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동료들과 블라블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낮에는 열심히 일을 배우고, 저녁에는 이웃들과 모여서 와인 잔을 부딪치며 하우스 파티…. 이런 기대로 떠나는 이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영어는 뜻대로 안 나오는데 일에 치이고, 차별에 치여 눈물을 훔치며 하루하루 버티는 ‘워홀러’가 적지 않다는 게 현실. 여기에 최근 호주에서 일어난 무자비한 살인사건 소식이 더해지면서 안전에 대한 공포까지 추가된 상황. 견문을 넓히면서 돈도 벌고 여행도 하며 세계 친구를 사귀는 기회, 워킹홀리데이를 안전하고 실속 있게 다녀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워홀 안전 주의보] 젊은 날의 특권 워킹홀리데이, 안전하고 실속 있게 다녀오기
워킹홀리데이는 Working과 holiday의 합성어로 ‘돈도 벌고, 어학 실력도 키우고, 여행도 하는’ 해외 경험이다. 만 18세에서 30세에 해당하는 청년들이 참가할 수 있으며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최장 1년 동안 체류하면서 관광, 취업, 어학연수를 할 수 있다. 1년을 알차게 채우고 귀국하는 워홀러도 많지만, 힘든 노동과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고 돌아오는 워홀러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16개 국가 및 지역(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홍콩, 대만,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발효 예정), 이스라엘(발효 예정))과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맺고 있다. 또 워홀 참가 인원은 2012년 기준으로 총 4만8496명이 참가 중이며, 이 중 70%인 3만4234명이 호주로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하게 준비하고 가실게요~

워킹홀리데이는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외국인 기업·사장과 금전관계가 오가는 계약이다. 또 학생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서 관리해주는 시스템을 받을 수 없다. 철저하게 개인 신분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참가하는 해당 국가에 대한 정보와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국가(지역)별 여행안전정보 및 재외공관 연락처, 한국 24시간 연중무휴 영사콜센터 연락처를 반드시 숙지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외교부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 홈페이지(www.whic.kr)에 상세히 게시돼 있다.



워홀러, 그대가 곧 국가이니라

자신이 일할 곳의 사장이나 동료 직원은 워홀러를 통해 ‘한국’을 바라본다. ‘잠깐 일하다 다시 돌아갈 텐데’라는 생각은 금물. 특히 해당 국가의 법령이나 규범을 따라 건전하게 워홀 생활을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핸드폰 요금 등 공공요금 납부를 미루거나 무임승차 등 규범을 어기는 경우 예상 밖으로 엄격한 제재를 받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또 현지의 사회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모든 일을 빨리빨리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과 달리, 느긋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나라가 많다. 옳고 그름으로 따지기보다는 ‘다름’을 인정하는 게 성숙한 워홀러의 자세다.



‘재외국민’ 등록 꼭 하기

재외국민 등록은 이사할 때 주민등록을 옮기는 것과 매한가지다. 모든 재외국민은 재외국민 등록을 해야 하며, 등록을 함과 동시에 재외국민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다.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지역 관할 공관으로부터 신변 안전보호를 위한 긴급연락을 받을 수 있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귀찮다고 생각 말고 꼭 등록하자. 재외국민 등록은 해당 거주 국가의 관할 공관(대사관, 총영사관, 분관)에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송부, 팩스, 온라인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취업사기·보이스 피싱… 당황하지 마

“지금 따님이 호주에서 사고를 당해서요, 돈을 좀 보내주셔야 합니다.”, “당신을 가장 좋은 일자리로 초대합니다, ○○유학원.” 이런 홍보지나 전화를 받으면 당장 무시하고 끊어 버려라. 최근 워홀러와 교환학생 당사자 및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사기와 보이스 피싱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보이스 피싱을 당할 경우엔 영사콜센터에 전화해 사실 유무를 확인하자. 특히 부모님에게 관련 교육이 꼭 필요하다. 워홀러에게 “빨리 일자리를 구하게 해 주겠다”라고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일부 유학원 등 중개업체들의 과장된 광고에 현혹돼 사기를 당하는 일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취업 과정과 고용 계약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고용 계약서를 작성한 후 일을 시작해야 한다.



비자·여권, 입국 후 등록사항을 챙겨라

워홀을 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몸과 같이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비자와 여권이다. 먼저 자신의 비자 유효기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이다. 여권은 분실할 경우 악용될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분실 신고를 자주 하면 불법행위 가담자로 의심 받아 입출국이나 여권 확인 시 불합리한 취급을 받는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여권은 자신의 몸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챙겨야 한다. 현지 입국 후에는 등록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각 국가별로 입국 후 등록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반드시 체크하고 안전하게 워홀 생활을 시작하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보험에 가입하라

보험을 의무로 하지 않는 국가라 하더라도 무조건 보험 가입 후 떠나자.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 더구나 먼 나라로 떠나는 것이므로 안전장치를 한다는 생각으로 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이 점을 간과했다가 워홀로 번 돈을 의료비로 다 날리고 워홀 생활도 함께 날아가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의료 보험을 필수 사항으로 지정한 국가는 캐나다, 일본,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홍콩, 대만, 체코, 오스트리아이다. 출국 전에 건강검진을 받아 본인의 몸 상태를 알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치과 치료 등 받고 있던 치료가 있으면 한국에서 다 끝내고 가는 것이 경제적이다. 응급약이나 항상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다면 영어 처방전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간혹 한국에서 들어 놓은 보험 중에 해당 국가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중복 가입이 없도록 확인하는 정성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워홀 실패 유형
워홀 갔다 새 됐스~


