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전문학교 가이드

#1. 지난 7월 7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막을 내린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은 종합 우승 4연패를 이루며 기술 강국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자랑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이 딴 금메달 수는 모두 12개. 그중 유독 눈길이 가는 금메달의 주인공은 제과 부문 우승자인 강동석(20) 씨다. 강 씨는 본고장 유럽인들의 독무대였던 제과 부문에서 한국인 첫 우승이라는 역사를 쓰며 불과 스무 살 약관에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2. 지난 5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바리스타대회(WCE). 세계적인 바리스타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이 대회에서 한국인 첫 입상자가 나왔다. 준우승을 차지한 정인성(25) 씨가 그 주인공. 바리스타 입문 1년여 만에 경력 10년 이상의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전공만으론 불안하다고? 전문 기술 배워볼래? 직업전문학교
제과와 커피 분야에서 각각 세계적 권위를 얻은 두 청년. 국제대회 입상, 20대라는 공통점 외에도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직업전문학교’다. 제과 명장 강동석 씨는 현재 한국호텔직업전문학교 3학년에, 바리스타 정인성 씨는 서울 고려직업전문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제과 명장의 꿈을 품고, 혹은 단순히 카페 창업을 위해 직업전문학교를 찾았을 수도 있지만, 결과는 자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쾌거로 이어졌다.

학사는 물론 석사 학위까지 따고, 여기에 공인영어 성적과 각종 자격증 같은 ‘스펙’을 갖춘다 해도 취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갖은 노력 끝에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뒤늦게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거나, 아예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직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럴 때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직업전문학교다.

일반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학이 학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직업전문학교는 말 그대로 직업과 관련한 실무 능력, 즉 취업에 초점을 맞춘 학교를 말한다. 직업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직업전문학교의 조건을 갖추면 고용노동부가 전문학교로 지정한다.

직업전문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매우 다양하다. 앞서 소개한 조리 부문을 비롯해 IT, 디자인, 호텔리어, 푸드스타일리스트, 항공, 건설, 기계, 설비, 전기·전자, 농림, 이·미용, 보건·의료, 예술·문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준비된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기술 위주 수업이 강점이기 때문에 자연히 취업률도 높다. 기업 입장에서도 입사 후 재교육이 필요 없는 전문 인력이기 때문에 직업전문학교 출신을 우대하고 있다. 학교와 산업체 간 연계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 많아 실습과 취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국비 지원… 돈 걱정 없는 직업훈련
정부의 인증을 받은 전문학교답게 학생들을 위한 지원 혜택도 크다. 무엇보다 국비 지원을 통해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4년제 대학 졸업예정반이거나 이미 졸업한 경우에도 국비 지원 직업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내일배움카드’ 제도다.

내일배움카드는 고용노동부가 실업자 및 자영업자의 직업능력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일정 자격이 되면 심사를 거쳐 카드를 발급하고,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 1인당 계좌의 한도는 200만 원으로 발급일부터 1년간 유효하고, 취업 전 최대 2번까지 발급이 가능하다. 직업훈련 분야에 따라 자비부담률이 달라지는데, 대개 25~45% 수준이다.
전공만으론 불안하다고? 전문 기술 배워볼래? 직업전문학교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하고 발급받기 위해선 먼저 직업능력 지식포털인 HRD-Net(www.hrd.go.kr)에 회원 가입해야 한다. 이후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를 방문하면 상담이 가능하다. 훈련기관(학교) 선택과 훈련 상담, 개인훈련계획서 작성 등은 모두 고용센터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그리 어렵지 않다. 카드가 발급되면 해당 훈련기관에서 수강신청(입학)한 후 자비부담액을 결제하면 된다.

‘국가기간·전략 훈련’도 전액 국비 지원되는 직업훈련 과정이다. (전문)대학 최종 학년 재학생으로서, 대학원 등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이 지원 대상이다. 대학생의 경우 전문·기술인력 양성과정을 수강하면 훈련비 전액은 물론 월 최대 31만6000원의 훈련장려금도 지급된다. 신청과 훈련은 내일배움카드와 거의 유사하다. HRD-Net에 회원 가입 후 거주지 고용센터를 방문해 상담하면 된다.
전공만으론 불안하다고? 전문 기술 배워볼래? 직업전문학교
직업전문학교는 직업·직종의 다양함만큼이나 많은 학교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 시설과 강의 면에서 웬만한 4년제 대학과 버금가는 곳도 있지만, 영세하고 낙후된 곳도 많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분야의 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강의 시설과 교수진, 학교 평판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큼 안전한 방법도 없다.

직접 방문이 어렵다면 HRD-Net 사이트를 찾아봐도 좋다. 이곳에선 학과 정보, 직업훈련 정보, 나에게 적합한 직업 등 직업훈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자료가 모두 모여 있다. 특히 훈련·자격·일자리 안내 등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고, 원하는 훈련 내용을 지역별·대상별·훈련과정별로 안내받을 수 있다. 직업전문학교 등 훈련기관의 평가 결과도 조회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실사로 평가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만큼 믿을 만하다.



글 장진원 기자│사진제공 라미드호텔직업전문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