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기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좋은 곳에 가고, 좋은 글을 많이 읽으세요”


최근 인쇄 매체가 급속도로 하향세에 접어들고 신문 구독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신문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고, 기자를 꿈꾸는 예비 언론인들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신문기자, 이름만 들어도 열정적이고 치열한 삶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2002년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로 입사한 뒤 IT부, 정치부, 산업부를 거쳐 현재 경제부 기자로 활동 중인 임원기 기자가 신문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멘토로 나섰다.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멘토링 인터뷰, 신문기자
대학생 기자 언제부터 기자라는 꿈을 갖게 되셨나요?

임원기 기자 평소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집에 일기장부터 온갖 글을 쓴 노트가 책장 하나를 꽉 채울 정도로 많아요. 하지만 기자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꿈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대학원 재학 중 교수님께서 먼저 “기자를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추천하셨어요. 그러고는 현직 기자를 소개해주셨죠. 직접 기자를 만나보니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도 저렇게 거침없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대학원 재학 중에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시작했죠.

대학생 기자 언론사를 선택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은 무엇인가요?

임원기 기자 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며 경제 신문을 읽었는데 많이 도움이 됐어요. 그때 ‘나도 경제지 기자가 돼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꼭 하나 말해주고 싶은 것은 ‘어떤 매체를 선택하느냐’보다는 ‘어떤 기자상을 갖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세상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지사(志士)형 기자를 꿈꾸는 사람이 많았어요. 1990년대부터는 대중이 의문을 가지거나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려주고 해석하며 자신의 시선에서 여론의 방향을 이끄는 기자상을 갖고 있는 기자가 많아졌죠. 저도 그런 쪽에 가까웠어요. 스스로 공부하면서 유익한 기사를 쓸 수 있는 기자를 꿈꾼 거죠. 결과적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대학생 기자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 중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임원기 기자 신문기자는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논술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소에 글 쓰는 연습을 충분히 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주제를 잡고 많이 써봐야 해요. 백지에 당장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주제와 관련한 소제목들을 정해 글의 흐름을 잡으세요. 예를 들어 ‘묘사로 시작해서 서술을 하고 논거로 뒷받침을 해 주장으로 끝낼 것이다’ 하는 흐름이 잡혔다면 그 흐름에 맞게 소제목을 나열하고 해당되는 내용을 각각 하나의 글로 써보는 거죠. 다 쓰고 난 뒤에는 소제목 순서에 맞게 이어서 한 개의 글로 합치는 거예요. 다시 읽어보면 흐름이 이어지지 않아 더 필요한 내용도 있을 거고, 다른 단락과 겹쳐져 빼야 하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글을 다듬어 가는 거죠. 그런 훈련이 반복되다 보면 머리에 자동으로 프로세스가 입력돼요. 그래서 대기자들은 긴 글도 30분 안에 써낼 수 있는 거죠.

대학생 기자 기자가 되는 데는 어떤 전공이 도움되나요?

임원기 기자 전공의 중요성보다는 자기가 선택한 출발점에서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나의 가치관이나 지식을 얼마만큼 적립했느냐를 말하는 거죠. 간혹 신문방송학과 출신이 유리하냐는 질문도 받아요. 저는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아 정확한 대답을 할 수는 없지만 기자 생활과 신방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요. 기자는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니까요.

대학생 기자 경제 기사를 작성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임원기 기자 처음 발령을 받은 부서가 증권부였어요. 증권, 채권 등을 다루는데 전혀 생소한 분야였죠. 모르는 용어, 약자가 대부분이라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하나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재무회계 초급 책을 사서 3개월간 공부했어요. 나중에 경제부로 발령이 나며 세금 분야를 맡았을 때도 낯선 분야였기 때문에 책을 사서 또 공부를 했죠. 기자는 어떤 기사를 쓸 때 관련 분야의 전문가까지 될 필요는 없지만 그 분야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을 찾고,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알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 분야에 대해 모르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기자의 능력은 질문 수준에서 파악이 되는 거예요. 인터뷰 자리에 기자들이 여럿 모이면 1분 안에 내공 파악이 끝나요. 질문만 들어도 그 기자의 깊이를 알 수 있거든요.

대학생 기자 갑작스럽게 브리핑이 잡히면 기자들은 어떻게 기사를 작성하나요?

임원기 기자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이 사전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만약 내일 기획재정부에서 오전 10시에 브리핑이 있다고 하면 기자들은 전날 거의 잠을 못 자요. 브리핑에 관련한 공부를 해야 하거든요. 하루 전날 기자들에게 자료를 먼저 보내주는데 두꺼운 책 한 권의 분량이죠.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그 자료를 보고 바로 기사를 쓸 수는 없어요. 그래서 밤새워 자료를 꼼꼼하게 읽은 뒤 중요한 부분을 체크하고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죠. 그러고 나서 브리핑에 참석해 필요한 내용을 질문한 뒤 각자의 포인트로 기사를 작성하는 겁니다.

대학생 기자 기자 생활 중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임원기 기자 매일매일이 힘들어요.(웃음) 마감이 힘들다기보다는 글 솜씨가 늘지 않는 점이 힘든 것 같아요.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통찰력이 있다는 말이에요. 우리 삶의 문제가 무엇인지, 세상의 관심이 무엇인지 핵심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것이죠. 그것은 방대한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기사를 쓸 때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 짤막한 정보를 가지고 쓰는 것은 올바른 기자의 모습이 아니에요. 기사는 하나의 이야기이고 흐름이에요.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서는 남들과 똑같은 글을 쓸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학생들에게 지금부터라도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대학생 기자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임원기 기자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저는 고전문학을 추천해요. 고전문학은 그 깊이나 상상력이 대단하죠.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보면 파리의 뒷골목을 눈앞에 펼쳐지듯 자세하게 묘사해놨어요. 다른 사람은 그런 부분을 지나친다고 해도 기자는 꼼꼼히 읽고 배워야 해요. 취재를 나갔을 때 구석에 있는 나무의 모습이나 조명 색깔, 의자 수, 기온 등을 기억하고 묘사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대학생 기자 ‘기자는 학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임원기 기자 일반적으로 기자들의 학벌이 높기는 해요. 그건 아마도 기자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그걸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기자가 된 거잖아요. 때문에 옛날에는 아무나 기자가 될 수 없다는 의식이 강했고 특권층처럼 여겨졌죠. 그래서 기자들 중에 집안이 좋거나 학벌이 좋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에는 매체도 많고 사람들의 생활도 복잡해지고, 학벌이 좋다는 것의 의미도 퇴색된 지 오래죠. 저희 회사 기자들의 출신 대학도 다양해요. 학벌이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은가는 개인의 가치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 같아요.

대학생 기자 기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임원기 기자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곳을 가고, 좋은 글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은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이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학생 때 여행을 다니고, 독서를 하길 권합니다. 여행을 떠나 견문을 넓히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가져보세요. 그리고 많은 학생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항상 손에 책을 들고 다니면 일주일에 한 권은 읽을 수 있어요.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멘토링 인터뷰, 신문기자
글 박해나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