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의 한 강의실. 30여 명의 학생이 둘러앉아 무언가 말하고 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교수님의 질문에 한 학생이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질문의 내용은 이렇다. ‘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니?’, ‘너는 누구니?’

매 학기 숙명여대에서는 학생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수업이 진행된다. 그중 3~4학년을 위한 과목인 이화영 정치외교학과 겸임 교수의 ‘자서전 쓰기’ 수업은 학생들이 앞다퉈 듣고 싶어 하는 인기 강의. 강의의 주 내용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자기객관화’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학생들이 자소서를 쓰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며 진지하게 진로를 결정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 이화영 교수가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취업에 나선 학생들을 위해 자기객관화의 힘을 기르는 방법을 들려줬다.
[자소서 정복하기] 특급 자소서 쓰기의 첫걸음, 자기객관화
PART 1 자기 자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내 장점이 뭐야?”, “내 단점은?”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할 때면 친구에게 으레 묻는 말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큰소리 떵떵 치던 사람도 막상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면 무엇을 써야 할지 헤매곤 한다. 결국 자기소개서를 채우는 단어는 성실함, 리더십, 추진력, 열정….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남이 바라보는 자신을 소개하는 ‘자기소개서’로 바뀌는 순간이자, 취업 성공과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이다.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봐도 자신을 잘 모르겠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파헤쳐 봐야 한다. 바로 ‘자신을 주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이다. 즉, ‘자기객관화’를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야 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을 해왔는지, 어떤 순간에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데, 이때의 행동과 선택의 일정 패턴을 알아야 자신의 장단점 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사유하고 고뇌하는 훈련으로 완성되는 자기객관화
자기객관화의 기본은 모든 행동과 일에 대해 ‘왜’라고 묻는 것. ‘왜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와 같이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끝없이 이유를 찾다 보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이 자기소개서를 쓰며 힘들어하는 이유는‘특별한 경험’이 없어 ‘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와 집만 오가며 평범한 생활을 해서 자기소개서에 넣을 내용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 ‘왜 내가 평범한 생활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면 평범한 경험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생각’을 적는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사고를 잘게 쪼개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보는 ‘사유’를 할 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자신에 대해서 작성해야 읽고 싶은 자기소개서가 된다.

사유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에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눈뜰 때부터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방법이다. 침대에 걸쳐 앉는 것부터 걸음을 걷는 것, 세수하며 손을 움직이는 것까지 움직일 때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면 사고를 쪼개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행동에 일정 패턴을 깨닫게 되고,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결정할 수 있다.


PART 2 ‘자기객관화’로 자기소개서 작성하기
사유하는 훈련으로 객관화가 익숙해지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에피소드를 지어내거나 과장하여 작성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객관화를 통해 남들과 다른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이 무엇인지, 또 경험에서 진정으로 얻은 가치는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이 없어 쩔쩔매는 일은 없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구분하라
‘쓸 내용이 없다’는 핑계로 이력서의 내용을 반복해 자기소개서에 작성하는 일은 자기소개서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력서에 기재한 내용을 자기소개서에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지원한 것은 아닌지 △지원 기업에 자신이 잘 맞는지 △‘직업’을 인생의 최종목표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즉 ‘직업은 자신의 인생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알고 선택한 것인지를 냉철하게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성찰을 통해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경험을 찾아내고, 그 경험이 자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경험을 통해 변화한 내가 왜 지원하게 되었는지 풀어나가면 이력서와 다른 내용의 자기소개서를 완성할 수 있다.


형용사 사용을 줄여라
‘꾸미는 말’, 즉 형용사는 자신이 없거나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많이 등장한다. 잘 보이기 위해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과장하거나 꾸며야 할 때 사용하므로 진정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다면 범하지 않을 실수. 또한 자기소개서에 쓰는 형용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비슷할 수밖에 없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지루함을 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경험을 나열하는 것은 금물!
흔한 말로 경험을 풀어내는 것은 지루한 자기소개서의 대표적인 사례. ‘해외경험’이라면 대다수의 학생이 교환학생, 어학연수, 배낭여행 등을 경험으로 나열하며 ‘글로벌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라는 말로 자기소개서를 완성한다. 평범한 경험이라고 해도 각자 느끼는 것은 다 다르므로 경험에 대해 성찰하고 사유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패의 경험 또한 좋은 내용이 될 수 있다. 실패한 이야기를 쓰면 허점을 보이는 것 같아 이야기를 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20대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시기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어떤 절실함을 가지게 되었는지, 어떠한 노력과 변화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쓰면 천편일률적인 자기소개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MINI INTERVIEW
[자소서 정복하기] 특급 자소서 쓰기의 첫걸음, 자기객관화
“네 인생의 방향부터 생각해 봐”

- 이화영 교수

Q 학생들에게 ‘자기객관화’에 대해 가르치는 이유가 궁금해요.

학교에서는 학생의 역량 화를 위해 교육과정을 마련했어요. 윤리성, 기획성 등 사회가 원하는 역량 중심으로요. 하지만 한 학기로는 키울 수 없는 역량이기에 어떻게 하면 역량 강화보다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죠. 그 결과 ‘자기 자신을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생 동안 해야 할 선택에 대해 자신의 선택 패턴을 알아내고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에요.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최고의 선택을 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요.


Q 자기객관화 수업방식은?
학생들과 교감을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해요. 수업 첫 시간에는 자기개방을 하도록 ‘나는 누구인가’, ‘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등에 대해 쓰도록 하죠.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강생 앞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저는 계속해서 질문해요. 내면을 끌어내는 질문으로요. 계속해서 질문하다 보면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내면을 스스로 보게 되는데, 그 모습에 놀라 학생들이 종종 눈물을 보일 때가 있어요.


Q 대학생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어떤 선택을 할 때 자기의 행동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충분히 이해한 선택인지 헤아려보길 바랍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한 채 취업 시장으로 나가고 있어요. 이렇다 보니 무분별하게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게 되고, 실패를 맛보게 되는 경우가 많죠. 진로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미지 선택’이에요.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고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꿈꾸고, TV 드라마 속 호텔리어를 보고 호텔 입사를 꿈꾸는 것을 말하죠. 이미지 선택으로 진로를 결정하면 삶의 목적이 바뀌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인생의 목적이 ‘직업’이 돼버리는 거예요. 직업은 인생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 인생의 목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해요. 꼭 하루 한 번 잠깐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감정을 읽어보며 나만의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고 객관화해 봤으면 해요.
[자소서 정복하기] 특급 자소서 쓰기의 첫걸음, 자기객관화
이화영 교수는
(현) 연구센터 사람과사회 소장
(현)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 교수
2013년 법무부 여성정책 심의위원
2013년 국무총리실 여성정책 조정위원
2011년 제1대 한국여성진흥원장


글 김은진 기자·박선민 대학생 기자(숙명여대 영어영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