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 경기는 미국 내 시청자만 4000만 명이 넘고 전 세계 200여 개 나라에서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 중의 하나다. 이 경기의 TV 중계방송 광고 단가는 30초짜리 기준으로 약 400만 달러(43억 원)에 달한다. 이 대형 이벤트에 지난 2010년부터 국내 광고회사로는 처음으로 광고를 직접 제작해온 회사가 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이 회사의 미국법인이 만든 광고(현대자동차)는 슈퍼볼 경기 때 선보인 광고들을 대상으로 한 USA투데이의 투표에서 2012년 7위, 2013년 9위에 이어 올해 6위를 기록, 한국 기업 광고로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3년 연속 10위권에 진입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worldwide)’ 이노션 월드와이드, 그 속을 들여다봤다.
[기업탐방] 통찰력(insight) 넘치는 창의력 발전소, 이노션 월드와이드
창의와 변혁으로 세계와 소통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송곳 같은 기획력을 지닌 자유분방한 인재들이 모인 곳’,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문화 창조자들의 공방’. 광고대행사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대개 이런 것들이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이하 이노션)는 두말 할 것 없이 국내 최고의 광고대행사다.

하지만 이노션을 단지 ‘광고대행사’라는 구식 프레임에 가둬 놓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노션은 광고는 물론이고, FIFA 월드컵, 모터쇼, 엑스포, 슈퍼볼, 아카데미 시상식 등과 같은 대규모 글로벌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매체의 한계를 넘어 소비자와의 모든 접점에서 살아 숨 쉬는 마케팅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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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은 세계 최대 광고 축제인 칸 국제광고제에서 2년 연속 오프닝·클로징 갈라를 단독 후원하고, 전 세계 마케팅 관계자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뉴욕 페스티벌, 애디어워즈(ADDY Awards), 애드페스트(AdFest), 고아페스트(GoaFest)와 같은 광고제에서도 끊임없는 수상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레드닷(Reddot), IDEA, 스파크(Spark) 등 세계적인 디자인 대회에서의 수상으로 글로벌 종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놀 때도 콘셉트 있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느껴지는 찰나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노션이 입주해 있는 층과 다른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층은 엘리베이터 앞 공간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마치 ‘Creative’와 ‘Normal’의 차이를 문이 열리고 닫히는 3~5초 동안 확연하게 보여주는 한 편의 광고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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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이노션. 사무실, 카페, 회의실, 복도 등에서 마주친 직원들의 첫인상은 ‘포켓볼’이었다. 민무늬와 줄무늬,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을 보이지만 그 안은 단단한 당구공처럼 프로페셔널리즘으로 가득 찬 사람들. 이상윤 홍보팀 대리는 “누가 봐도 ‘광고인’입니다. 하지만 이노션 사람들은 여느 광고인들과 다른 철학과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죠. 분명 다릅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사내 카페와 휴게 공간도 여느 그것과는 다르다. 세련되면서도 격식 있는, 하지만 발랄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잃지 않은 카페는 강남 도심을 내려다보며 잠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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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 공간은 마치 삼청동에 있을 법한 현대미술 갤러리 같다. 직원들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 구성이 돋보이는 가운데, 곳곳에 놓인 물건들은 꼭 거기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래가 뿌려진 나무판 위로 타원형의 금속 말을 밀어 상대방의 말을 밀어내고 가장 멀리 있는 공간에 자신의 말을 배치해 점수를 내는 ‘셔플보드’는 무척 흥미롭다. ‘모래판 컬링’인 셈이다.

이상윤 대리는 셔플보드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만지작거리는 기자를 보며 “이노션 사람들은 놀 때도 콘셉트 있게 놀아요. 뭘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는 주의죠”라며 금속 말을 능숙한 솜씨로 밀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나무판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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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밴 크리에이티브 정신
사무실은 직군에 따라 그 형태가 조금씩 다른데 전반적으로 각자의 창의성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구조로 짜인 것이 특징이다. 개방할 곳은 시원하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할 부분은 은밀하게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제작팀의 책상. 벌집 구조로 짜인 사무실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서로 이어진 제작팀의 책상에는 직원들의 개성이 드러나듯 각기 다른 독특하고 재미있는 소품들이 놓여 있다. 이노션의 독창적인 광고가 바로 이 책상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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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클리닉’, ‘꽉!’, ‘지금 포기해도 늦었어’ 등등. 이노션의 회의실 이름은 이처럼 기발한 것들로 가득하다.

“어이, 김대리, 이따 ‘멘붕클리닉’에서 봐.”

“네? ‘지금 포기해도 늦었어’가 아니고요?”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회의실에서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은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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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inno) 키친’이라는 사내 식당은 단순히 ‘사내 식당’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식판에 담긴 음식의 종류, 어울림, 맛, 영양 등은 한 눈에 봐도 고급 케이터링 수준이다. 식당 벽면에 걸린 앤디워홀의 작품들과 네온사인 등은 웬만한 패밀리레스토랑 버금가는 분위기를 풍긴다. 부득이하게 혼자 식사를 하는 직원들도 굳이 빨리 먹을 이유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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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 키친 옆에는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는 농구대들이 놓여 있다. ‘남들 눈치 보느라 누가 얼마나 저걸 하겠어’ 라는 기자의 생각은 기우였다. 직원들은 신들린 듯 슛을 던졌고 곳곳에서 함성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기룡 인사팀 대리는 “노는 것도 굉장히 열심히 놀아야 한다”며 이노션의 열정을 강조했다. 이노션 사람들, 정말 다이내믹하다.

