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 주류BG

[기업 탐방] 흔들수록 부드러운 처음처럼 강릉공장으로~
소풍 가는 날엔 어김없이 ‘비가 온다’는 배드 뉴스가 들려오곤 했다.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단이 강릉으로 출발한 6월 21일도 때마침 장마 기간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의 기자단 나들이는 우려했던 ‘머피의 법칙’을 선물하진 않았다.

운 좋게도 ‘마른장마’ 속에서 출발한 여정은 모두를 더 들뜨게 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고 좋아하는 술, 소주. 그중에서도 부드러운 맛으로 시장을 리드하는 ‘처음처럼’ 강릉공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선 내내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학생 기자단 11명이 한국경제신문 사옥 앞에 모인 시각은 오전 9시 30분. 30분 후, 인원 점검을 마치고 드디어 버스에 올랐다. 이날 기자단이 향한 곳은 물 좋고 공기 좋고, 거기에 시원한 바다까지 만날 수 있는 강원도 강릉이다. 오랜만에 떠나는 기자단의 나들이 장소로 그야말로 제격인 곳. 그렇다고 단순한 친목 나들이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이날 기자단이 찾은 곳은 소주 ‘처음처럼’을 만드는 롯데칠성음료 주류BG(이하 롯데주류)의 강릉공장이다.

처음처럼 강릉공장은 롯데주류가 운용 중인 전국의 5개 공장 중 소주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강원도 강릉시 회산동 81번지 5만8342㎡의 대지에서 하루에 약 200만 병의 엄청난 양의 소주가 생산된다.

버스에서 내린 기자단을 제일 먼저 맞이한 풍경 역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여 있는 소주 박스였다. 공장 앞에는 거대한 숙성용 탱크들이 둥그렇게 열을 지어 서 있었다. 탱크 하나의 용량만 해도 소주 34만 병 수준. 한 사람이 약 900년간 마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한다. 13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곳 강릉공장은 ‘처음처럼’으로 대표되는 희석식 소주와 리큐어, 일반 증류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처음처럼 외에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 소주 ‘경월’ 역시 여기서 생산된다. 강릉공장에서 생산된 소주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사랑받고 있다.
[기업 탐방] 흔들수록 부드러운 처음처럼 강릉공장으로~
1926년에 문 연 지역 대표기업
3시간여의 지루한 버스길이 끝나고 공장 주차장에 발을 디딘 기자단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활기를 찾았다. 엄청난 규모로 입고를 기다리고 있는 소주 박스와, 역시 족히 5층 높이는 돼 보이는 숙성탱크를 보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들뜬 기자단을 맞아준 건 안내를 맡은 공장 사원이었다. 강릉공장은 주류 제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끔 견학·탐방 코스가 잘 짜여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장 안에 들어선 기자단도 1층부터 ‘처음처럼’을 소재로 한 조형물에 눈을 빼앗겼다. 1층에선 소주의 기원, 어원, 역사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술 소주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져 오고 있는지 알려주는 순서였다. 마치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들여다보듯 한국인 술 소주의 시작을 알리는 코스였다.

처음처럼 강릉공장은 지난 1926년 ‘강릉합동양조장’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는 지역의 유서 깊은 기업이다. 1974년 ‘경월’로 상호를 바꿨고, 1993년에는 두산그룹에 편입됐다. 1994년에 본격적인 소주 시장 경쟁을 알린 ‘그린소주’를 출시했고, 2001년 ‘산소주’에 이어 2006년 드디어 ‘처음처럼’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09년에는 롯데그룹에 편입되었고 2년 후 롯데칠성음료와 합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처음처럼’은 출시된 지 7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출시 이후 지금까지 폭발적인 성장세와 꾸준한 사랑으로 국내 소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강자다. ‘부드러운 19도’ 소주로 ‘독하고 뒤끝 있는 술’ 소주의 이미지를 바꿔놓은 것 역시 처음처럼의 공이다. 특유의 부드러운 맛은 순한 도수는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원재료, 즉 물에서 좌우된다. 처음처럼을 만드는 물은 청청 환경을 자랑하는 대관령 기슭의 천연 암반수를 원수(原水)로 한다. 지층과 암석 사이의 암반 대수층을 흐르고 있는 이 물에는 지층 속에 있던 무기염류가 녹아들어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기업 탐방] 흔들수록 부드러운 처음처럼 강릉공장으로~
‘알칼리 환원수’로 소주를 만든다고?!
좋은 물은 이후 한 번의 처리 과정을 거쳐 더욱 완벽한 물로 다시 태어난다. 처음처럼이 자랑하는 ‘알칼리 환원수’다. 알칼리 환원수는 대관령 천연 암반수를 전기분해하여 만드는 물이다. 이때 칼슘과 마그네슘 등 양이온이 풍부한 알칼리수는 음극에 모이고, 음이온이 함유된 산성수는 양극에 모이게 된다.

