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 프레드릭 뷰크너는 말했습니다. “신이 당신을 부르시는 곳은 당신의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기쁨과 세상의 깊은 갈망이 만나는 자리”라고요. 그는 이를 ‘소명’이란 말의 정의로 사용했습니다. 요사이 소명이란 단어가 종교적 용어로 많이 쓰이고 있지요. 소명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종교와 일반을 막론하고 직업과 연관시킵니다. ‘직업적 소명’ 같은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죠.

소명을 종교적으로 풀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으로부터 자기가 해야 할 몫의 일을 부여받았다는 것이죠. 특별한 목적을 위해 소위 ‘부름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직업과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내가 이 직업을 하게 된 것에는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다’는 겁니다. 이를 앞서 소개한 뷰크너가 말한 소명의 정의와 연결시켜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최근 직업적 소명이란 말은 의사나 교사, 종교인, 언론인 등 높은 윤리가 요구되는 일 정도에나 쓰는 말이 된 것 같습니다. 진로나 직업을 고민할 때 직업적 소명이 판단 요건으로 게재되는 경우가 있느냐는 것이죠.

최근 철학자 탁석산의 ‘행복 스트레스’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행복 지상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행복이 사라져버린 현실을 꼬집은 책이죠. 저자가 지적하는 부분은 행복의 요소가 삼분돼 있다는 점입니다. 나와 이웃, 사회의 세 요소가 모두 충족되어야 실제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나의 수행과 이웃 사이의 예절, 사회의 평등과 부의 분배가 일어나야 행복해진다는 것이죠.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행복해진다’기보다 ‘좋아진다’라고 해야겠지만요.

뜬금없이 웬 행복 타령이냐고요?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에 입사하려거나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려거나 특별한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직이 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호하는 직장이나 직업이 가져다줄 안정과 경제적 이득, 사회적 명망 등을 통해 얻을 행복을 기대하는 것 아닌가요?

생각해볼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적어도 행복을 찾으려고 직업을 선택하는 일이 과연 진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적어도 탁석산의 진단에 따르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이웃과 사회가 누락돼 있죠. 자, 그럼 뷰크너의 소명으로 돌아가봅시다. 지금 선택하려는 직업은 나의 기쁨과 이웃·세상의 갈망과 필요가 만나는 곳인가요? 직업 선택의 기준이 ‘소명’이었다면 분명 여러분이 선택한 직업은 여러분을 행복한, 아니 좋은 삶으로 인도해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행복 스트레스
[Book] 직업적 소명이 주는 행복
탁석산│창비

‘행복’이란 단어가 세상에 등장한 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신조어 ‘행복’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서 종교적 위치로 격상했는지 살피고 있다. 특히 행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 ‘행복 스트레스’가 만연해진 이유를 찾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좋은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덟 단어
[Book] 직업적 소명이 주는 행복
박웅현│북하우스

‘책은 도끼다’로 널리 알려진 광고인 박웅현의 새 책.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 여덟 가지 단어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인생을 돌아보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인생에서 정답을 찾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인생은 몇 번의 강의와 몇 권의 책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다고 말하며 스스로 깨닫고 생각하기를 권유한다.
[Book] 직업적 소명이 주는 행복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







눈에 띄는 책

소문의 여자
[Book] 직업적 소명이 주는 행복
오쿠다 히데오│오후세시

오쿠다 히데오의 첫 범죄 스릴러. 10편의 짧은 이야기를 퍼즐식으로 꾸며 ‘이상하다’고 낙인찍힌 미스터리한 여인의 실체를 밝혀가는 과정을 담았다. 각 편마다 다른 화자가 등장해 소문의 여자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린다. 책이 주목하는 것은 악행을 일삼는 소문의 여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녀를 제멋대로 판단하는 지질한 인물들의 속물근성이 폭로된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Book] 직업적 소명이 주는 행복
김승완│남해의봄날

서울을 근거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지식노동자들이 서울을 떠난다. 귀농이나 귀촌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일을 찾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경력 단절이 아닌 새로운 비전을 지역에서 얻게 되고 일과 삶의 자유를 만나기 시작한다. 서울을 떠난 9명의 지식노동자가 새로운 지역에서 펼치는 새로운 인생을 소개한 책.



거리로 나온 넷우익


[Book] 직업적 소명이 주는 행복
야스다 고이치│후마니타스

‘일베’라는 키워드로 국내에서도 인터넷 우익이 사회 이슈가 됐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넷우익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극우 활동이 활발하다. 일본 인터넷 우익단체 중 가장 크고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재특회’에 대한 르포르타주다. 넷우익이 왜 결성되었고 그들이 크게 세력을 확장하는 이유 등을 심층 취재했다. 일베 현상과 비교해서 읽으면 좋을 듯.



제공 : 교보문고 북뉴스 (news.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