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만능 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사람’을 우선에 두는 기업·기업인의 존재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물질적인 이익과 사회 구성원이 바람직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 SOLUTION
에른스트 슈마허가 1973년 펴낸 경제학 서적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슈마허는 이 책을 통해 ‘메타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메타 경제학이란 인간과 환경을 위한 인문학 측면의 경제논리를 말한다.
최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비경제적이다’라는 말은 낙인이라고 할 만큼 결정적인 비난 요지가 되기도 한다. 현대적 의미의 경제학은 아름다움이나 건강, 깨끗함 등의 가치를 비경제적이라며 폄하할 수 있을 만큼 물질 만능 주의 형태로 남았다.
슈마허는 이런 현실을 메타 경제학으로 타파하고자 했다. 이 이념은 ‘불교 경제학’으로 대표된다. 불교에서의 경제적 노동활동이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경제란 상대방과 공존하기 위한 수단이며 노동은 인격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받을 만한 ‘역사 속 상인’
조선 시대 상인은 사회적 계급이 높지 않았던 신분 계층이었지만 올바른 신념을 지녀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던 이들이 있었다.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이들의 장사 철학은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 임상옥(1779~1855)
조선 후기의 무역상인으로 천재적인 상업 수완을 발휘해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회자될 수 있었던 것은 ‘장사란 이문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함이다’라던 그의 경제관 덕이었다. 그는 법을 악용하는 중국 상인에게서 번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줬다.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도 그를 모델로 한 소설 <상도>를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다고 말할 만큼 ‘사회 환원’을 중시한 그의 경제철학은 현대의 경영인에게 길잡이가 되고 있다.
● 김만덕(1739~1812)
당시 드물었던 여성 상인으로서 각 지역의 특산물을 교환하는 그녀의 장사 기술은 출신지인 제주도는 물론 서울 장안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녀의 이런 물물교환 방식은 ‘필요’라는 실용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이유에서 시작됐다. 김만덕은 부자가 된 뒤에도 ‘편하게 사는 것은 하늘의 은혜’라며 검소하게 살았다. 이런 그녀의 겸손한 경제활동은 오늘날의 기업인에게도 긍정적인 지침이 되고 있다.
● 변승업(1623~1709)
변승업은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 등장하는 변부자의 손자로, 재력이 대단해 그의 재물에 따라 나라의 경제가 좌우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만큼 책임감도 투철해 아들에게 함부로 돈을 운용하지 못하게 하고, 늘 행실을 조심하도록 가르쳤다. 당시 재물을 권력화해 남용하던 다른 상인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던 그는 백성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았다.
글 이도희 기자
자문 이동우 롯데중앙연구소 HR 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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