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까지 나와서 영업 같은 걸 해야 돼?’ 이런 생각을 하는 취준생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영업이라는 현실에 뛰어들어 자존심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영업은 어느 업종에서도 빼놓을 수 없으며 모든 비즈니스의 바탕이다. 수많은 영업 중에서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B2C 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어떻게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현장을 뛰고 있는 보험·카드·자동차 영업직에 대해 알아본다.

취업 대란이라고 불리는 이때 취업 포털에 차고 넘치는 구인 소식이 있다. 보험·카드·자동차 등 B2C 영업직이다. B2C 영업은 불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제품을 파는 일이다. 대개 고객과 직접 만나서 실적을 올린다. 기본급보다는 인센티브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영업사원 개인의 역량과 실적에 따라 ‘대박’을 터뜨릴 수도 ‘쪽박’을 찰 수도 있는 직종이다.

영업직은 일한 만큼 성과가 나타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개인마다 편차가 심하지만 평균 연봉 수준도 낮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조사한 결과 보험설계사의 평균 연봉은 4737만 원. 자동차 영업원은 3711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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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직 울리는 계약직 잣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영업직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이유는 널리 퍼진 영업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막무가내로 팔아오라는 식의 방문판매가 영업사원을 달갑지 않은 직업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외판원’ ‘보험 아줌마’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규직’ 간판이 없는 것도 취준생들이 영업직을 기피하는 이유다. 자동차 딜러의 경우 정규직 방식으로 채용하기도 하지만 보험·카드 등은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장래희망에 공무원이 순위에 들 정도로 ‘안정성’과 ‘고정 급여’가 직업 선택의 우선순위가 된 지금 계약직 시스템은 직업 매력도를 낮추는 큰 원인이다.

정규직이 아니면 취업률로 집계되지 않아 대학 측에서도 지원에 소홀하다. 여기에 진입장벽이 낮다는 사실이 이미지의 왜곡을 심화시켰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생각할 최후의 보루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영업직을 과거의 틀로만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근 영업직은 전문화되고 있다. 이제는 영업도 무조건 물건만 팔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FC, FP, SFP 등 명칭마저 바뀌며 보험만 팔던 것에서 ‘자산설계 전문가’로 역할이 변모했다. 각종 금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의 전문성도 요구된다. 이에 따라 평균 연령은 낮아지고 고학력·고연봉화 되는 추세다. 영업직도 전문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방 직업’에서 ‘미래 발판’으로

현장에서는 영업직의 비전에 대한 재고도 이뤄지고 있다. 과거 영업직에 대한 인식이 ‘짧고 굵게 돈을 벌어 나가는 직업’이었다면 현재는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보는 눈이 늘어난 것. 단기 수익보다 향후 관리직 전환을 목표로 입사하는 영업직원의 수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취재 중 만난 보험설계사 A씨는 “공채 정직원으로 들어와도 영업직으로 돌리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오히려 영업 출신이 관리직으로 일찍 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영업직 출신 CEO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라고 불리는 미래전략실의 책임자에 오른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민병덕 KB국민은행장도 영업통이다.

기자는 지난 2월 13일 보험회사, 카드사, 자동차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영업직원들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딱딱한 취재가 아닌 서로의 일 얘기를 하는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 내용을 지면으로 잠시 옮긴다. B씨는 카드사에서 근무 중이고, C씨는 보험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D씨는 수입차 딜러다. 카드사에 다니는 B씨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B씨 : 관리직이 되려면 팀원을 구해야 하는데, 요새 리크루팅이 정말 힘들어요. 영업을 제일 바닥인 것처럼 보더라고요.

C씨 : 직업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거죠. 사실 영업이 있어 물건을 팔고 회사가 돈을 버는 건데, 그게 싫다면… 글쎄, 다른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B씨 : 알고 보면 회사 차원에서 영업에 대한 투자가 어마어마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카드사나 보험사의 상품이 비슷비슷하잖아요. 하나라도 더 팔려면 영업 역량에 기대야 하니 비중이 커지는 거죠. 학생들은 이런 건 잘 모르죠.

