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면 무시당하는 세상이 확실하다, 남 걱정하지 말고 이기적으로 생각해야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확실하다, 이런 확신에 입각해 좀 더 세상의 방식에 맞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참이었죠. 마침 그때 정호승의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를 ‘업무상’ 읽게 되었습니다. 리뷰를 작성해야 했거든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목부터 ‘진부해도 너무 진부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호승 시인만 해도 이젠 베스트셀러 작가이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폈습니다.
책의 모든 꼭지는 시인의 삶에 용기를 준 한 줄의 문장이 제목이었습니다.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하세요’에서 ‘천국에 자리가 하나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 자리를 당신의 자리로 하세요’로 끝이 나죠. 책은 이렇게 시인의 삶에 영향을 준 66개의 ‘한 문장’에 주석을 다는 형식이었습니다. 문장의 출처도 다양합니다. 성서에서 가져온 말씀도 있고 선후배 작가들의 작품에서 가져온 말도 있지요. 시인의 삶 속에서 ‘문득’ 떠올렸으나 ‘줄곧’ 삶에 영향을 주었던 아포리즘도 담겨 있습니다.
책은 처음부터 착한 생각, 바른 생각들의 향연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접해 보는 먹물 빠진 담백한 문장들, 그 속에 오롯하게 담겨 있는 시인의 정제된 생각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독자와 청자를 존중하고 우대하는 듯한 인상의 존댓말 문장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선하게 사는 것, 올곧게 사는 것이 정석이고 정상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게 가장 좋았어요. 그간 우리는 바르게 살면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것, 비인간적인 것을 합리화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꽃 한 송이가 밥 한 그릇보다 귀할 때가 있다’에서 시인이 나누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밥이 없으면 인간이 존재할 수 없지만, 꽃이 없으면 인간이 존재하더라도 아름다워질 수 없다.” 밥으로 대표되는 자본과 물질문명 앞에서도 꽃으로 살아갈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게 참 인간다움의 의미일 것입니다. 시인이 얻은, 그래서 나누고자 하는 용기도 바로 인간답게 살 때에만 필요한 용기예요. 책 덕분이겠지만 상대방처럼 똑같이 잔머리를 굴려보마 했던 마음을 접었습니다. 보험 할증으로 돈은 좀 더 들겠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정호승 | 비채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이후 정호승 시인이 7년 만에 들고 온 두 번째 산문집. 인생이라는 고해(苦海) 앞에 선 사람들과, 자신에게 용기를 주었던 ‘한마디’들을 공유한다. 성철 스님을 만나 삶의 화두를 얻은 이야기, 대학 시절 밥을 포기하고 다방에서 종일 시를 쓴 이야기 등 저자의 삶에서 묻어 나온 경험들이 독자에게 잔잔하지만 진득한 용기를 준다.
김병일 | 글항아리
조상들의 삶을 통해 새로운 통찰과 지혜를 얻고자 기획된 ‘오래된 만남에서 배운다’ 시리즈 제1권. 자신을 낮춤으로써 ‘섬김의 리더십’을 보여준 퇴계의 삶을 그의 일상과 인간관계 속에서 살펴본다. 퇴계는 상대가 누구건 귀천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겸손’과 ‘배려’ ‘희생정신’이 가진 잃어버린 가치를 발견하고 참 지도자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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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존스 | 혜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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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슈미더 | 펜타그램
경제학자의 영화관
박병률 | 한빛비즈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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