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 뽀뽀(포옹) ? 키스 ? 섹스”

400년을 산 도민준도 알았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가 친밀해지는 순서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예기치 않게 순서가 뒤죽박죽되는 경우가 적잖게 있다. 손잡고 뽀뽀하는 것쯤이야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지만, 그 뒤의 순서가 엉키면 남자든 여자든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귀자는 말도 없었고, 손도 잡지 않았고, 뽀뽀도 하지 않았는데, 눈을 떠보니 함께 누워 있다면?
[낭만팬더의 은밀한 성(性)상담소] OMG! 처음 만난 날 자버렸어…
Q 우리는 이제 막 썸을 타려는, 그러니까 심장이 살짝 말랑말랑해지려고 하는 그런 관계였어. 카페에서 밥 먹고 이야기하다가 술 한잔하자며 거리로 나섰지. 맥주를 연거푸 들이켜는데 그녀가 소주로 바꾸자고 하더라고. 뭘 어째, 신나게 마셨지. 그 이후는 기억이 안 나. 눈을 떠보니 그녀와 함께 아침을 맞고 있더라는 것밖에는…. 손은 언제 잡을까, 뽀뽀는 언제 할까, 상상만으로도 설레던 그 시간은 사라져 버렸어. 그녀와 나는 썸 타다 바로 육체적 사랑을 나눠 버린 사이가 된 거야. 정신적 사랑 없는 섹스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온 나로서는 이 상황이 너무나 당황스러워. 그녀도 마찬가지일 테고.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사귀자고 고백하자니 모양새가 이상하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기엔 큰일을 저질렀고…. 우리 어쩌면 좋아?


A 맞다, 큰일이다. 스킨십 단계는 연인 사이에서 민감한 문제다. 심지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갈 데까지 갔다면 엄청나게 큰일을 저지른 게 맞다. 이런 때 필요한 건 이성.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따져 보자는 거다.

우선 두 사람은 카페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다 더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서 술을 마시러 이동했다. 이 모든 상황은 서로에게 호감이 있다는 증거. 관계를 이어나갈 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높다. 낭만적인 스킨십 단계를 건너뛰었다고 해서 서로에게 품은 호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말씀. 키스든 섹스든 종류만 다를 뿐,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돌발 상황 때문에 서로 연락을 끊는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낭만팬더의 손목을 걸겠다.) 남자가 연락을 하지 않을 때, 여자의 머릿속에는 한 문장이 남을 것이다. ‘나와 자려고 만난 남자.’ 그리고 여자는 이렇게 지레 짐작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잤으니 사귀자고 하면 질척거리는 여자로 생각할 거야.’ 이렇게 마음엔 상처만 남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꼬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반대로, 이를 계기로 연인이 된다면 더 좋은 결말을 만들 수도 있다. 잘 모르던 상대지만 만나면서 매력을 발견하고, 그날 일이 ‘실수’라기보다는 둘 사이에 필요한 ‘해프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실수했다고 숨어 버린다면 좋은 사람을 놓치는 더 큰 실수를 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물론, 막상 관계를 발전시키다 보면 서로 맞지 않는 상대라는 걸 알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일단 해보는 것이 낫다.

연인으로 가는 과정을 단축시켰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단, 썸 탈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단계를 밟자. 처음인 양 스킨십 스텝을 하나씩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 당시의 당황스러움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며 털어 버리는 시간도 곧 올 것이다.


※낭만팬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야담부터 나눈다는 성진보주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은밀한 고민을 의심 없이 털어놓아도 좋을 상대다. 단언컨대 공감능력 갑(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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