① 한인 가게에서 장기간 일하기
워홀로 가는 대부분의 국가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아 취업하기가 쉬운 편. 그러나 이 경우 현지 평균보다 낮은 저임금뿐만 아니라 워홀을 떠나는 목적인 ‘다양한 경험’을 하기가 어렵다. 허무함과 배신감을 느껴 실망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② 유흥과 도박에 빠져…
외국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다 보면 ‘돈’ 자체에 대한 개념을 잊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난생 처음 큰돈을 벌어 본 케이스가 특히 더 그렇다. 수중에 돈이 있으니 음주나 유흥 문화에 쉽게 빠진다. 통장 잔고를 채우기 위해 외국까지 나갔건만 오히려 통장 잔고를 비우는 허무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③ 한국인 친구들만 만나
그 멀리까지 가서도 한국인 워홀러, 유학생들끼리만 어울리는 경우가 꽤 많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현지 적응이 어려워 실패를 자초하는 케이스다. 차라리 떠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건 말하나 마나.




Interview 워홀 경험자의 생생 조언
“영어 공부는 떠나기 전에, 가서는 목표 달성에 올인하라”

친구 따라, 혹은 과도한 자신감으로 무작정 워홀을 떠났다가 우정과 지갑에 눈물이, 영어 성적에도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저기 떠도는 이상한 정보들 말고, 워홀을 직접 경험한 이들의 알찬 워홀 성공 비법을 들어보자.



Q. 어떤 일을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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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처음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초밥 집에서 주방보조 일을 했다. 하지만 ‘한국인 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너무 적은 돈을 받았다. 결국 2개월이 채 안 돼서 일을 그만두고, 소시지 공장에서 패킹(포장)업무를 하게 됐다. 그곳에서는 단순 업무임에도 큰돈을 벌 수 있었고,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았다. 근무 시간도 6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외국인 친구들과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가기도 하고 골드코스트 등 유명명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여환욱: 나는 남들보다 여유자금을 충분히 가지고 갔기 때문에 바로 일을 구하기 전에 어학원에서 영어회화를 배웠다. 그 후 귀국 6개월을 앞두고 일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먼저 학원을 오래 다닌 결과, 외국인들을 직접 상대하는 ‘다이소’라는 곳에서 이직 없이 6개월 동안 일할 수 있었다. 영어공부에도 큰 도움이 됐다.



Q. 가장 힘들었던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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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모든 생활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디 하소연할 때가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여환욱: 워홀 중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됐다. 정말 심하게 다쳐서 병원비가 500만 원이 나왔는데 여행자 보험이 이미 만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힘들었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힘들게 번 돈을 한 번에 날려버렸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Q. 후배 워홀러에게 조언 한마디

김대현: 워홀을 가기 전에 충분한 영어회화 실력을 갖춰야 한다. 나는 처음에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떠나 굉장히 힘들었다. 돈, 경험, 영어를 모두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한 가지라도 제대로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여환욱: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준비하길 바란다. 나는 영어공부가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에 항상 외국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자기 전에 항상 영어 일기를 썼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캐나다 도시워홀 vs 시골워홀


워홀 지역을 결정할 때 널리 알려진 도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차 없이는 걸어 다니기도 힘들고 주변에 구경할 데도 없는 소도시(시골)로 가는 이도 있다. 일자리가 많고 어학원이 많은 도시, 살아 있는 영어를 느끼고 각종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시골, 당신의 선택은?


Q. 도시 워홀의 장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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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영: 도시에는 많은 즐길 거리, 배울 거리가 있다.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몰랐던 걸 알게 되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기도 하고, 반성도 하는 계기가 됐다.

서준: 도시에는 다양한 어학원이 있어서 전문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 영어를 더 전문적이고 정교하게 배우고 싶다면, 도시가 낫다.



Q. 시골 워홀의 매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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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시골의 잡(job)들은 사람을 끌어 모으기 위해 무료로 숙소를 제공한다. 한 달에 700불이나 달하는 홈스테이 비용을 내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매력적이다.

이동현: 대도시는 캐네디언보다 다국적이 많아서 캐네디언을 보기도 힘들고, 바쁘게 살다 보니 여유로움을 느끼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이에 비해 소도시는 많이 여유롭다. 또한 캐네디언 손님들만 오다 보니 영어도 더 많이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오시현: 진짜 캐나다 문화를 만나기가 훨씬 쉬운 것 같다. 크리스마스 즈음부터는 각종 파티에 참석하며 그들의 문화에 푹 빠져들었다. 시골에선 무슨 날이 되면 더 열정적으로 그 날을 즐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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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워홀 지역선정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이동현: 시골은 정말 차 없이는 웬만한 곳은 나갈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 시간을 잘 이용하면 공부도 할 수 있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지만 답답하고 외롭다고 느낄수도 있다.

서준: 시골로 오기 전 무조건 대도시든, 중소도시든 언제든 마음먹으면 여행 떠날 수 있는 그런 환경의 도시에서 살다가 오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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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현: 일자리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좋은 오너를 만나서 즐거운 시골생활을 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더불어 열린 마음을 갖고 먼저 다가서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이하영: 사실 캐나다의 도시는 한국의 번화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 뚜렷한 목적이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떠나자.



〈워킹홀리데이 준비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
외교부 워킹 홀리데이 인포센터 www.whic.kr
호주 워킹홀리데이 워홀(warhole) www.warhole.co.kr
일본 워킹홀리데이협회 www.japan.workingholiday.com
빨간 깻잎의 나라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cafe.daum.net/roy815
뉴질랜드 이야기 cafe.daum.net/newzealand


글 이재진(영남대 경제금융 4)·고은혜(부경대 국제통상 3)·정지나(인천대 일어일문 2)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