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S BIEN [트레비앙 ·Very Good]

[스타 인터뷰] Tres Bien, Fabien
프랑스인 파비앙이 한국에 온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집 앞에 태권도장이 있어서였다. 시작은 놀랍도록 단순했지만 그가 한국을 사랑하는 진심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스타 인터뷰] Tres Bien, Fabien
“선배로서 말하는데, 대학생 때가 가장 행복한 거야”

프랑스 태권도 국가대표라는 이력이 있네요. 태권도가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인가요?
제가 어렸을 때 굉장히 약한 편이어서 어머니께서 집 앞에 있는 태권도장에 절 보내셨어요. 베트남 출신이신 어머니도 태권도에 대해 잘 아시진 못했어요. 그 당시엔 프랑스 전국에 태권도장이 4~5군데밖에 없었거든요. 만약 집 앞에 유도장이 있었다면 전 유도 선수가 돼서 일본에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웃음)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에 호기심이 생겼으니 따지고 보면 한국에 온 가장 큰 원인이 태권도네요. 태권도와 관련된 ‘돌려차기’나 ‘바람의 파이터’를 보고 한국 영화를 좋아하게 됐고 핑클이나 DJ DOC, 이정현의 앨범을 비싼 값에 구해서 듣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가족이 그리울 거 같아요.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밝히셨는데 그 자세한 이유를 알고 싶어요.
그냥 지금 한국에 있는 게 정말 행복해요. 7년 정도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정이 들어서 쉽게 떠나진 못할 거 같아요. 프랑스 친구들도 1년에 한 번씩 놀러 와요. 한국의 놀이 문화를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보고 싶죠.


프랑스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지 알고 있나요?
프랑스에 있는 지인들은 제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직 잘 몰라요. 가끔 프랑스의 웹사이트나 TV 프로그램에 제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습들이 나오곤 하는데 그럴 땐 SNS로 잘 봤다고 연락이 와요. 사실 프랑스에도 한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3·1절을 맞아 독도를 가는 걸 보고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 정의감이 강하고 ‘뜨거운 피’를 가졌다고 생각해요. 프랑스에도 지금 한국의 상황과 같은, 비슷한 역사가 있었거든요. 자연스럽게 독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3·1절을 맞아 독도를 방문한 건 독도 아카데미 수료식을 마치고 가게 된 거였어요. 사실 독도 빼고 한국에 안 가본 데가 없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을 다 다녀본 셈이 되었어요.


처음부터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한국의 위계질서가 익숙하지 않았어요. 프랑스에서도 물론 나이 든 사람들을 공경하지만 한 살 더 많은 사람에게도 깍듯이 대하진 않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선 특히 연극 계통이 상하관계를 많이 따지는 편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실수도 많이 했는데 2년 뒤에는 완벽하게 적응하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위아래를 더 따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반대로 마음에 드는 한국만의 특징이 있나요?
배달이나 택배가 빨리 도착하는 건 정말 좋아요. 프랑스에서는 택배가 보통 1주일에서 2주일 정도 걸리는데, 한국은 주문한 바로 다음날 받아볼 수 있잖아요.


‘나 진짜 한국사람 다 됐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3년 만에 프랑스를 갔었어요. 한국에서처럼 다 먹고 나가는 길에 계산서를 가지고 나갔는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죠. 프랑스는 자리에서 계산하는 문화니까요. 또 한 번은 자정 즈음에 집에 가려는 친구들에게 “2차 가자”고 외치기도 했어요. 프랑스는 자정이 지나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한국에 오래 머물다 보니 입맛도 한국식으로 변한 것 같아요. 프랑스 음식이 너무 짜더라고요. 물을 얼마나 들이켰는지 몰라요.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 가장 도움을 준 사람이 있나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프랑스에서 알던 태권도 관장님의 체육관을 찾아갔어요.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도 그분께서 정말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개인 교습이 끝나면 밥을 사주시기도 하고, 한국 친구들도 소개해 주셨어요. 관장님 덕분에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요. 태권도가 한국생활에 있어서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스타 인터뷰] Tres Bien, Fabien
한국 음식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게 있나요?
바나나킥을 굉장히 좋아해요. 처음 MT를 가서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해 버렸어요. 쉬지 않고 네 봉지도 넘게 먹을 수 있을 정도예요. 제가 바나나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바나나 우유는 제가 특히 눈독들이고 있는 아이템이에요. 프랑스에서 팔면 잘 팔릴 것 같아서요. 프랑스에는 딸기 우유나 바나나 우유가 없거든요.


