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삼성 채용의 모든 것

① 인성검사 분리 ⇒ 면접 전 컴퓨터로 실시
② 토론면접 폐지 ⇒ 직무역량면접 강화
③ SCSA 도입 ⇒ 인문계열 전공자에 문호 개방
[COVER STORY] 삼성그룹 채용 3大 변화
삼성은 지난 3월 실시한 상반기 공채를 기점으로 전형 제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 인사담당자는 “삼성이 몇 년간 비슷한 채용 형태를 유지해오면서 지원자들이 비슷한 모범 답안을 준비해오는 사례가 많아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선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고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올 들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SSAT에서 인성검사 분리, 첨단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시도인 SCSA(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도입, 그리고 이번 하반기 채용에서 더욱 세밀하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무역량면접이다. 하반기 전형 일정을 예년에 비해 2~3주가량 연기한 것도 전형 시스템에 변화를 기하고, 이를 탄탄하게 정비하기 위해서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그룹은 22일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2100명을 뽑기 위한 직무 · 적성검사(SSAT)를 실시하였다. 학생들이 일원동 중동고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090322..
삼성그룹은 22일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2100명을 뽑기 위한 직무 · 적성검사(SSAT)를 실시하였다. 학생들이 일원동 중동고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090322..
1. SSAT에서 인성검사 분리
지난 상반기부터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서 인성검사가 따로 분리돼 면접 전형으로 넘어갔다. 삼성의 직무적성검사는 원래 언어·수리·추리·직무상식·상황판단 5개 과목으로 이뤄진 적성검사와 인성검사로 나뉘어 시행됐다. 하지만 인성검사가 분리됨에 따라 SSAT 시험일에는 약 두 시간의 적성검사만 치르면 된다. 인성검사는 SSAT 통과 후 면접 당일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컴퓨터로 실시한다.

인성검사는 일종의 프리(pre) 면접이라고 봐야 한다. 인성검사 결과는 면접관이 바로 볼 수 있으며, 면접장에서 지원자가 얼마나 진실한 답을 하는지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검사 결과 자료를 보면서 면접을 실시하기 때문에 지원자의 답변과 검사 결과가 일치하는지 여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인성검사든 면접 질문이든 의도적으로 거짓을 답할 경우 면접장에서 자신도 모르는 모순을 범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임원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임원면접에서는 인성 및 조직 적응력을 집중 평가한다.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는 물론 업무에 임하는 태도 등 조직원으로서의 역량을 판단하기 때문에 거짓 없이 임하는 게 상책이다.

한편 2012년 하반기부터 SSAT 합격자에 한해 제출하도록 했던 에세이 방식은 계속 유지된다. SSAT에 합격하면 3000자 분량의 자유 에세이를 제출해야 하는데, 별도의 평가 기준은 아니지만 면접의 도구로 사용된다.
상반기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가 치러진 21일 서울 일원동 중동고등학교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상반기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가 치러진 21일 서울 일원동 중동고등학교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2. 토론면접 폐지, 직무역량면접 강화
면접 전형은 직무 중심으로 바뀐다. 삼성은 이번 하반기 들어 업종별·직군별로 특화된 면접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디자인 직군과 제일기획 광고직은 실기시험을 통해 지원자의 디자인과 제작 역량을 평가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회사는 1~2시간이던 직무역량면접을 하루 또는 1박 2일로 크게 강화 확대키로 했다.

직무역량면접은 면접 당일 주어지는 전공 지식 및 실무 능력과 관련한 주제에 대해 프레젠테이션(PT)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특히 전공보다는 직무 관련 주제가 자주 출제되는 추세다. 예컨대 인문계 출신자가 IT 관련 부서에 지원했다면 기본적인 직무 내용은 숙지해야 직무역량면접을 통과할 수 있다.


3. 삼성과 인문학의 융합 SCSA
삼성은 ‘한국판 잡스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SCSA를 지난 상반기 공채부터 도입했다. 인문학과 첨단 소프트웨어의 만남을 통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SCSA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의 줄임말로, 인문계열 전공자를 직무 관련 지식에 대한 기준 없이 소프트웨어 직군으로 대거 영입하는 프로젝트다. 소프트웨어 직원 비율이 높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두 곳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하반기에는 추가로 100명을 뽑을 예정이다.

SCSA 전형 과정은 교육생 선발 단계까지는 일반 대졸 공채 전형과 동일하게 서류 전형, SSAT, 면접을 거친다. 이후 준비학습에 해당하는 ‘SW 입문과정 온라인 교육 1개월’과 기본·심화·실전 단계로 이어지는 6개월간의 집합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하며 수료가 끝나는 2014년 초, 정식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월급은 주어지지 않는다. 대신 교육비 전액을 회사에서 부담하고 식비와 도서비 명목으로 첫 2개월은 150만 원, 나머지 4개월은 250만 원을 지급한다. 또 이 기간을 경력에 포함,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승환 삼성SDS 인사팀장(전무)은 지난 3월 열린 ‘열정락서’ 강연장에서 “삼성SDS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는 융합형 인재”라며 “이런 회사의 의도를 반영하듯 상반기 SCSA의 경쟁률이 20 대 1을 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잠깐! 삼성 인사담당자에게 듣는 SCSA
SCSA에 어떻게 지원하나.
인문계 지원자의 경우 공채 지원서 접수 단계에서 ‘공채 전형에서 탈락할 경우 SCSA 과정에 지원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때 ‘지원하겠다’라고 체크하면 공채에서 탈락하더라도 교육 과정에는 지원할 수 있다. 혹은 원서 접수 단계부터 SCSA 과정으로 지원해도 된다.

주 전공이 이공계이고 복수전공이 인문계일 경우도 지원할 수 있나.
인문계 전공자가 이공계를 복수전공한 경우에는 지원 가능하다. 하지만 이공계 전공자가 인문계열을 부전공했을 경우에는 지원할 수 없다.

입사 후에 직무 변경이 가능한가.
SCSA를 통해 입사 후 5~6년 정도는 SW 직무를 해야 한다. 그 후에는 잡포스팅 제도를 통해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직무 변경을 두고 내부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신입으로 들어와서 바로 직무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몇 년간 근무한 후 변경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다.

SCSA의 장점은 무엇인가.
6개월의 교육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입사일을 기준으로 기수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공채에 지원해 8월에 입사하는 신입사원과 하반기 공채 합격자는 54기다. 올 하반기 SCSA 입사자는 교육을 거쳐 2014년 8월에 입사하기 때문에 한 기수 늦은 55기다. 하지만 6개월의 교육을 경력 기간으로 인정, 54기와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글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