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렇다면, 모두의 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74917.1.jpg)
하지만 그날 식당에서 두 사람은 우연히 같은 과 학생들을 마주치고, 해원은 더 불안해진다. 해원과 친한 스튜어디스 연주(예지원) 역시 유부남 중식(유준상)과 7년째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일련의 홍상수 영화가 어떤 공간들을 선택했는지 생각해본다. ‘오!수정’의 인사동, ‘극장전’의 종로·남산·서울역 부근, ‘옥희의 영화’의 광진구 건국대, ‘북촌방향’의 북촌, 그리고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는 “북촌에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서촌으로, 사직동으로, 광진구 건국대로, 그리고 서울 인근 남한산성으로 계속 이동한다.
서울의 구도심 종로에 대한 홍상수 감독 본인의 정서를 우리가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는 종로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듯 자꾸만 그곳으로 돌아온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어왔던, 나름의 분위기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현재와 미래의 광폭한 손길이 덜 닿아 있는 구석 공간을 선택한 건, 여전히 현재와 과거 사이에 끼인 채 갈 곳을 모르는 불안정한 인물들을 일부러 포개 담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빛나는 존재는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 정은채다. 영화 ‘초능력자’ ‘무서운 이야기’ 등에서 활약했지만 대중의 눈도장을 받는 데에는 조금 부족했던 이 배우는 놀라운 존재감으로 홍상수 영화에 신기한 레이어를 겹쳐놓는다.
20대 초반, 소녀에서 성인으로 막 건너가는 단계의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어딘지 약간 미친 듯한 열기, 현실에 발을 딛고 싶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의 한계가 너무 못마땅하기 때문에 그 사이의 불일치를 이기지 못하는 정서가 있다.
꿈에서라도 하고 싶은 말을 다해 버리는 소녀의 그런 불안정한 열기가 정은채를 통해 고스란히 체현된다. 홍상수의 최근작들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현명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그려졌다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정은채의 힘을 빌려 그 정점에 달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들이 자주 해원에게 “이 예쁜 새끼!” 하고 애정을 담아 부르는 것처럼, 그녀 정은채는 ‘모두의 딸 해원’으로 듬뿍 사랑받았다. 앞으로 이 배우를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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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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