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SNS는 이제 우리 삶에서 필수 요소가 되어 가고 있다. 일상을 공유하고 몰랐던 사람을 알게 해주는 SNS, 이것이 과연 우리의 리얼 연애 라이프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SNS와 연애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봤다.
[LOVE] SNS, 연애에 약일까 독일까?
SNS 때문에 이별을 경험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 임희영(22세) 씨가 소개팅을 통해 만난 남자친구와 사귄 지 200일쯤 지났을 때 남자친구가 갑작스럽게 어학연수를 떠난다고 했던 것까지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갑자기 떠나버린 남자친구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컸기 때문일까, 장거리 연애지만 나름대로 화상통화와 인터넷 채팅으로 둘의 거리를 좁혀보려 했지만 임 씨의 마음이 의외의 복병에 의해 무너지고 만 것이다.

원인은 바로 페이스북이었다. 우연히 시작한 페이스북에서 그녀는 예전에 잠깐 알고 지냈던 친구의 친구와 소식을 주고받게 되었고, 그러다 그만 그 친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 것. 연락이 뜸해진 여자친구의 소식을 알아보던 본래의 남자친구는 그녀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결국 둘은 SNS 때문에 헤어지고 말았고, 이제 임 씨와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페이스북 프로필난에 서로를 ‘OO의 연인’이라고 써놓기까지 하며 새로운 연인의 탄생을 대놓고 광고하고 있다.


SNS가 연애를 쉽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즉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와 소통할 수 있는 이 서비스가 사람들의 삶을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연애에도 여러 가지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연애는 그 자체로 매우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그 연애를 한다는 우리가 결코 이 사회의 영향력으로부터 괴리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변화의 조짐 첫 번째는 바로 임 씨의 사례처럼 SNS를 통해 다른 이성을 만나기가 쉬워질 것이란 점이다. 필자 역시 이런 점을 종종 느끼는데, 간혹 ‘외롭다’거나 ‘술이 고프다’라는 이야기를 트위터에 올리면 꽤나 많은 남자에게서 작업성 멘션이나 디엠이 배달되곤 하기 때문이다. 한쪽이 팔로잉하다 멘션을 주고받게 되고, 그러다 맞팔을 하게 되고, 디엠이 오고 가다 결국 문자와 통화를 거쳐 오프라인에서 둘만의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을 트위터를 통한 연애의 과정으로 생각하는 남자를 주변에서 많이 보기도 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SNS라는 공간에서는 이런 작업이 순수한 의도로 비쳐질 거라는 생각은 그저 남자들의 착각일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사람에게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열게 되지만, SNS를 통해 만난 사람과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관계의 껄끄러움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쩐지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작업을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하루 종일 SNS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그 사람을 좀 더 제대로 검증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어떤 남자들은, 또 어떤 여자들은 SNS를 얼마든지 가능성이 열려 있는 광활한 부킹 공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SNS가 발달하고 많은 사람이 이런 활동을 하면 할수록 리얼한 현실의 어떤 것들, 그리고 아날로그에 가까운 어떤 가치들이 분명 더 존중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SNS를 통해 내가 사귀는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많이 알 수 있다는 생각도 가능할 것 같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과 친분이 있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SNS만 봐도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순진한 발상일 수도 있다. 친구들끼리 트위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누군가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은 오히려 트위터에도 올릴 수 없어”라고 말해 모두가 무릎을 쳤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SNS에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랍시고 올리는 이야기 중 상당한 분량은 그저 ‘그렇게 보이고 싶어서 올리는 글’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사람의 진실한 모습은 곁에서 함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의 일부를 가지고 전부라고 오해하느니 차라리 상대방의 SNS를 들여다보지 않는 편이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누군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우리는 SNS를 핑계로 그 모든 것을 너무 쉽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연애사를 SNS에 올릴 생각이 있다면, 말을 아끼고 비밀을 간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어떨까


SNS 때문에 연애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까?

SNS가 우리의 연애 라이프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이 드는 포인트 그 두 번째는 바로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그저 날씨 이야기, 음식 이야기만 SNS를 통해 올리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신의 일상을 고스란히 공개하게 되고, 그러다 연애에 대해서까지 올려야 할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볼 때가 있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그것을 통해 서로의 거리를 좀 더 가깝게 느끼는 것까지는 SNS의 순기능이 될 수 있지만, 마치 자발적으로 ‘트루먼 쇼’라도 찍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 후에 따라올 후폭풍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LOVE] SNS, 연애에 약일까 독일까?
접근성과 개방성이 꽤나 높은 미디어적인 특성상 한 번 올린 글과 사진은 나중에 절대 지울 수 없을 만큼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또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걸 모두 기억해야 한다. (몇 달 전, 한 가수가 스스로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던 사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은가.)

사생활 노출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는 이것으로 다가 아니다.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글로 표현해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으로 올렸을 때, 본인은 그저 답답한 마음에 올렸다지만 그것이 사람들에게는 그저 뒷담화의 소재이거나 눈요깃거리가 될 수 있다.

자, 그러니 자신의 연애사를 SNS에 올릴 생각이 있다면, 말을 아끼고 비밀을 간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어떨까 싶다. 연애는 감정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치달을 일이 분명 많은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SNS를 통해 이것이 고스란히 노출되었을 때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가능성이 꽤 높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내가 아끼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이 부분을 확실히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연애란 지극히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행위일 때 조금 더 그 맛이 살아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디렉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내 사람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