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슨마스텔러코리아 대표 마가렛 키

홍보전문가 “열정으로 꽉 찬 모습이 홍보전문가의 기본 자세!”
지난해 10월 26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마가렛 키 버슨마스텔러코리아 대표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상황. 정치권이 처음으로 홍보전문가를 외신 대변인으로 영입했다는 것 자체가 큰 뉴스였다. 더욱이 중요 당직을 외국인이 맡았다는 사실 역시 자격 논란을 불러올 만큼 화제였다.

대선이 끝난 현재, 마가렛 키 대표는 여전히 버슨마스텔러코리아의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브랜치 사이의 온라인 회의, 내부 회의, 고객사 미팅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도 여전하다. 마가렛 대표는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현재 국적은 미국이다. 특유의 글로벌 감각과 경험으로 무장한 홍보전문가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단이 직접 찾았다. 스스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 말하는 푸른 눈의 CEO가 들려준 홍보 세계 이야기.
홍보전문가 “열정으로 꽉 찬 모습이 홍보전문가의 기본 자세!”
약력
1973년생
1996년 미국 워포드대학 영문학·사회학과 졸업
1999년 연세대 국제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1999년 현대산업개발 해외재무팀, 현대자동차 해외홍보팀
2001년 에델만코리아
2009년 에델만재팬 사장
2012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 외신 대변인
2010년 버슨마스텔러코리아 사장(현)


홍보(PR) 전문가로 유명하신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모르는 학생도 많습니다.

“‘섹스앤더시티’라는 미국 드라마 아시죠? ‘사만다’라는 주인공이 PR 기업의 대표로 나오죠. 드라마 덕분에 사만다가 하는 일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분도 많아요. 드라마 속 내용은 사실 PR의 극히 일부분이죠. 이면엔 그보다 더한 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우선 광고를 볼까요. 광고는 일방향이에요. 지하철이나 TV 광고 같은 거죠. 김연아가 우유, 냉장고, 은행 등 안 나오는 데가 없어요. 김연아의 선호도 때문에 해당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효과를 노린 거예요. 알고 보면 일방향 성격이 가장 큰 게 광고죠.

그에 반해 PR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20대 소비자를 생각해보세요. TV보다 인터넷 카페, 카카오톡, 페이스북을 더 많이 찾죠. 오늘처럼 멘토링 참여도 하고요. 모두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양방향 방식이에요. 특히 기업 입장에서 PR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믿음·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말해요. 회사와 브랜드, 고객, 정부, 기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신뢰 관계를 쌓아가는 거죠.”
홍보전문가 “열정으로 꽉 찬 모습이 홍보전문가의 기본 자세!”
처음부터 PR이라는 길에 확신이 있었나요?

“저도 여러분과 같은 입장이었어요. 특히 고학년들을 보면 측은한 맘이 앞서요. 미래, 돈, 직업 등 여러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기죠. 학부 전공은 영문학이었어요.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마친 후 교수님께 진로 상담을 했는데 ‘남들이 뭘 원하는지 생각지 말고, 네가 원하는 걸 하라’던 말씀이 지금도 맘에 새겨져 있어요. 사실 석사를 마치고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한국인 교수님 한 분이 ‘한국에 더 있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추천하시더군요. ‘외교관은 나중에라도 도전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건 지금 아니면 어렵다’면서요. 그 당시 현대자동차에 해외홍보팀이 처음 생겼죠. 그 뒤 한국에 머물게 됐어요. 지금 PR 일의 출발이기도 하죠. 매 과정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일이 뭘까’ 돌아봤지만, 답은 같았어요. 이 일을 하면서부터는 한 번도 미국에 돌아가거나 외교관을 꿈꾼 적도 없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추세요. 하고 싶은 일이 얼마든지 변할 수도 있어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중요해요.”

일본에서도 일하셨는데, 새로운 언어나 문화에 적응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요?

“어머니가 한국분이세요. 저도 15년을 한국에서 살았고요. 어떤 때는 제가 ‘외국인이라기보다 한국인에 가깝다’는 생각도 해요. 일본! 정말 고생 많았어요. 같은 아시아권인 한국 경험이 많고, 일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예상했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문화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한국인은 솔직해요. 얼굴에 감정이 다 나타나죠.

