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이건호·심재오 ‘KB금융 3인’ 나란히 선두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한 해의 기업 경영 실적은 이듬해 3월이나 돼야 정확히 판가름 난다. 마지막 4분기 경영 성과 집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정기 공시를 통해 정확한 경영 성과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해마다 3월 즈음이면 ‘어닝 서프라이즈’니 반대로 ‘어닝 쇼크’ 같은 뉴스가 단골로 등장하게 마련이다.

기업의 경영 성과는 고스란히 해당 기업 CEO의 능력으로 귀결된다. 경영 활동 전반을 책임지고 아우르는 CEO의 능력은, 전문경영인 시스템이 자리 잡은 요즘엔 발전과 퇴보를 가름하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CEO가 있는가 하면, ‘CEO 리스크’라는 오명을 쓴 채 씁쓸히 퇴장하는 사례도 매년 반복되는 풍경이다.

대학생들이 뽑은 ‘올해의 CEO’에 선정됐다는 건 기본적인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과도 같다. 따라서 상위에 랭크된 CEO의 소속 기업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자랑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더불어 경영 실적뿐 아니라 대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호감도, 인지도, 선호도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 이번 조사의 의미가 더욱 크다.

올해 조사에선 지난해 조사의 13개 업종에 ‘지주사’ 부문을 새로 추가했다. 기업 경영 효율을 위해 지주회사 도입이 보편화되면서, 오너가 이끄는 ‘그룹(기업집단)’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또 ‘기타’로 분류됐던 항목을 ‘소비재·서비스’ 부문으로 바꿔 업종 구분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했다.


이건희 회장, 지지율 30% 넘긴 유일한 CEO
‘2013 올해의 CEO’ 조사를 특징짓는 키워드를 선정하자면 ‘삼성’과 ‘KB’다. 삼성은 그룹, 전자, 증권, 보험 등 4개 부문에서 1등 CEO를 배출했다. 금융그룹인 KB도 금융지주, 은행, 카드 등 3개 부문의 CEO가 1위에 올랐다.

그룹(기업집단) 부문 1위에 오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3년 연속 1위에 오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회장은 30.6%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이번 조사 대상 CEO 중 30%를 넘긴 유일한 사례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린 데 이 회장의 공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올해는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언한 ‘신경영’이 20주년을 맞이한 해다. 20년 전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며 뼈를 깎는 혁신을 주문했던 이 회장은 올해 다시 “변화의 심장이 뛴다”는 화두를 던지며 제2의 창업을 선언해 건재를 과시했다.

그룹 부문 2위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6.1%의 지지율로 1위와는 차이가 현격하지만, 지난해 조사에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에 밀려 3위에 그쳤던 성적을 올해 들어 만회한 결과다. 지난해 2위에 올랐던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5.8%의 지지율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구본무 LG그룹 회장(5.7%)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4.3%)이 톱5에 이름을 올렸다.

‘IT·전자·통신’ 부문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위(22.6%)에 올랐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6월 최지성 부회장의 뒤를 이어 글로벌 기업 삼성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애니콜’로 상징되는 휴대폰이나 ‘갤럭시’ 시리즈의 스마트폰이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글로벌 강자로 만들었지만, 사실상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진짜 주인공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반도체’ 전쟁의 승리 덕분이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온 주역으로, 삼성전자 전체를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 체제 이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었다. 올 3분기 기준 영업매출 59조8000억 원, 영업이익 10조1600억 원은 창사 이래 최고의 성과다. 연간 4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IT·전자·통신’ 부문은 올해 조사에서 부침이 가장 심한 분야이기도 하다.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4위(7.7%)로 밀렸다. 대신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이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10.9%의 지지율로 선전한 한상범 사장은 지난해 조사에선 아예 톱5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의 스마트폰은 물론, 애플 아이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제조사로 젊은 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부문 조사에서 3위는 박상진 삼성SDI 사장(8.3%)이, 5위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7.6%)이 차지했다.


‘조선’과 ‘유통’ 순위 변화 두드러져
‘자동차·자동차부품’ 부문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이 17.1%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다만 지난 조사에서 거둔 26.2%의 압도적인 지지율에는 못 미쳤다. 2위는 기아자동차의 이삼웅 사장(10.7%)이 올랐고, 이어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10.4)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전호석 사장은 세르지오 호샤(한국GM), 프랑수아 프로보(르노삼성) 등 쟁쟁한 완성차 업체 대표를 누르고 3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전 사장은 지난해 조사에서도 세르지오 호샤 사장의 뒤를 이어 4위에 올라 전문 부품업체의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화학·조선’ 부문은 지난해 조사에서 1위였던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사임과 더불어 자리를 비운 사이,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9.7%)이 그 자리를 꿰찼다. 이어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5.0%), 정몽진 KCC 회장(3.8%), 빅대영삼성중공업 사장(3.7%) 등이 톱5에 이름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 배터리, 정보전자 소재, 에너지 등을 주요 사업군으로 하는 회사로, B2B 비즈니스가 주력이다. 하지만 최근 공격적인 TV 광고 등을 통해 기업 이미지 개선과 인지도 향상을 이루며 이번 조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통·운송’ 부문의 순위 변화도 두드러진다. 우선 장재영 신세계 사장이 8.4%의 지지율로 1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장 사장 전임인 박건현 전 신세계 사장이 지난해 조사에서 3위에 올랐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 허인철 이마트 사장이 8.1%의 지지율로 2위에 올라 신세계그룹의 선전을 이끌었다. 3위는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6.9%)이 차지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CJ GLS와 대한통운이 합병해 CJ대한통운으로 출범할 당시 대표로 부임해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전문 경영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조사에선 ‘공기업’ 부문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조사에서 1위에 올랐던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올해 조사에서 5.7%의 지지율을 기록해 5위로 크게 밀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프리미엄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넷·게임·모바일’ 부문은 지난해 조사와 거의 변동이 없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9.0%의 높은 지지율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에 올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2위(17.4%)에 오른 것도 지난 조사와 같은 결과다. 그 뒤를 이은 김정주 넥슨 회장(11.1%)과 김상헌 네이버 사장은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나란히 순위만 바꿔 탔다.