처음처럼은 음극에 모인 약 85%의 ph8.3 알칼리수로만 만들어진다. 나머지 약 15%의 산성수는 세척용으로만 사용한다. 처음처럼의 트레이드마크인 ‘흔들어 주세요’는 바로 이런 알칼리 환원수가 배경이다. 일반 물보다 입자가 훨씬 작아, 흔들수록 알코올이 잘 녹아들어 다른 소주에 비해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강릉공장 입구에는 지역민들을 위해 대관령 암반수를 무료로 받아갈 수 있는 식수 시설이 마련돼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역민과 함께해온 기업이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모범 사례다.

부드러운 소주 시대를 연 처음처럼은 2006년 출시돼 국내 소주 브랜드 중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7년 동안 누적판매량 28억 병을 기록하며 지난해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했다. 올해 목표인 18.7%를 달성한다면 경쟁사와 엇비슷한 규모의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탐방] 흔들수록 부드러운 처음처럼 강릉공장으로~
시간당 6만 병, 하루 200만 병 생산
소주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은 기자단이 향한 곳은 공장 2~3층이다. 위생상의 문제로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공장 내부에 직접 발을 들일 순 없었지만, 생산 라인을 따라 설치된 탐방로를 따라가니 오히려 생산 공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투명 유리벽 아래로 기자단이 선 곳은 공장 내 3개의 생산 라인 중 2라인. 탱크에서 숙성된 소주가 병입 과정을 거쳐 라벨을 붙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눈에도 엄청난 양의 소주병이 마치 줄지어 행군하는 병정들처럼 벨트를 따라가는 장관에 기자단의 입에서 ‘와~’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2라인 한 곳에서만 1분당 600병의 소주가 생산된다고 한다. 제조 1단계는 공병 세척. 가장 많이 나오는 이물질은 다름 아닌 담배꽁초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세척병 검사를 마치면 주입 및 캡핑 작업이다. 제품 검사를 거친 소주병이 라벨(상표)을 부착해 처음처럼 옷으로 갈아입으면, 마지막으로 박스 포장을 거쳐 출고를 기다리게 된다. 1, 2호 라인에서는 시간당 3만6000병이, 3호 라인에선 6만 병이 생산된다고 한다. 특히 3호 라인은 일본 수출용 경월 소주가 생산되는데, 용기와 용량이 커서 흔히 보는 녹색 소주병에 비해 생산 현장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공장 4층으로 자리를 옮긴 기자단을 맞은 건 롯데주류에서 생산하는 모든 종류의 술이 전시된 공간이었다. 강릉공장의 주력 품목인 처음처럼, 경월 소주를 비롯해 청하·백화수복 등 청주, 마주앙·설중매 등 와인과 매실주, 스카치블루로 대표되는 위스키 등 웬만한 술은 모두 만날 수 있는 종합 주류 백화점이었다. 이어 영상관으로 자리를 옮긴 기자단은 롯데주류 소개와 처음처럼 제조·비전 등을 담은 홍보 영상을 관람하는 것으로 공장 견학을 마쳤다.
[기업 탐방] 흔들수록 부드러운 처음처럼 강릉공장으로~
바다와 처음처럼이 어우러진 시음까지
기자단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공장 꼭대기 10층에 자리한 스카이라운지다. 둥그런 원형 라운지에선 강릉공장 전경은 물론 인근의 수려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알칼리 환원수 제조장치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일반 산성수와 알칼리 환원수를 비교하며 마실 수 있는 시음 시설이다. 기자단도 종이컵에 각각 산성수, 알칼리 환원수를 담아 비교 시음하는 체험에 나서 부드러운 물맛을 직접 맛볼 수 있었다.

알칼리 환원수 시음을 마친 기자단이 드디어 마지막 체험에 나섰다. 바로 처음처럼 시음이다. 이날 서울 출발부터 공장 견학까지 안내를 맡은 정우영 마케팅팀 과장의 사회로 롯데주류 상품권 퀴즈와 간단한 시음이 진행됐다. 공장 문을 나서기 전 기자단은 시중에 판매되지 않아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처음처럼 미니어처 세트를 기념품으로 선물 받았다.
[기업 탐방] 흔들수록 부드러운 처음처럼 강릉공장으로~
예쁘고 귀여운 기념품까지 선물로 챙긴 기자단은 피곤한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저녁 식사 자리로 이동했다. 강릉시 안목항에 자리 잡은 횟집. 싱싱한 해산물과 회, 여기에 시원한 처음처럼이 함께한 자리는 쌓인 여독을 풀기에 그만이었다.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제대로 된 처음처럼 시음을 즐긴 기자단은 가슴을 뻥 뚫어주는 바닷바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글 장진원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