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시험에 나와! 족집게 경제상식
“운전을 가르쳐 주겠다”며 핸들을 맡겼던 아버지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행여 사고라도 날까 전전긍긍하시며, 급기야 브레이크만 밟아대는 아들에게 육두문자를 내뱉으셔야만 했던 아버지. 당신의 그때 심정을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초보운전자가 가장 흔하게 벌이는 실수 중 하나가 브레이크 작동이야. 면허증을 소지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금방 고개를 끄덕거리겠지. 부드럽기는커녕 꾸욱꾸욱 밟아대는 통에 관성의 법칙이 뭔지 온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던 경험 말이야.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비행기에 비유해 보면 어떨까?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멈춰야 하는 상황은 곧 ‘착륙’에 비유할 수 있겠지.
그런데 초보운전자가 사정없이 브레이크를 밟아대듯이, 비행기 착륙도 좀 거칠게 하는 분들이 있어. 반면 내가 지금 떠 있는지 굴러가는지 헛갈릴 만큼 부드러운 착륙기술을 자랑하는 파일럿도 있지. 좀 있어 보이게 영어로 하면 하드랜딩(hard landing), 우리말로는 ‘경착륙’이라고 해. 반대로 스무드한 착륙은 연착륙(소프트랜딩 soft landing)이라 하지. 급격한 경기 하강, 세계 경제 폭탄 되나
경착륙, 연착륙은 비행기술에만 쓰이는 말은 아냐. 무언가 정상적인 상황을 벗어난 급격한 변화에 빗대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경기 등 경제 상황이 급격한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경착륙이라 부르곤 하지. 대표적인 게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야. 중국 경제가 급격한 하강 국면에 접어든다는 뜻이지.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워왔어.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이후 지난 2010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지. 비록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지만, 7% 이상의 고성장 기조엔 변함이 없어. 급기야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따돌렸고,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 즉 G2로까지 성장했어. 자동차, 선박, 반도체, 휴대폰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한국도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지 오래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왕서방들의 힘이 세지자,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이미 글로벌 경기를 좌지우지할 핵심 요소가 됐어. 세계의 공장, 세계 경제의 엔진이 부진한 속도를 내는 순간, 그나마 위기를 극복해 가던 글로벌 경제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지. 당장 우리만 해도 중국 경기가 안 좋아져 수출이 막힌다 생각해 봐.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인 건 알고들 있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말 그대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을 뜻해. 고성장에 따른 여러 부작용, 예를 들어 부동산 거품, 과거와는 다른 고임금 구조로 인한 ‘차이나 엑소더스’, 도시와 농촌 간의 빈부 격차 등은 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국가 과제이기도 해.
전문가들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이 10%, 적어도 9%대 성장세를 이어가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실제로 중국은 2011년 들어 수출증가율은 낮아지는 반면 수입증가율은 높아지고 있지. 경제 성장에서 대외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야. 뭐 워낙 내수시장이 크기도 하지만.
사실 중국 경착륙설이 요즘 막 튀어나온 이슈는 아니야. 경제에 관심 좀 있다 싶은 사람이라면 벌써 10년 넘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문제는 경착륙 가능성이 실존한다는 거지. 예를 들어 지난 7월 중국의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든지 하는 식이지. 더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본격화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중국 경착륙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어.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버블 경제 전문가’로 이름 높은 엔디 셰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축소가 중국 경제 경착륙을 가져올 것”이라 확언하기도 했지.
경착륙은 분명 부작용이 큰 시나리오임에 틀림없어. 하지만 전화위복으로 삼으면 오히려 경제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기는 해. 1997년 IMF 외환위기 덕분(?)에 우리 경제 체질이 좀 더 투명하게 바뀐 역사가 좋은 예야. 그렇다 해도, 왕서방들아! 제발 부드럽게 착륙해 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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