‘삼성’과 ‘KB’ 금융 양강 체제 여전
금융 부문은 전체적으로 KB의 강세 속에 삼성 계열이 선전한 모양새다. KB금융그룹은 금융지주(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23.6%), 은행(이건호 KB국민은행 행장·23.1%), 카드(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17.0%) 부문에서 1등 CEO를 배출했다. ‘KB락스타존’ 운영, 스포츠 마케팅(농구) 등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도 증권(김석 삼성증권 사장·15.1%)과 보험(박근희 삼성생명보험 부회장·11.6%) 등 2관왕을 차지했다. 김석 사장과 박근희 부회장은 지난 조사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의 CEO로 뽑혔다. 0.8%라는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놓치긴 했지만, 카드 부문 2위에 오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주목할 만하다. 정 사장은 지난 조사에선 5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조사에선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12.5%),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10.4%) 등을 따돌리며 선전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5월 따로 조사했던 ‘닮고 싶은 CEO’ 조사에선 1위에 오르기도 해, 대학생들 사이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패션·뷰티·호텔 등 ‘소비재·서비스’ 부문에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11.9%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서 회장은 남성(6.8%)에 비해 여성(17.0%) 응답자에게서 몰표를 받았다. 반면 이 사장은 남성(12.0%)과 여성(11.8%)의 지지율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이 고른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부문에선 정창수 인천국제공항 사장(20.6%)이 1위에 올랐다.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8년 연속 1위를 달성한 세계적 공항이다. 과도한 부채와 방만 경영으로 문제가 큰 국내 여러 공기업과는 달리 무역수지에서 큰 폭의 흑자를 거두고 있는 알토란 같은 공기업이다.

올해 조사부터 새로 추가한 ‘지주사’ 부문에선 조대식 SK 사장이 1위이 올랐다. 그 뒤를 조준호 LG 사장(17.3%),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11.2%), 심경섭 한화 사장(10.2%), 이상운 효성 부회장(7.0%) 등이 이었다.



그룹(기업집단)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1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30.6
2위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6.1
3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5.8
4위 구본무 LG그룹 회장 5.7
5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4.3



IT·전자·통신
산업기술 부문-권오현(60 ? 權五鉉)) 삼성전자 부회장 대표이사
산업기술 부문-권오현(60 ? 權五鉉)) 삼성전자 부회장 대표이사
1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22.6
2위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10.9
3위 박상진 삼성SDI 사장 8.3
4위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7.7
5위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7.6



자동차·자동차 부품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1위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 17.1
2위 이삼웅 기아자동차 사장 10.7
3위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 10.4
4위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6.5
5위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 6.2



화학·조선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1위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9.7
2위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 5.0
3위 정몽진 KCC 회장 3.8
4위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3.7
5위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3.4



유통·운송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1위 장재영 신세계 사장 8.4
2위 허인철 이마트 사장 8.1
3위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6.9
4위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6.7
5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5.7


인터넷·게임·모바일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1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29.0
2위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17.4
3위 김정주 넥슨 회장 11.1
4위 김상헌 네이버 사장 10.8
5위 이한상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6.8



금융지주(그룹)
맛있는 만남...
임영록 KB지주 회장...
/허문찬기자  sweat@  20131001
맛있는 만남... 임영록 KB지주 회장... /허문찬기자 sweat@ 20131001
1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23.6
2위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13.4
3위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9.9
4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7.8
5위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7.1



은행
이건호 국민은행장
/김병언 기자 misaeon@20130909..
이건호 국민은행장 /김병언 기자 misaeon@20130909..

1위 이건호 KB국민은행 행장 23.1
2위 조준희 IBK기업은행 행장 10.3
3위 서진원 신한은행 행장 9.9
4위 신충식 NH농협은행 행장 8.9
5위 김종준 하나은행 행장 6.6



증권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1위 김석 삼성증권 사장 15.1
2위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 12.8
3위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 10.7
4위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 9.9
5위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8.2



카드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1위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17.0
2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16.2
3위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12.5
4위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10.4
5위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 9.0



보험

1위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11.6
2위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 10.4
3위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8.6
4위 송진규 메리츠화재 사장 7.8
5위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 5.5



소비재·서비스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1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11.9
1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11.9
3위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9.8
4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7.6
5위 박종우 제일모직 사장 4.8



공기업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1위 정창수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20.6
2위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13.8
3위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12.9
4위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 8.0
5위 최광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6.8



지주사
[올해의 CEO] ‘신경영 20년’의 힘…이건희 회장 3년 연속 1위
1위 조대식 SK 사장 20.7
2위 조준호 LG 사장 17.3
3위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 11.2
4위 심경섭 한화 사장 10.2
5위 이상운 효성 부회장 7.0



조사 개요
조사 기관 : 소비자 패널 틸리언
조사 대상 : 대학생 남녀 1000명(전문대 이상, 휴학생 포함)
조사 지역 : 전국
조사 방법 : 온라인 조사
조사 기간 : 2013년 11월 15일~20일
표본 오차 : 95% 신뢰 수준에서 ±3.10%
기업 분류 : <한경비즈니스> ‘2013 100대 기업’ 및 대학생 사전 인지도 조사



글 장진원 기자│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