사내 도서관인 ‘이노(inno) 라이브러리’에는 디자인, 경영, 코칭, 마케팅, 광고 등 총 3800여 권의 다양한 서적이 비치되어 있다. 웬만한 시중 서점보다 찾기 쉽게 배열된 책들과 산뜻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여기가 바로 이노션의 ‘크리에이티브 인큐베이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단언컨대’, 이노션은 혁신과 창의를 배양하는 가장 완벽한 발전소다.



대학생 기자 후기
[기업탐방] 통찰력(insight) 넘치는 창의력 발전소, 이노션 월드와이드
이수진(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 2)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광고기획이다. 또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이노션’이다. 직원들의 편안한 복장, 재미있는 회의실 이름 그리고 식당 앞 농구 게임 등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가 참 좋았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며, 창의적인 사고를 끊임없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짧게만 느껴진 탐방 시간이 아쉬웠지만 이번을 계기로 더욱더 이노션, 그리고 광고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키워나가고 싶다.


[기업탐방] 통찰력(insight) 넘치는 창의력 발전소, 이노션 월드와이드
이정한(호서대 행정 3)

학생 신분으로 회사 내부까지 가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 탐방 기회를 통해 이노션의 사무실 및 편의시설을 속속들이 구경할 수 있었고, 인사실무자와 직접 대면하여 틀에 박힌 질문과 답변이 아닌 생생하고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었다. 이노션만의 독특한 면접 방식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이런 게 바로 이노션을 말해주는 하나의 징표가 아닐까 싶다. 평소 막연하게 관심을 갖고 있던 광고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고, 앞으로 광고대행사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식으로 노력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기업탐방] 통찰력(insight) 넘치는 창의력 발전소, 이노션 월드와이드
장혜원 (영남대 식품영양 3)

이노션은 굉장히 자유롭고 감각적인 느낌이었다. 크리에이티브한 사고를 중요시하는 기업이어서인지 회사 내 소품 하나하나에도 밝고 톡톡 튀는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 배치도 직원들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홍대 카페에서 면접을 진행하고 복장이 정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원자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내 문화가 있기에 직원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직장과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인터뷰
김기룡 이노션 월드와이드 인사팀 대리
[기업탐방] 통찰력(insight) 넘치는 창의력 발전소, 이노션 월드와이드
“다양한 경험과 도전정신 가진 인재 환영”


Q 이노션이 원하는 인재상은?
다양한 경험과 도전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꼭 광고나 마케팅 경험이 아니라도 좋다. 열정을 갖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채용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나
9월 초쯤 홈페이지를 통해 채용 공고를 낸다. 2주 정도의 서류 접수 기간을 두고 서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이노션 인사이트 테스트(인적성 검사)’를 실시한다. 창의력과 논리력을 검증하는 단계다. 문제는 모두 주관식이다. 예를 들어 ‘한강대교에서 실직한 50대 가장이 자살하려고 한다. 3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사람과 어떤 통화를 하겠는가?’라는 식이다. 10월 중순에서 말쯤 면접이 진행되는데 작년의 경우에는 홍대의 한 카페를 빌려 면접을 진행했다. 올해 면접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Q 이노션만의 면접 특징
1차 면접은 임원, 현업 팀장, 대리 혹은 차장급의 실무진 등 총 세 명이 지원자 한 명을 대하는 개별 면접 방식이며 소요 시간은 1명당 30분 정도다. 비교적 젊은 면접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취지는 젊은 시선으로 생각이 젊은 분들을 뽑자는 것이다. 최종 면접은 임원면접. PT면접과 토론면접은 실시하지 않는다. 이러한 면접을 하지 않는 이유는 처음엔 자기주장을 강하게 얘기하다가 반대의견이 나오면 서로 조율하고 타협하는 형식적인 것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정답 찾기’ 식의 면접이 이루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그리고 지원자들에게 ‘정장 착용 금지’라고 안내한다. 그래도 정장을 입고 오는 지원자들이 있는데 감점을 하진 않는다. 본인을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복장은 뭐든 상관없다. 모자 쓰고 기타 메고 오는 사람도 있다.


Q 우대하거나 선호하는 전공이 있나
없다. 광고는 다양한 경험을 지녀야 잘 할 수 있다. 똑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똑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다양한 클라이언트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전공을 가진 지원자들이 필요하다. 컴퓨터공학, 성악 등을 전공한 직원들도 있다. 다만 아트 디렉터 같은 특수 직군만 전공 제한이 있다.


Q 영어는 얼마나 잘 해야 하는지
15개 해외법인이 있는데 외국어가 안 되면 업무 자체가 진행이 안 된다. 해외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직원이라 하더라도 클라이언트가 외국계일 경우는 영어가 중요하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업무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구사 능력이면 충분하다. 앞으로는 스페인어나 중국어를 잘 하는 사람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탐방 함께한 대학생 기자 이수진(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 2)·이정한(호서대 행정 3)·장혜원(영남대 식품영양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