D씨 : 자동차는 그런 지원은 없어요. 자동차 회사에서 판매권을 가져와 딜러 재량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니까요. 싸게 팔수록 딜러가 손해를 보는 거죠. 수익률은 보험 쪽이 좋지 않나요?

C씨 : 수익률이야 그렇지만, 수입차는 건마다 떨어지는 규모가 크잖아요. 그래도 전 금융상품이든 서비스든 무형의 상품을 파는 것도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나중에 연필 한 자루라도 팔 자신이 있거든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사람 만나는 건 평생 해야 할 일인데 그런 것도 미리 배우고요.

D씨 : 확실히 대화를 하면 영업을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차이가 나요. 사람이랑 부딪치고 깨지면서 배운 사람들의 말에는 미묘한 느낌이 있어요. ‘이거 드세요’와 ‘여기 음식 맛있다던데, 맛 좀 보세요’의 차이랄까.

잡앤조이 : 영업하면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네요.

B씨 : 다양한 사람을 만나니까 거기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진상도 있지만 정말 좋은 사람도 많거든요. 신입사원부터 CEO(최고경영자)까지.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 사람은 이래서 성공했구나’를 알게 되죠.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는 카드 계약을 못하더라도 친해질 때가 많아요.

D씨 : 맞아요. 사실 저는 영업하다가 사업을 시작할 생각이에요. 그런데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물어보지 않아도 사업 아이템이나 경영 노하우를 술술 얘기하기도 하거든요. 저는 자기계발 책 안 읽고도 직접 체득할 수 있는 거죠.

잡앤조이 : 그래도 사람 대하는 일이라는 게 쉽지 않잖아요.

D씨 : 물론 지저분한 일도 많이 당하죠. 오늘도 한 고객이 차를 한 대 사면서 집을 하나 장만하려고 하는 거예요. 요구하는 게 엄청 많은 거죠. 가끔은 차는 아무 이상 없는데 문제가 있다면서 막무가내로 바꿔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또 주말이나 저녁,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이 와요.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네 상황을 이해해주는 고객은 없다. 너는 어차피 차 파는 딜러다. 네 상황을 대입시키는 순간 지는 거다.’ 결국 그런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하는 것 같아요.

B씨 :
그런 상황들을 버틸 수 있느냐가 영업의 관건이죠. 내 사람을 많이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는 없어야 돼요. ‘나’가 존재하면 내 사람 만들기 쉽지 않아요.

C씨 : 저는 그런 것보다 스스로 슬럼프가 왔을 때 힘들었어요. 단순히 몸이 아파서 며칠 쉬더라도 영업을 못하면 그만큼 내 월급이 없는 거거든요. 영업이라는 게 하루를 쉬면 일주일을 쉬고, 일주일을 쉬면 한 달 영업이 안 돼요. 그렇게 한 달을 놀면 6개월 동안 슬럼프가 오죠. 결국 내가 뿌리는 씨앗에 따른 수확량인데, 그만큼 기복이 심하다 보니 슬럼프에 한 번 빠지면 많이 힘들어지죠.

B씨 : 정말 솔직한 직업이에요. 자기가 일하면 벌고 놀면 못 벌어요. 우리끼리는 확률 싸움이라고 해요. 만나는 사람, 전화 횟수의 일정 확률에 비례해 계약이 성사된다는 거죠. 그래서 회사에는 매뉴얼도 있어요. 하루에 이런 이런 활동을 하라고. 그것만 지켜도 100% 실적이 나와요. 지키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다른 회사원처럼 제때 시킨 일 하고, 안 하면 혼나는 게 아니라서 내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으니 유혹이 굉장히 크거든요.