일본은 완전한 포커페이스예요. 얼마나 답답한지, 처음엔 너무 힘들었죠. 스태프들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솔직히 답해주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요. 심지어 내가 리더인데도! 일본 특유의 포커페이스, 집단주의 등을 알아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죠. 어떤 일을 하든 글로벌 경험을 해야 한다면, 그 나라의 문화부터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홍보전문가 “열정으로 꽉 찬 모습이 홍보전문가의 기본 자세!”
버슨마스텔러 직원을 뽑을 때 어떤 역량을 중점적으로 보시나요?

“먼저 서류 전형의 경우 인터뷰 자격 부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면접이 가장 중요하죠. 가장 눈여겨보는 건 지원자의 열정이에요. 잡포지션이 열리면 함께 일하던 인턴 중에서 뽑는 게 원칙이에요. 그래서 인턴을 뽑을 때도 일일이 면접을 봐요. 인턴사원의 경우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요. 이때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가 애티튜드, 즉 태도예요. 인턴 입장에선 모든 업무가 배움의 과정이죠.

스스로 성장하고 싶으면 배우려는 자세가 꼭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선 일을 받아들이고 즐기려는 태도가 중요하죠. 얼마 전에도 인턴사원 4명의 면접을 진행했어요. 모두 훌륭한 스펙을 지녔는데, 한 분은 영어도 서툴고 해외 경험도 없었죠. 조금 망설였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모든 면접관이 ‘너무나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며 칭찬하더군요. 과감하게 채용을 결정했죠. 아, 비즈니스 회화도 중요한 요소지만, 특히 라이팅 능력은 기본으로 다져놓아야 해요.”

요즘 뜨는 글로벌 홍보·PR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특정한 지역을 떠나 가장 큰 트렌드는 역시 디지털, 소셜미디어 등이에요. 일단 너무 빠르죠. 예전엔 TV와 신문뿐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넷, 페이스북 등 24시간 뉴스가 생산되고, 또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요. PR도 마찬가지죠. 두 번째, PR 자체의 중요성이 커졌어요. 예전에는 PR이 관계 기반으로 진행됐어요. 예를 들어 기자와의 관계죠.

기자에게 정보를 전해 스토리를 보도하게 하는 게 예전 PR의 가장 큰 업무였다면, 이제는 단순한 관계 형성뿐 아니라 기업의 명성 관리 등 PR 컨설팅이 한 축이 됐어요. 특히 전통적인 서구 중심을 벗어나 한국, 중국, 인도 등 PR시장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죠.”
홍보전문가 “열정으로 꽉 찬 모습이 홍보전문가의 기본 자세!”
홍보전문가 “열정으로 꽉 찬 모습이 홍보전문가의 기본 자세!”
기업의 이슈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크게 위기(crisis) 매니지먼트와 이슈 매니지먼트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약을 먹고 사망 사고가 있다든지 하는 위기가 발생하면 이를 매니지먼트하는 거죠. 10년 전만 해도 기업 의뢰의 70~80%가 바로 이런 위기 매니지먼트였어요.

그런데 위기는 어떻게 드러날까요?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이슈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바로 위기가 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먹거리 제품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면, 예전과는 달리 기업이 직접 제3의 객관적 기관을 동원해 검증하는 작업을 거쳐요. 여기서 끝난다면 이슈죠. PR 전문가로서 정말 재미있는 건 사실 위기관리예요.

8개월에 걸쳐 한 기업의 위기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한 기억이 나네요. 회사의 주요 임원들을 모아서 6개월 후의 가상 이슈를 리스트업했죠. 그리고 그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미리 준비하는 거예요. 실제로 4개월 후에 가상 시나리오에 있던 일이 터졌어요. 하지만 이미 준비가 완벽했죠. 당연히 위기가 아닌 이슈 관리로 끝났어요. 위기는 조금씩 조금씩 이슈가 쌓이고 커지는 과정에서 발생해요. 이슈와 위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해야죠.”

전문 홍보·PR 에이전시의 대표로서 업무·경영 원칙이 궁금해요.

“에이전시와 (기업의) 인하우스 PR의 차이점은 뭘까요? 첫째, 컨설턴트로서 깨어 있는 마인드를 유지해야 해요. 인하우스라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겠죠. 365일 한 가지만 연구하고 홍보하니까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면 더 유리한 길이기도 해요. 이에 반해 에이전시는 모든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만날 수 있어요. 어떤 일을 의뢰할지 모르죠. 둘째로 클라이언트가 만족감,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해요. 능력 있는 에이전시라는 게 알려지면 당연히 해당 에이전시로 몰릴 수밖에 없죠.”
홍보전문가 “열정으로 꽉 찬 모습이 홍보전문가의 기본 자세!”
여성 CEO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들려줄 조언이 있으신가요?