한국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떤가요?
프랑스 대학생들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예를 들어 시험 전에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거요. 전 세계 학생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점은 프랑스 대학교는 짧은 방학이 자주 있고 휴학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취업하는 데도 있어서 프랑스 대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연봉을 따지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영어 점수나 자격증은 필요가 없어요. 대신 대학교와 전공, 면접이 취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죠.


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어요. 연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머니가 방송 스크립터셨어요.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촬영장에서 많이 놀았었죠.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배우도 보고 촬영 현장도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됐어요. 누나도 뮤지컬 배우거든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어요. 대신 어머니께서 아카데미만 다니기보다는 대학교도 다니길 원하셨어요. 대학은 시험만 보고요. 제가 태권도 국가대표였기 때문에 태권도를 하는 시간이 아주 많았는데, 아카데미를 다니고 학교 시험공부도 하면서 운동까지 하기가 쉽지 않았죠. 대신 전 벼락치기를 정말 잘했어요.(웃음) 한국처럼 객관식 문제가 있었다면 더 잘했을 텐데, 모든 과목이 생각을 많이 하고 써야 하는 문제들이었죠.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한국어 공부는 TV를 보면서, 또 한국 친구들과 놀면서 많이 배웠어요. 비교적 자연스럽게 한국어 발음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생활 속에서 언어를 배운 덕분이에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2년 동안은 일부러 외국인 친구들을 피해 다녔어요. 한국 친구들의 말을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지만 계속 만났어요. 지금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기록해놓고 일주일에 한 번씩 쭉 읽어보며 연습을 해요. 목표도 있고, 관심도 있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기 싫었으면 못했겠죠.


특별히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무엇보다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태권도를 하다 보니 욕심이 나더라고요. 액션에 자신이 있는데, ‘왜 아직 그런 역할이 들어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요. 조금 더 비중 있는 역할의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여러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프랑스에서는 항상 로맨스 연기만 했었거든요. 캐릭터만 잘 맞으면 다 도전해보고 싶어요.


롤 모델로 삼는 연기자는?
롤 모델은 따로 없어요. 대신 열심히 해서 다른 외국인들이 저를 보면서 ‘파비앙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제 꿈이 이루어지면 다른 사람들의 꿈도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캠퍼스 잡앤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대학생 여러분~(웃음) 아무리 공부하기 싫어도 미래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요. 공부하면서도 대학생활을 즐겼으면 해요. 대학을 졸업한 선배로서 말하자면 대학생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학교 끝나고 집에 가지 말고 더 놀고 들어가세요. 많이 논다고 해서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그리워질 거예요. 저는 아직도 그때가 그리워요. 참 좋은 시절이니 모든 것을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파비앙은
1987년생 프랑스 출생.
프랑스 태권도 국가대표.
2008년 파리 12대학 International Business 졸업.
2009년 드라마 ‘에덴의 동쪽’으로 데뷔.
드라마 ‘제중원’, ‘더킹 투하츠’, ‘닥터 진’.
2013년 예능 ‘나 혼자 산다’.
2014년 예능 ‘트루 라이브 쇼’.


진행·글 이동찬 기자I 사진 신채영(그라피 스튜디오)
모델 파비앙 I 헤어·메이크업 장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