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더운 여름에도 쿨하게 섹스하고 싶다면
여름밤의 커플은 결국 둘 중 하나다. 더위 때문에 섹스리스가 되는 커플, 덥지만 오히려 시원하게 섹스하는 커플.당신은 어느 쪽이 될까?



더운 여름이다. 예년보다 더울 거라는 예보가 우리를 두렵게 한다. 시원한 수박화채를 먹고 에어컨을 밤새 틀고 까슬까슬한 얇은 이불 덮고 혼자서 자는 게 최고인 건 모두 다 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데도 그렇게 밤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의 밤은 뜨거워야 하고, 우리는 어떻게든 서로의 두근거림을 확인해야 하니까. 6월부터 더워진 대지는 아마도 9월까지 여전히 뜨거울 테고, 우리는 이 더위 속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읽고 싶을 테니까.





얼음은 스무디에만 넣는 것이 아니랍니다
서로의 살이 닿는 것이 두어 달 전까지는 그렇게 포근하고 부드러울 수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질척한 느낌 때문에 그 혹은 그녀를 멀리하게 되는 것 같다면 그 순간이 바로 아이스 섹스라는 이벤트를 해야 할 때. 냉동실에 잘 얼려둔 얼음을 살짝 입에 무는 것에서 아이스 섹스의 미션은 시작된다. 당신의 연인이 더위에 지친 듯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때 당신은 그저 입 속에 얼음을 물고서 조용히 다가가면 된다. 그리고 평상시 상대방의 성감대라고 생각했던 그곳에 입속의 얼음이 닿을 듯 말 듯한 느낌으로 터치해 나가는 것. 아마도 처음엔 상상도 못한 차가움 때문에 상대방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때는 당신의 입술로 상대방을 진정시켜 주면 OK. 목덜미에서 가슴으로 옮겨가는 방식도 괜찮고, 아예 처음부터 중요 부위를 대담하게 공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스크림을 침실로 끌어들여보세요
여름엔 뭐니 뭐니 해도 아이스크림이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란 게 그냥 먹으라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둘이 함께 집에서 미드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한가로운 주말, 조금은 대담하게 상대방을 공략해보는 거다. “자기야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스페셜한 방법을 알고 있는데 궁금하지 않아?”라고 물어보라. 아마 상대방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편안히 뒤로 기대보라고 한 뒤 그 혹은 그녀가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 것. (앞에 단추가 하나도 없는 티셔츠라면 좀 곤란하긴 하다. 그러니 당신의 연인이 옷깃에 단추가 붙은 옷을 입은 날 이 미션을 수행할 것.) 상대방의 살결이 노출되기 시작할 때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떠서 가슴팍에 올려놓는다.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에 연인이 깜짝 놀라 눈을 뜰 때쯤이면 올려져 있는 아이스크림은 슬쩍 녹기 시작할 것이고, 이때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아주 맛있다는 표정으로 그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 것뿐이다. 그리고 다음은 어디로 가느냐고? 당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Wherever you want!



욕실은 씻으라고만 있는 곳이 아니겠지요
아이스 섹스는 깜짝 이벤트로 손색이 없지만 이에 필적할 만한 깜짝 이벤트가 있으니 바로 아쿠아 섹스다. 먼저 당신이 욕실에서 샤워 중일 때 연기 실력을 조금 발휘해 상대방에게 “빨리 욕실로 좀 와봐!”라고 말을 한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싶어 당신의 연인이 욕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체온보다 조금 차갑게 틀어둔 샤워 물줄기 아래로 그 사람을 유인할 수만 있다면 이 미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적당한 비누 거품이나 오일을 사용해 에로틱한 기운을 더해보자. 더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에로틱한 둘만의 순간만이 남을 테니까. 물론 욕실 바닥에서 정상위로 하기란 힘들 것이고 후배위 정도가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체위이겠지만 흥분도는 최고일 테니 기대하시길.



여름은 아웃도어 섹스의 계절이에요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밤, 집에서만 섹스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지나치게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조금만 용기를 내고, 조금만 위험 부담을 감수한다면 당신도 짜릿하고 달콤한 아웃도어 섹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그럼 어디에서 아웃도어 섹스를 하느냐고?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바로 산이다. 등산로를 살짝 비껴간 어느 으슥한 지점, 사람들이 별로 없는 시간대라면 한 번쯤 용기를 내볼 법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집에서 섹스할 때처럼 다양한 체위를 구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나, 오래오래 서로를 터치해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누군가에게 발견될지도 모르는 짜릿함이 바로 산중섹스의 핵심이니 말이다. (돗자리를 갖고 가서 섹스할 자리를 잡고 뭐 이런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다. 돗자리를 깔기 시작하면서 아마도 두 사람은 굉장히 멋쩍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둘이서 인적 드문 섬에 갔다면 그 역시 충실한 아웃도어 섹스 장소가 될 수 있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로맨틱한 키스를 나누고, 그러다 문득 나누게 되는 뜨거운 섹스, 아!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나?



한 번쯤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
에로틱 무비의 고전 ‘나인 하프 위크’에 더운 여름밤 섹스에 꽤나 좋은 영감이 될 만한 장면이 나온다. 킴 베이싱어와 미키 루크는 침실도 아니고 베란다도 아니고 소파도 아닌 바로 냉장고 앞에서 섹스를 하지 않던가. 한 차례 폭풍 같은 섹스가 지나가고 둘이 함께 주방에서 물을 마시게 되었을 때, 혹은 주방에서 갑자기 둘이 마실 와인이라도 따게 되었을 때, 냉장고 앞에서 뜨거운 시간을 시작하기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냉장고에서 나오는 시원한 공기 때문에 두 사람이 주고받는 호흡은 더 뜨겁게 느껴질 테니 더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냉장고 앞 섹스가 로맨틱해지기 위해선 냉장고 안을 평소에 잘 정리해두어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기억할 것. 김치 냄새 잔뜩 나는 냉장고 앞에서 에로스가 꽃필 리 없을 테니까.




곽정은
연애 칼럼니스트,
‘내 사람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