업부와 경영팀, 음반팀, 매니지먼트, 예능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중 드라마사업부서의 기획팀에 기획PD로 근무하고 있어요.

기획팀은 작가가 최상의 시나리오를 써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촬영장을 섭외하거나 작가가 캐릭터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실제 현직자에게 조언을 요청하기도 하죠.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는 제일 먼저 받아 보고 작가에게 피드백 하는 일도 합니다.

평소에는 작가로부터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거나 소설, 웹툰 등 드라마 소재가 될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읽고 재미있는 원작을 먼저 작가에게 추천하기도 합니다.


직접 참여했던 작품은 어떤 게 있나요?
KBS 드라마 ‘골든크로스’와 tvN 드라마 ‘갑동이’에 참여했어요.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MBC 주말 드라마 ‘마마(10월 19일 종영)’가 있죠. 특히 ‘마마’가 요즘 인기가 많아 애착이 가요. 처음부터 송윤아 씨를 여주인공에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는데 방송 이후 송윤아 씨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면 뿌듯하죠.

곧이어 마마 후속으로 선보일 ‘전설의 마녀’도 한창 작업 중입니다. 20~60대까지 연령별 4명의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기대가 커요.


드라마 기획PD는 인기직종이기도 해요. 어떻게 시작했나요?
처음엔 당연히 전공인 미술 관련 직업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를 고민하게 됐고 ‘드라마’라는 답을 얻었죠. 아버지가 예능PD라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았거든요. 중·고등학교 때도 부모님 몰래 공부 대신 드라마만 주야장천 보곤 했죠.

평소에 미술이 대중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아쉬움도 있었어요. 미술은 작가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하지만 드라마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죠. 그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어요.


구체적인 입사 과정이 궁금해요.
드라마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기획PD로 방향을 잡은 뒤 마침 팬 엔터테인먼트의 채용공고를 발견해 바로 지원했어요. 대부분 상시로 들어온 이력서 안에서만 선발하는데 마침 적당한 지원자가 없어 공채를 실시한 거죠. 서류전형 후엔 바로 임원면접을 봤어요. 부사장님과 회장님, 그리고 지금 저희 부서 팀장님이 면접관이었는데 ‘어떻게 우리 회사를 알고 지원했나’,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자신만의 입사 전략이 있었나요.
평소에 지원 동기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두고 이를 차분히 설명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또 그림을 그리듯 드라마 전체를 구성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을 강조했죠. 회사가 글로벌 인재를 선호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어학연수 경험 등 영어회화 능력도 어필했어요. 최근 중국과의 합작 프로젝트도 많아서 중국어를 할 줄 안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인턴십 등 다른 입사 경로는 없나요?
드라마 제작협회 산하의 ‘드라마 프로듀서 스쿨’이 있는데 제작PD, 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교육을 해줘요. 교육이 끝나면 인턴십 기회도 제공하죠. 우리 회사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작년에 기획팀 2명, 제작팀에 1명의 인턴을 받았어요. 이 중 제작팀 인턴은 지금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죠. 또 우리 부서의 한 선배도 이 과정을 통해 현재 기획PD로 근무하고 있어요.


기획PD가 되기 위해 특별히 필요한 역량이 있을까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 웹툰 등 종류를 불문하고요. 이때 단순히 읽고 보는 데 그치지 말고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하죠. 저는 드라마를 작가별로 나눠 스타일을 공부하면서 봤어요.

선배들의 경우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이 부분은 인과관계가 부족해’, ‘주인공의 만남이 너무 어색한데?’ 등 구체적인 것까지 보더라고요. 그러기 위해선 여러 사람과 의견을 공유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친구나 가족에게도 얻을 점이 많죠.


상암 생활은 어떤가요?
출퇴근이 조금 힘들어요. 역삼동에 사는데 지하철을 타고 합정역에서 내린 뒤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오려면 대략 출퇴근에만 3시간을 쏟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점점 번화해져서 좋아요. 음식점도 많이 생겼죠. 특히 상암의 명물 ‘된장짜장’이 있는데 짜장면에 된장을 풀어 고소해요. 얼마 전 MBC가 들어오면서 최근에는 점심시간마다 MBC 지하식당도 자주 찾죠.

미디어 업체가 많아서 그런지 카페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에요. 카페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거나 미팅하는 직원들이 많죠. 연예인도 많이 볼 수 있고요. 휴게 장소는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근처의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도는 정도죠. 미디어가 모여 있어 방송사 담당자들과 작업하기 편해진 건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요?
내년 상반기에 MBC를 통해 150억 규모의 대형 한중합작 드라마 ‘킬미, 힐미’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7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과 남자를 치료해주는 정신과 의사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많은 인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도 더욱 노력할 거고요.


글 이도희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