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정 알리안츠생명 브랜드마케팅부 사원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내 장점 아는 게 최고의 취업 준비!”
1989년생
2013년 2월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2012년 8월 알리안츠생명 입사
외국어 및 자격증 : 토익 915점, MOS, 펀드투자상담사, 보험설계사
동아리 활동 : 댄스 동아리(숙명여대)
가치투자 동아리(서강대)
인턴십 경험 : 삼성생명

“아 시겠지만 보험사의 경우 설계사를 제외한 파트는 채용 인원이 많지 않아요. 공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죠. 제 경우도 신입과 경력 구분 없이 ‘0명’을 뽑는 자리였어요. 실제 면접장에서 보니 빵빵한 경력자나 화려한 스펙 소유자가 엄청 많았죠. ‘힘들겠구나’ 생각하던 차에 합격 전화를 받았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에요.”

알리안츠생명 브랜드마케팅부에서 일하는 최혜정 사원. 지난해 8월 6일이 정식 입사일이니 사회생활 만 1년이 채 안 된 ‘따끈따끈’한 신입사원이다. 눈길을 끄는 미모와 이에 못지않은 활달한 성격, 적극적인 업무 태도로 이미 사내에선 인기 만점 신입사원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직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설계사를 제외하곤 한 명 채용에 수백 명이 몰리는 일이 다반사인 보험사 채용 전형을 당당하게 뚫어낸 능력자이기도 하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선두에 서 있는 외국계 보험사의 마케터. 올 2월에 졸업하긴 했지만, 아직 취업 준비 중인 친구들 사이에선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소위 ‘금융 3종’ 같은 자격증이나 어학연수 경험 같은 스펙을 갖춘 건 아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해야 하니 자연스러운 비즈니스 회화 능력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토익 점수 올리기에 목을 매지도 않았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취업 성공 비결은 뜻밖에도 ‘근성’이었다.


면접 대비 초간단 Tip
“‘1분 자기소개’ 정말 중요해요! 저는 ‘근성’에 초점을 맞췄는데, 회사마다 1분 자기소개가 다르다면 의미가 없어요. 나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의미가 없어요. 면접관에게도 진실을 전할 수 없죠!”


‘근성’을 어필하다

“숙명여대 경제학과에서 서강대 경제학과로 편입했어요. 숙대 1~2학년 시절에는 댄스 동아리에서 춤만 췄죠. 공부는 뒷전이었고요. 원래 꿈도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였어요. 방송에 관심이 많아 초중고 내리 방송반 활동을 했죠. 대학에 가선 방송과 댄스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 해서 과감히 춤을 선택했어요.”

경제학도와 춤과 마케팅. ‘이게 무슨 조합이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녀에겐 모두 근성이라는 말과 통하는 단어들이다.

“이것저것 관심사가 다양하고, 에너지 있는 일을 좋아해요. 또 어떤 일이라도 한번 시작하면 끈기 있게 오래하는 편이죠. 댄스 동아리도 매일 4시간씩 2년을 연습했어요. 처음 65명이던 회원이 막판엔 10여 명으로 줄었죠. 춤만 춘 게 아니라 공연 기획, 기업 스폰서 같은 마케팅·홍보 활동을 2년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대학 입학 후 2년을 꼬박 ‘춤꾼’으로 살았다. 하지만 기수가 끝난 2학년 말이 되자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는 친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3학년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취업’이라는 현실이 눈앞에 닥쳤음을 실감한 것. 휴학을 고민하던 차에 부모님은 ‘편입’을 권하셨다. 막연히 다른 학교를 선택한다는 것보다 새로운 삶의 변화를 위한 ‘도전’의 의미로 부모님 권유를 받아들였다.

“편입 후에야 ‘학교 공부 열심히 해보자’ 마음먹었어요. 학생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겠단 생각이 남들보다 한참 늦은 거죠.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해요. 밖에서 뭘 찾으려 하기보다는 학교 안에서 여러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당장 전공에 열을 올렸다. 댄스 동아리 대신 ‘가치투자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금융이나 재무 관련 스터디를 위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오롯이 2년을 전공에 투자하자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케팅이다.

사실 마케팅에 관심을 쏟고 스스로 적성을 발견한 건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나섰을 무렵부터다. ‘취업 스터디’ 활동이 결정적이었다. 스터디 활동을 도와줬던 취업전문가의 조언도 진로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취업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내게 맞는 분야가 무엇인지부터 찾으라”는 조언이었다.

