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나라 탓만 하며 반지하에 살 텐가

‘도와주세요’ 하며 두 손 놓고 앉아 기다리기엔 현실은 너무나 버겁다.
그래서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며 대학생들이 스스로 나섰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이다.
[이슈 추적] 대학생 주거 문제, 주거 문제 해결 위해 발 벗고 나선 ‘대단한 녀석들’
우리가 만들어가는 우리의 집
프로젝트 옥의 셰어하우스 ‘WOOZOO’

대학 생활 중 몸소 겪은 주거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며 청년 5명(김정헌, 박형수, 계현철, 조성신, 이정호)이 뭉쳐 소셜 벤처기업 ‘프로젝트 옥’을 만들었다. 이들이 하고 있는 일명 ‘WOOZOO’ 프로젝트는 오래된 집이나 비어 있는 집을 전세, 월세로 빌려 보수한 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재임대해주는 것.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 개념이며 입주자들끼리 모여 ‘우주인의 밤’ 같은 네트워킹 파티도 열고 있다. 대학생들이 감당하기 힘든 비싼 주거비에 대한 부담도 낮추면서 열악한 주거 환경, 정서적 소외감 등을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인 셈.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의 한옥을 개조해 1호점을 오픈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 현재 홍대 5호점까지 오픈해 운영 중이다.



<미니 인터뷰>
조성신(숭실대 평생교육 4) ‘프로젝트 옥’ 마케팅 담당

Q ‘WOOZOO’를 시작한 계기는?
멤버 중에 부산에서 올라와 학교를 다니는 친구가 있어요. 대화를 나눠보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겪는 주거 문제가 심각하더라고요. 과도한 비용도 문제였고, 혼자 살다 보니 정서적으로 느끼는 고립감도 크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주거문화 ‘셰어하우스’로 풀어가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직접 집을 개조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5명 모두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에요. 인테리어에 대한 지식이 없었죠. 걱정이 많았는데 직접 인테리어 과정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지금은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와 업무를 진행할 때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답니다.

Q 이용하는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요?
학생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부분은 셰어하우스 내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삶의 질이 높아진 거예요. 1인 주거 형태의 집에서 거주했을 때 느끼지 못한 정서적인 안정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Q 대학생 주거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지금은 단순히 공급자들이 제시하는 주거 형태에서만 거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죠. 그런데 공급자들이 제시하는 주거지라는 것은 실제 생활하는 사람의 편의나 만족감을 생각하기보다는 오직 ‘수익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하지만 사람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를 단순히 수익성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실제 입주자들 입장에서 좋지 않아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으로 변화가 필요해요.
[이슈 추적] 대학생 주거 문제, 주거 문제 해결 위해 발 벗고 나선 ‘대단한 녀석들’
주거 정보는 우리가 맡는다!
하우징스토리

주거 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공정하고 편리한 정보접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모인 대학생연합단체 ‘하우징 스토리’. 2012년 1월 연세대 총학생회에서 시작한 이 단체는 하숙집·자취방 등의 주거 정보를 모아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그 정보를 대학생들에게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된 활동은 주거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주거정보조사단’을 운영하는 것. ‘주거정보조사단’이란 학기 중 한 주에 최소 3채 이상의 임대건물을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원봉사활동이다. 서울시에서는 대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하숙정보 1건당 1시간의 봉사활동시간을 인정해 봉사활동증명서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어느 정도 주거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축적이 되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임대인들과 협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캠페인 등을 통한 주거가격 할인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
[이슈 추적] 대학생 주거 문제, 주거 문제 해결 위해 발 벗고 나선 ‘대단한 녀석들’
<미니 인터뷰>
장현명(연세대 사회복지 2) ‘하우징스토리’ 대표


Q 주거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신촌 지역의 원룸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2.85배 정도 높다는 데이터가 있어요. 대학가 주변이라는 이유만으로 방값이 오른 거죠.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데 주거권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정부나 지자체, 학교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직접 겪고 있는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Q ‘주거정보조사단’ 외에 계획하고 있는 활동은?
학생들이 지내는 공공주택을 세울 때 주민들과의 갈등이 자주 일어나곤 해요. 그래서 입주하는 학생들이 지역 아동들에게 멘토링 같은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요.

Q 하우징스토리의 최종 목표는?
주거권은 학생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도 될 만큼 학교 혹은 국가에서 보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의 활동을 보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뭔가를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주거권 역시 교육권의 일부이고 꼭 보장해야 하는 가치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할 때가 오겠죠.
[이슈 추적] 대학생 주거 문제, 주거 문제 해결 위해 발 벗고 나선 ‘대단한 녀석들’
높은 기숙사비 어떻게 하면 낮출까?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

서울 지역 8개 학교의 총학생회가 모인 네트워크. 2012년 2학기 초 연세대 총학생회와 함께 ‘응답하라 착한 기숙사’ 세움단을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청년주거실태 파악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생 주거 문제 해결방안을 찾으며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이들의 목표. 현재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일은 2014년 완공 예정인 연합기숙사의 기숙사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높게 책정된 기숙사비를 내리기 위해 지난 5월 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고, 연합기숙사 담당자와 면담, 국회 토론회 등도 진행했다.
[이슈 추적] 대학생 주거 문제, 주거 문제 해결 위해 발 벗고 나선 ‘대단한 녀석들’
<미니 인터뷰>
김성은(홍익대 토목 4)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 간사

Q 지난 9월부터 활동하면서 얻은 성과가 있다면?
그동안 각 학교 학생회가 개별적으로 해결하려던 움직임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면서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어요. 연합기숙사 담당자 면담도 하고, 기자회견도 진행했죠. 그 덕분에 학생들도 주거 문제에 대해 자각하는 부분이 커진 것 같아요.

Q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가 바라보는 가장 큰 문제는?
기숙사 수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광운대나 경기대같이 기숙사가 없는 학교도 있거든요. 기숙사가 기본적으로 확충이 되고 기숙사 비용도 낮춰야죠. 연합기숙사나 협동조합이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의 목표는?
실제 기숙사 수용률을 파악한 뒤 부족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 적정 수준의 기숙사 수용률을 요구하려고 해요. 또 청년들이 이용하는 민간 임대 시장의 열악한 모습도 조사해 캠페인을 통해 알리고, 차차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목표죠.



글 김은진 인턴 기자│사진제공 프로젝트 옥·하우징스토리·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