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 이름을 영어로 바꾼 사례가 많습니다. 벌써 몇 군데 떠오르시죠? 요즘 대학생 중에는 LG가 ‘럭키금성’의 이니셜이라는 것을 잘 모르실 수 있어요. 포항제철은 포스코(POSCO)이고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케이티엔지(KT&G)가 됐죠. 이런 면에서 보면 삼성의 기업 철학이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다른 기업이 틀렸다거나 삼성이 우월하다는 게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삼성은 지금까지 창립자가 붙인 기업 이름을 유지하고 있고 그 이름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기업명과 CI, BI 등을 일신하여 기업의 혁신을 추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내부 혁신을 통해 기업과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전략을 써왔죠.

사실 삼성에 대한 공과 과에 대해서는 말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분명 삼성이 지닌 기업 혁신의 역사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울 겁니다. 초대 이병철 회장의 삼성은 ‘관리의 삼성’이었습니다. 전근대적 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급변하는 시기를 ‘관리’를 통해 극복하고 살아남은 것이죠.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는 그 유명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후 삼성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IT에 대한 투자와 공격적 경영으로 신(新)경영을 펼쳐왔습니다. 관리에서 ‘전략과 창의의 삼성’으로 이어진 것이죠.

삼성은 시대나 상황에 맞게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타 기업이 여전히 아시아를 인건비 절감을 위한 생산기지라는 인식으로 바라본 2000년대 초반, 이미 삼성은 아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삼아 진출했습니다. 이에 삼성은 아시아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이는 신규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장 인식의 변화, 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하는 전략,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진행되는 소프트 경쟁력 강화, 이를 통해 삼성은 ‘SAMSUNG’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있습니다. 현재의 삼성을 잘 알려면 삼성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 삼성의 ‘역사’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아, 그렇군요! 기업 혁신에도 ‘역사’가 있어요. 삼성 같은 혁신적인 회사에 입사하기를 바란다면 삼성이 이름을 지키기 위해 걸어온 역사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삼성의 경우도 기업의 새로운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간 걸어온 길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우리에게 문사철(文史哲), 특히 ‘사(史)’의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건 개인과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입니다.
[Book] 기업 혁신에도 ‘역사’가 필요해! 外
삼성, 집요한 혁신의 역사
손욱 | 코리아닷컴

평사원 엔지니어로 입사해 탁월한 전략가로 ‘삼성전자 10년 비전’을 만들어낸 삼성맨 손욱의 책. 고(故) 이병철,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 참모로 활약했던 40년간 삼성에서 보고 듣고 만들어낸 혁신의 기록들을 써내려 갔다.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 혁신의 조건부터 방법, 전략과 비화까지 삼성 혁신의 모든 것을 기록한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Book] 기업 혁신에도 ‘역사’가 필요해! 外
장사의 시대
필립 델브스 브러턴 | 어크로스

마케팅 원론에는 없는 ‘세일즈’의 모든 것을 담은 책. 하버드 MBA 출신 저널리스트가 장사와 세일즈의 고수들을 만나서 들은 세일즈에 관한 특별 수업을 책으로 엮었다. 이슬람 상인은 어떻게 흥정하는지, 홈쇼핑의 스토리텔링 사용법, 판매 조직들은 왜 종교 조직을 모방하는지 등 전 세계 판매를 주름잡는 프로 장사꾼들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눈에 띄는 책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박문호 | 휴머니스트
[Book] 기업 혁신에도 ‘역사’가 필요해! 外
뇌과학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풍성한 그림과 함께 설명한 책이다. 2008년 국내 저작으로는 드물게 본격적으로 뇌과학을 다룬 ‘뇌 생각의 출현’을 펴냈던 박문호 박사가 5년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뇌과학 강의를 정리한 것. ‘컬러판 뇌과학 백과사전’이라 불러도 무방할, 두툼한 두께(800쪽)와 큼지막한 판형(거의 A4 크기)이 눈에 띄는 책이다.



Rip it up(립잇업)
리처드 와이즈먼 | 웅진지식하우스
[Book] 기업 혁신에도 ‘역사’가 필요해! 外
‘괴짜 심리학’으로 쉽고 재미있는 심리학을 보여준 저자가 ‘행동’에 주목했다. 200만 명이 넘는 대중과 심리실험을 거쳐 완성된 일상 속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행동 처방을 소개한다. ‘Rip it up’은 뜯어내거나 찢어버린다는 뜻으로, 무언가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뜻한다. 책 곳곳에 찢고, 뜯어내고, 낙서하는 등 직접 해볼 수 있는 워크북 페이지를 수록했다.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미치 앨봄 | 21세기북스
[Book] 기업 혁신에도 ‘역사’가 필요해! 外
시간의 비밀에 대한 우화.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시간의 아버지’ 도르를 현대 뉴욕의 한복판에 등장시켜 그에 관한 신화와 전설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도르가 만난 두 사람, 영생을 꿈꾸는 백만장자와 자살을 결심한 여고생을 통해 시간의 기원과 본질을 풀어나간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의 소설이다.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