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들 어른스러운 매력의 스릴러
감시자들

감독 조의석, 김병서 출연 설경구, 한효주, 정우성, 이준호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은 범죄 대상에 대한 감시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 결코 사건에 개입해서는 안 되고, 상대방에게 정체를 들켜서도 안 된다. 황 반장(설경구)이 노련하게 이끄는 감시반에 탁월한 기억력과 관찰력을 지닌 신참 하윤주(한효주)가 합류한다. 곧이어 단 3분 만에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벌어진 무장 강도 사건이 터진다. 자신의 존재를 절대 드러내지 않는 조직의 리더 제임스(정우성)는 감시반을 유유히 따돌리며 치밀한 범죄를 이어나간다.

‘감시자들’은 올여름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가장 어른스러운 매력을 과시하는 스릴러로 기억될 것이다. 실질적인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후반 30분가량이 전반부의 속도감과 핍진성에 비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앞선 1시간 30분만으로도 ‘감시자들’의 매력은 충분히 빛난다.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선택 지점은 ‘신기한’ 액션 시퀀스를 반드시 길게 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는 사실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범죄자를 쫓는 이들의 숨 막히는 긴장감만으로 밀도 있게 짜였다. 광화문, 청계천, 테헤란로, 남대문, 이태원, 영등포 등 익숙한 서울 도심 곳곳은 순식간에 낯선 미로가 되어버린다. 지나치게 많은 CCTV 사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고층 건물로 잽싸게 재개발되지 않은 지역의 꼬불꼬불한 음습함은 첨단장비의 도움 없이 육체와 육체가 직접 맞부딪쳐야 한다는 전제 하에 시각적 쾌감을 증대시키는 좋은 장치가 된다. 그러니까 도시의 인파 속에서 벌어지는 기나긴 추격전은 순간적인 액션의 눈요깃거리보다, 영화적 리듬을 어떻게 잘게 쪼개어 사람의 감정을 치밀하게 공격할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더 충실하려는 노력의 결과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본 전제에 더해 이 전제를 현실화시키는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생애 최초 악역을 맡은 정우성의 존재감이 ‘감시자들’의 중심을 잡아준다. 정우성은 비현실적인 역을 맡을수록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특별한 이미지의 배우다. 여기서도 모든 범죄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기획하고 총지휘하는 전지적 시점의 범죄자 제임스 역을 맡아, 강렬한 눈빛과 절제된 몸짓만으로 비현실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역설적인 매력을 과시한다. 말하자면 제임스는 설경구, 한효주, 이준호 등이 맡은 감시반 요원들을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감이 필요한 역이었으며, 정우성은 이 모든 부담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가 없었다면 ‘감시자들’의 힘은 상당 부분 사그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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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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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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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군인 출신 프레디(호아킨 피닉스)는 사진기사로 새 삶을 꾸려가지만 여전히 정신적 방황은 진행 중이다. 그는 술에 취해 유람선 파티장에서 난동을 부리다 심리연구회를 이끄는 통칭 마스터 랭케스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를 만난다. 마스터는 프레디를 실험 대상으로 옆에 두지만, 둘 사이의 균열은 점점 커져만 간다. 2012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사이드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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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채닝 테이텀, 루니 마라, 주드 로, 캐서린 제타-존스

우울증에 시달리던 에밀리(루니 마라)는 정신과 의사 뱅크스(주드 로)가 처방해준 신약을 먹고 호전됨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신약의 부작용인 몽유병 증세가 나타나고, 에밀리는 무의식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른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약의 부작용 때문이라며 무죄를 호소하고, 약을 처방한 뱅크스는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점점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던 뱅크스는 에밀리를 의심하게 된다.



미스터 고
감시자들 어른스러운 매력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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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전통의 룡파 서커스를 이끄는 15세 소녀 웨이웨이(서교). 그녀의 유일한 벗이자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고릴라 링링뿐이다. 야구광이었던 할아버지 덕분에 지금은 서커스보다 야구를 더 잘하는 링링과 웨이웨이의 사연은 국경을 넘어 한국에도 큰 화제가 된다. 악명 높은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는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웨이웨이를 유혹하고, 그 덕분에 고릴라 링링은 얼떨결에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한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