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열린 채용 통해 입사했어요

천편일률적인 스펙 대신 열정으로! 사회의 편견에 상처받았어도 능력으로!
‘열린 채용’을 통해 찾아낸 흙 속의 진주들을 만났다. 사람 참 제대로 보셨네~
[스펙 파괴] 나이·성별 한계 딛고 당당하게 합격 “고령 취준생의 희망이 됐으면”
한국마사회 복지후생팀 사원 박한솔

“면 접에 같이 들어간 지원자들이 06학번이더라고요. 저는 06년도에 졸업을 했는데…. 남자들은 30대가 돼도 나이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이 크지 않아요. 하지만 여자들은 다르죠. 굉장히 절망적이에요. 공준모(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 보면 나이에 대한 고민을 올리는 30대 여성이 많아요. 나이 제한이 없다고는 하지만 같은 능력이라면 어린 사람을 뽑을 테니까요. 저 같은 케이스가 늦은 나이에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한솔 씨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셋. 신입사원치고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녀는 2013년도 한국마사회 신입사원으로 당당하게 합격했다.

한국마사회는 올해 대대적인 열린 채용을 시행했다. 나이와 학력에 대한 제한을 없애고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신입사원의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해졌고 지난해 6명이었던 여성 신입사원은 13명으로 늘었다. 명문대 출신이 주를 이뤘던 것에서도 벗어나 지방대 출신이 3분의 1을 차지했다.

덕분에 박 씨같이 ‘나이’의 한계에 부딪쳐 취업이 어려웠던 인재들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올해 입사자 중에는 8년간 사법고시 준비를 하다가 포기한 뒤 마사회에 입사한 30대도 있고, 40세 여성도 있다.



“그 나이 되도록 뭐했어?”

박 씨는 대학에서 호텔경영학과 관광일어통역을 전공했다. 졸업 후 전공 관련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그 후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위해 2년간 준비하다가 실패하고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시작했을 때의 나이는 이미 30대. 어학연수, 해외인턴십 등으로 영어, 일본어 능력이 뛰어났지만 ‘30대 여성’이라는 타이틀은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

“나이 때문에 일반 기업 입사는 포기했어요. 한 번 지원한 경험이 있는데, 서류 전형에서 바로 떨어지더라고요. 비슷한 스펙의 지원자 사이에서 저만 탈락한 것을 보고 ‘나이가 많아서 안 되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죠.”

점차 일반 사기업 채용에서도 나이 제한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입사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28세가 넘으면 신입 공채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그녀는 나이 제한이 없는 공기업 입사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공기업 취업에서도 나이의 걸림돌은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는 곳에서도 늘 “2006년도 졸업인데 지금까지 뭐했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대답을 해도 그리 관심 있게 듣지 않고, 대답이 길다며 중간에 얘기를 끊은 곳도 있었다.

“저는 20대 때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바로 취업을 하지 않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을 해왔는데, 취업을 준비하면서 그 시간들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느꼈죠. 분명 내 인생에서 헛된 시간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한국마사회의 채용 과정 중에는 단 한 번도 나이에 관한 질문을 받지 않았다. 나이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다른 지원자들과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 덕에 그녀는 당당히 취업문을 뚫을 수 있었다.

한국마사회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경력으로 서류 전형에서 10% 가산점을 받았고, 도서관과 스터디를 오가며 꾸준히 준비했던 일반 상식과 행정학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어학 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영어 인터뷰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인턴 때부터 입사를 꿈꿨던 마사회에 대한 관심은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기여했다.

“부모님도 제 나이 때문에 취업에 대한 기대를 안 하셨는데, 정말 기뻐하세요. 어렵게 입사한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할 거예요. 전공 지식을 살려 한국마사회의 서비스 질을 높이고 싶어요. 또 외국어 능력을 활용해 다른 나라와의 협력 관계를 높이는데도 기여하고 싶어요.”



입사 :2013년 2월 14일
학력 :경희대 호텔경영학과(관광일어통역 복수전공) 졸업
해외연수: 미국 어학연수 1년, 인턴십 해외 레스토랑, 디자인 회사, 국회의원실, 한국마사회



글 박해나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