“보통 취준생들의 실수 중 하나가 ‘OO전자에 입사하겠다’며 기업 자체를 목표로 잡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 금융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업’을 한정하지 않았어요. 대신 마케팅과 기획(플래닝)에 초점을 맞췄죠.”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내 장점 아는 게 최고의 취업 준비!”
수백 번 쓰고 또 쓴 자기소개서

전문가의 컨설팅, 스터디 조원들과의 토론 등을 거치며 내가 원하는 분야를 찾는 데 집중했다. 이후 입사지원서를 낸 모든 회사에 희망 직무를 ‘마케팅·기획’으로 써냈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었다. 막연히 ‘귀사에 입사하고 싶다’는 이력서보다 ‘마케팅을 해보고 싶다’는 이력서를 보내자 서류 전형 통과율이 확 뛰어올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또 하나, 바로 자기소개서다.

“희망 직군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어요. 목표가 명확해지니 비슷한 내용이라도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고 전달력도 커지더군요. 여름방학 기간 동안 매일 5시간씩 자소서를 썼어요. 카페 커피값을 계산해보니 75만 원이 나올 정도였죠.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그렇게까지 되더군요.”

특정 기업 이야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쓰는 데 집중했다. 성장 배경, 장단점, 나아가고 싶은 방향, 앞으로 10년의 계획, 지원 부서와 이유, 대학 활동 중 인상 깊은 경험, 해외 경험 등 키워드 10여 개를 정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500자, 1000자 등 맞춤형으로 나눠 쓰는 연습도 했다.

“기업에 맞추다 보면 그때그때 스스로가 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나의 최고 장점’을 찾는 1년간의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 ‘근성’이었죠. 가치투자 동아리 때도 1년 반 동안 100장이 넘는 보고서를 썼어요. 밤새워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죠. 해외 경험의 경우에도 여행이나 어학연수가 아니라 초중고생 15명을 인솔해 데려가는 워크캠프 경력을 쌓았어요. 웃지 못할 난관이 정말 많았지만 별 사고 없이 해냈었죠. 이런 모든 경험이 근성을 내세우는 자신감으로 연결됐어요.”

자소서를 열심히 쓰다 보니 면접 준비도 저절로 됐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 내 장점을 계속 생각하니 굳이 억지로 생각해내지 않아도 면접 질문에 대한 답이 이미 나온 것이다. 스터디를 함께하던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3 때 공부하듯 자소서를 쓰고 피드백 받고 퇴고하세요. 조원들에게 보여주는 게 부끄러워 혼자 끙끙 앓는 사람이 많은데, 저 같은 경우 100번 넘게 피드백을 받았어요. 몇몇 전문가는 ‘보수적인 기업이라 춤 얘기는 안 쓰는 게 좋다’고도 했지만, 조원들은 좋은 스토리라며 강추했죠. 결과적으론 댄스 동아리 활동을 밝힌 자소서의 효과가 훨씬 좋았어요.”

외국계 회사, 그것도 마케터의 자질에 외국어 능력을 묻는 친구들도 많다. 입사 후 제일 먼저 피부로 느꼈던 것도 ‘사내에서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 실제 입사 후엔 영어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특히 외국계 기업의 경우 본사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업무가 많고, 함께 일하는 동료 중 외국인도 많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 학습지 과외도 꾸준히 받았지만, 그렇다고 토익 학원을 따로 다니진 않았다. 다만 편입 과정에서 독해 공부를 체계적으로 한 것이 실력을 올린 발판이 됐다.

“스펙이란 말 자체가 스스로에게 초점을 맞춘 말은 아닌 것 같아요. 남과 나를 비교하다 보니 내가 부족한 게 보이고, 그게 스펙과 연결되는 식이죠. 스펙은 수치로 정확히 드러나지만, 내 장점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잖아요.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라는 얘기가 결국 그런 거죠. 눈에 안 보이는 내 장점을 키워드, 스토리로 만드세요.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게 최고의 스펙이에요.”



최혜정 사원이 말하는 ‘취업 스터디’ 활용법
1 특정 기업을 목표로 스터디를 조직하지 마라. 모두가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다.
2 스터디는 채용 시즌 전에 조직해라. 예를 들어 12월이나 1월에 조직해 방학 동안 자소서를 마스터해야 한다. 3월이면 학교생활과 학점 관리 때문에 스터디에 집중하기 힘들다.
3 단기 모임보다 장기적인 활동을 권한다.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기 쉽다.
4 서로 다른 분야 지원자가 모이는 게 좋다. 시선도 넓어지고, 서로 경쟁자가 아니란 생각에 도움도 쉽게 준다.


글 장진원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