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오브 일베

www.ilbe.com
일베? 일베충? 일베 현상? ‘일간 베스트 저장소’가 뭐길래
일베? 일베충? 일베 현상? ‘일간 베스트 저장소’가 뭐길래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정치색을 적극 드러내는 몇몇 커뮤니티는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일명 ‘국정원녀 사건’의 ‘오유(오늘의 유머)’와 ‘오유’의 대척점(?) 격인 ‘일베’가 대표적이다. 최근 몇 달 사이 유명세를 떨치며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로 떠오른 ‘일간 베스트 저장소’를 탐구해보았다.


일베는 ‘디시인사이드’ 사촌?

‘일간 베스트 저장소’는 보통 ‘일베’라는 줄임말로 통한다(이하 일베). 탐구의 첫 단계는 ‘일베’의 탄생. 일베는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를 제공하는 ‘디시인사이드’에서 파생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디시인사이드’의 부분별 갤러리에서 많은 추천을 받은 글은 ‘일간 베스트’ 글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노출된다.

하지만 추천 글 대부분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게 문제. 관리자에게 즉시 삭제를 당하니 일부 ‘디시인사이드’ 유저들은 카페를 개설해 일간 베스트 글로 올라왔던 것들을 복원했다. 이를 토대로 ‘일간 베스트 저장소’라는 독립적인 사이트가 시작된 것.
일베? 일베충? 일베 현상? ‘일간 베스트 저장소’가 뭐길래
월간 10억 뷰, 동시 접속 2만 명 ‘거대 커뮤니티’로 성장

많은 이가 본 베스트 글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시작한 일베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운영진에 따르면 일베의 페이지 방문횟수는 2012년 12월 4일부터 2013년 1월 3일 한 달간 10억 뷰(view)를 달성했다. 이는 하루 동안 일간 베스트에 접속하는 횟수가 3300만에 달한다는 뜻이다. 또 동시간 접속자 수가 2만 명에 달해 거대 커뮤니티의 조건을 갖추었다. 3월 14일 기준으로 전체 게시글 수는 약 600만 개이며, 이 중에서 짤방(짤림 방지 사진) 게시판에 90만4845개, 스마트폰 게시판에 81만3394개가 몰려 있다.



추천&반대 vs 일베로&민주화

어느 커뮤니티에나 게시글 하단부에는 ‘추천’ 혹은 ‘베스트’와 같은 버튼과 ‘반대’ 혹은 ‘워스트’와 같은 버튼이 존재한다. 회원들의 의견을 이 버튼을 눌러 표시하라는 의미다. 일베에도 이와 유사한 버튼이 존재하지만 그 이름이 사뭇 다르다. 찬성을 의미하는 버튼은 ‘일베로’, 반대를 의미하는 버튼은 ‘민주화’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민주화란 사전적으로 ‘민주적으로 되어가는 것 또는 그렇게 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일베에서는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혐오하는 대상으로 ‘민주화’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는 진보 성향의 개인 또는 단체가 ‘민주화’라는 성스러운 단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즉 가식적인 민주화와 진보 세력을 혐오한다는 뜻으로 이런 추천 버튼을 사용한다는 것.



운영진 규제·간섭 없는 ‘프리’한 사이트?

일베가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와 가장 다른 특징은 낮은 규제 수준에 있다. 애초에 태동한 계기가 기존 사이트 운영자의 규제와 개입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 실제로 일베는 타 커뮤니티에 비해 유달리 규제가 적다.

운영자는 커뮤니티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사이트를 운영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다른 사이트에서 볼 수 없는 수위 높은 게시물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지나친 자유를 악용하는 일부 악성 유저가 이른바 신상 털기, 욕설과 비난 등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망자(亡者)를 폄하하기도 한다. 일베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베가 ‘저지른’ 각종 사건 사고

일베는 극단적 보수에 가까운 정치 성향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주목을 받은 것은 정치와 별 상관이 없는 사건·사고 때문인 경우가 많다.

故임윤택 씨의 사망과 그의 아내에 대한 악플

일부 악성 유저들이 울랄라세션 멤버인 故임윤택 씨의 사망에 대해 애도 대신 조롱을 남겼다. 홀로 남겨진 아내에 대해 ‘보험금을 받아 좋겠다’와 같은 악의적인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쇼핑몰 CEO 성희롱 사건

쇼핑몰 운영과 피팅 모델을 겸하고 있는 윤선경 씨의 비키니 사진을 일베 게시판에 올려 성적 수치심을 유발케 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윤 씨는 일베의 일부 유저를 고소했다.

미스에이 수지 성희롱 사건

미스에이 멤버인 수지가 사진으로 나온 입간판에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 일베 게시판에 올린 사건이다. 이에 대해 수지의 소속사 JYP의 법무단은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일베? 일베충? 일베 현상? ‘일간 베스트 저장소’가 뭐길래
‘일베인’만의 의사소통 방식

일베가 다른 커뮤니티와 다른 점은 또 있다. 처음 방문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회원끼리 사용하는 그들만의 단어. 일베만의 용어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을 모으면 다음과 같다.

일베 용어
홍어 ‘전라도’ 혹은‘전라도 주민’ 을비하하는말
좌좀 좌파 좀비
산업화 민주화의 반대말,애국 보수화
운지 故노무현전대통령의 서거를 희화화하는말
슨상님 故김대중전대통령을 지칭하는말
전땅크 전두환전대통령을 부르는말
김치녀 여성 우월주의에 빠진 여성을 일컫는말
삼일한 ‘한국 여자는3일에한번씩 패야 한다’ 는뜻


mini interview
“정치에 관심 없는 일베 유저도 많아”
김영웅 씨(가명·일베 충성 이용자·대학생)

Q. 일베는 어떤 커뮤니티인가

A. 대화나 소통을 하는 커뮤니티라기보다 짤방 게시판과 같이 흥미를 유발하는 성격이 짙은 커뮤니티다. 글이나 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재미를 나눈다. 내용은 요리, 여행 등 자기가 겪은 일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제한이 없다. 게시판 외에도 스마트폰, 패션, 게임 등 다양한 주제로 게시판이 개별적으로 개설돼 있어 그 주제에 따른 정보도 공유한다.

Q. 일베를 이용하는 이유는

A. 저마다 자주 들르는 커뮤니티가 있지 않은가. 다른 유머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재미있기 때문에 하는 것인데, 필터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경우도 있다. 어떨 때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있다.

Q.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비판에 대한 생각은

A. 오해를 받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삼일한’이라는 단어의 경우 ‘한국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라는 뜻인데, 간혹 이런 단어를 쓰긴 하지만 이는 일종의 유머 소스일 뿐이다. 또 선정적이라는 점은 어느 커뮤니티에서든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새벽 시간에 야한 사진들이 올라오고, 관리자는 이를 차단하지 않는가. 일베에서 선정성이 더 부각되는 이유는 남성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봐도 가끔 도가 지나칠 때가 있긴 하다.

Q. 극단적인 정치관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A. 일베가 거의 유일한 보수 성향 커뮤니티라서 더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진보 성향이 너무 강해 보수의 의견을 듣지도 않으니 더 똘똘 뭉치는 것 같다. 여기에도 오해가 있는데, 일베 사이트는 일반 게시판과 정치 게시판이 나뉘어 있다. 일베 유저 모두가 극단적인 정치관을 갖고 있다는 의견은 옳지 않다. 정치와 관련한 글을 보지 않고 흥미 위주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


글 표진섭 대학생 기자(인천대 경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