D씨 : 그건 영업의 매력이기도 해요. 내가 계획한 시간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내 시간 내 마음대로 쓰고 대신 회사에 성과를 가져다주고. 아무도 터치 안 하고. 그걸 나태해져서 활용 못하는 사람이 도태되는 거죠. 결국 자기관리가 중요해요.

C씨 : 성과에 대한 솔직함도 마찬가지로 양날의 검이죠. 다른 일 하다가 영업으로 오는 사람들의 이유가 대부분 그거잖아요. 내 성과가 내 윗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게 아니라 다 나한테 온다는 것. 내 성과는 나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고 돈이라는 아주 피부에 와 닿는 형태로 돌아오니까요.



대화를 종합해보면 영업직은 도전할 만하다는 게 영업직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업직은 절대 홀대할 직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진입 후 생존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전문 직종의 하나로 영업을 이해하고 본인이 왜 영업을 하려는지 뚜렷한 목표를 세워 자기중심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아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빛나는 영업 에이스
그들이 말하는 성공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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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광 삼성생명 테헤란로univ지점 부지점장
“자존감 있는 사람이 영업으로 성공하더라”

Q 보험회사에 다니면 친구들과 멀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는 어떤가.

A. 물론 보험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만나는 사람들이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본인 하기 나름이다. 조언을 하자면, 보험 설계를 할 때 친한 사람일수록 정해진 프로세스를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친구, 또는 가족이라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매뉴얼을 무시하다 보면 관계 자체가 어긋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Q 영업 노하우가 있다면.

A. 동호회에 가입하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나는 직접 동호회를 만들었다. 다른 곳에서는 영업한다는 말을 꺼내기도 어렵지만, 직접 운영하고 회원 관리를 하면 주도권을 잡기 쉽다. 슈퍼마켓이나 세탁소, 미용실, 피부과 등 내가 손님인 곳부터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Q 어떤 사람에게 영업이 잘 맞는가.

A. 자존감 있는 사람이 잘하더라. 보통 보험 영업을 한다고 하면 꺼리기 마련인데, 오히려 자기 일에 대해서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같은 설명을 하더라도 그 한마디 한마디가 다르게 느껴진다. 언변이 뛰어나면 분명 빛이 나지만, 내실 없이 말만 잘하면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

Q 영업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영업은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성향 등 나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꿈이나 목표를 찾는 과정에서 거쳐 가기 좋은 길이다. 또 서른 살이 되고 마흔 살이 돼서 어떤 일을 할지 모르지만 결국 모든 일이 영업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 혈기왕성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20대에 도전한다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오재혁 마이스터모터즈 주임
“쉼 없는 자기 채찍질 필요해”
[영업직에 대한 오해와 진실] 취업 최후의 보루?  영업직바로 알기
Q 자동차 영업을 시작한 계기는.

A.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영업을 시작했다. 보험이나 카드도 생각해봤지만 눈에 보이는 상품을 팔아보고 싶어서 자동차를 선택했다.

Q 영업을 잘하는 성격이 있나.

A. 이왕이면 ‘쿨’한 성격이 좋다. 영업을 하다 보면 일을 열심히 해도 성과가 안 좋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 스트레스에 일일이 반응하면 힘들다. 끈기와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꼭 말을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 내용을 전달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Q 영업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A. 영업직은 시간이 자유롭다. 이게 기회이기도 하고 함정이기도 하다. 시간의 자유로움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처음 영업을 시작하고 2~3년간 11시 이전에 귀가한 적이 없다. 1년에 340일을 출근했다. 그만큼 한 발 더 나가기 위해 자기 채찍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자동차 영업을 생각 중인 이들에게 충고를 한다면.

A. 쉽게 큰돈 버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영업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들어온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만약 영업을 시작한다면 큰 욕심을 버리고 장기적으로 하나하나 쌓아간다는 마음가짐이 좋다.



글 함승민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