“여성은 정말 정말 중요한 인재예요. 남자가 할 수 있는 건 여자도 다 할 수 있어요. 제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일한 이유예요. 여성 대통령의 등장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거든요. 실제 현장에선 여성 CEO와 남성 CEO의 차이는 없어요. 요구하는 리더십 자체는 같죠. 저도 사회생활 내내 만났던 보스가 모두 남자였어요. 누구도 내게 ‘리더는 이렇게 되는 것’이라고 가르쳐준 적이 없었죠. 제가 일하면서 스스로 깨달은 차이점이 있다면, 남성 CEO의 경우 추진력이 앞서더군요. 여자는 생각이 많고, 기본적으로 잘 들으려는 기질이 있어 조력자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어요. 남녀가 서로 배울 수 있다는 뜻이죠.”

국제관계학을 전공하셨는데, 국적이 다른 부모님의 영향이 있었나요?

“아마도요. 사실 어릴 적엔 한 번도 한국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어요. 대학 때 처음 교환학생으로 와 한국 친구들을 사귀어봤죠. 미국 교수님이 ‘왜 하필 한국이냐’고 묻더군요. 어머님은 1960년대 후반에 한국을 떠나셨어요. 그때만 해도 한국에선 ‘혼혈’이라는 환경이 강한 핸디캡으로 작용할 때였죠.

딸이 한국에 가서 혹시나 이런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에 고생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한국행을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공항에서 출발하기 전에야 ‘한국에 간다’고 처음 말했죠. 굉장히 화가 나셔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You never comback)’고까지 하셨어요. 어머님은 한국을 정말 사랑하셨어요. 그래서 더 한국을 경험해보고 싶었죠. 더불어 한국 외에 여러 다른 나라와 문화도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의 외신 대변인으로 활동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개인적으로 정치에 관심은 없어요. 처음 제안받고 나서 고민도 컸죠. 버슨마스텔러 이사회에서 논의도 많이 했고요. ‘만약 당선 안 되면 어떡할까’가 당시 PR계의 굉장한 이슈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건 완전히 개인적인 경험이었기 때문이에요. 한국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자리, 더구나 PR은 대선 캠프의 꽃이라고 하죠. 실제로 매체 관리, 소셜미디어, 명성 관리, 위기관리 등 모든 과정을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어요.”

첫 외국인 대변인이었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요?

“기업 등 클라이언트와 일하는 것과 별로 다르진 않았어요.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같은 문제보다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한국인 특유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했죠. 일단 국내 기자들은 ‘한국말 할 줄 몰라요’부터 물어요. 그러면서 어떻게 대변인을 하겠느냐는 거죠. ‘내 임무는 국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대변하는 게 아니다. 외신에게 소개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내 일이다’고 처음부터 밝혔죠. ‘내 일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런 생각을 배제한 상태에서 봐달라’고 얘기했어요.”
홍보전문가 “열정으로 꽉 찬 모습이 홍보전문가의 기본 자세!”
장차 홍보·PR 일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들려주실 조언 부탁드려요.

“한국 학생들을 생각하면 좀 안타까워요. 비단 학생뿐 아니라 한국 사람은 모두 ‘욕심쟁이’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해야 할 게 너무나 많잖아요. 의사, 변호사 말고도 많은 직업이 있어요. PR·마케팅 같은 분야도 있다는 뜻이에요. 제일 먼저, 다양한 분야에서 인턴십을 경험해보세요. 무조건 공채 봐서 신입사원으로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돈을 버는 게 다가 아니에요. 두세 달씩 하는 인턴십을 여러 번 경험해보세요. 다양한 분야일수록 좋아요. 내 진로를 찾기 위한 탐험과 모험이라고 할까요. PR은 시작하기에 특히 좋은 분야죠.

버슨마스텔러가 로컬 에이전시에 비해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마치 사과와 오렌지 같은 관계죠. 우리는 우리대로 글로벌 에이전시라는 강점이 있는 대신, 디지털 부문은 아직 투자를 하는 중이죠. 컨설팅이나 글로벌 네트워킹은 국내 에이전시에 비해 갖는 강점이고요. 글로벌 환경에서 일해보고, 컨설턴트로서 자격을 갖추고 싶다면 버슨마스텔러 같은 외국계도 좋은 선택이 될 거예요.”


글 장진원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