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것을 시작한 청년들, 과 친구 6명이 의기투합 창업

“보 세요, 티슈를 쓰고 있잖아요. 작년만 해도 ‘지금은 두 겹 두루마리 화장지이지만, 내년엔 반드시 세 겹짜리를 쓰리라’고 다짐했었죠. ‘내년엔 꼭 칠성사이다를 먹자’고도 했는데 지금은 웬걸요, ‘주스’에 ‘먹는 샘물’까지 대서 먹고 있어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요.”

연세대 신촌캠퍼스 공학원에 자리 잡은 ‘에이트빈즈’는 모바일 기반의 게임 애플리케이션과 소셜게임 등을 제작하는 IT 벤처다. 김승덕 대표 역시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05학번으로, 내년 2월이면 학생 겸 CEO에서 학생이라는 꼬리표 하나를 떼는 셈이다.
[청년 CEO 이야기] 에이트빈즈 (EightBeanz)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성장’할 수 있어”
김 대표가 1986년생, 10명 안팎의 직원들 평균 연령도 만 24세다. 2010년 말 과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무작정 사무실을 얻고, 정식 창립도 2011년 2월에 불과한 그야말로 신생 기업. 그렇다고 조악한 상품을 취미 삼아 내놓는 동아리 수준을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기술력과 퀄리티 면에서 확고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2011년에 처음 내놓았던 ‘나의 반쪽 찾기’ 앱이 모든 플랫폼에 다운로드 1등을 차지했어요. 그리 높은 퀄리티도 아니었는데 150만 건이나 다운로드됐죠. 대박일 줄 알았으면 미리 광고도 붙였을 텐데, 나중에 진행하는 바람에 실제 수익은 100만 원 조금 넘는 수준이었어요.”
[청년 CEO 이야기] 에이트빈즈 (EightBeanz)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성장’할 수 있어”
김승덕 에이트빈즈 대표
1986년생
2013년 2월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졸업 예정
2011년 2월 에이트빈즈 창립
‘클쓰마스 꾸미기 위젯’ 티스토어 추천 2위
‘미사일 닷지’ ‘맥가이버’ 바다 추천 1위
‘사랑은 줄을 타고’ SKT 상생혁신센터 최우수 앱 선정
‘나의 반쪽 찾기’ 앱스토어, 플레이스토어, 바다 무료 1위
연세 19기 학생벤처 선정
연세 청년 CEO 발굴 경진대회 은상


첫 작품 150만 다운로드 ‘대박’

처녀작의 히트는 그렇지 않아도 의욕으로 똘똘 뭉친 이들에게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됐다. 전통문화인 줄타기 게임, 미사일 닷지 같은 슈팅 게임도 연이어 출시했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선 루돌프 분장으로 직접 거리에 나가 휴대폰 꾸미기 앱 판촉에 나서기도 했다. 미사일 닷지의 경우 바다 플랫폼에서 10만 건 다운로드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실천하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는 말은 에이트빈즈의 창업 과정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창업 관련 과목을 수강하던 과 친구 6명이 ‘사고’를 치기로 작정한 건 연말 분위기로 들떠 있던 2010년 12월이었다.
[청년 CEO 이야기] 에이트빈즈 (EightBeanz)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성장’할 수 있어”
“수업을 들으며 창업 얘기를 자주 접하다 보니 ‘우리도 해보자’는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하고 싶은 걸 하고, 만들고 싶은 걸 만들자’며 의기투합했죠. 6명이서 돈을 모아 크리스마스 다음 날 바로 오피스텔을 계약했어요. 복층 구조였는데, 위에선 자고 아래에선 일하는 게 가능했죠. 두 달 동안은 모은 돈으로 월세를 냈고, 이후부터는 회사 수익으로 해결했어요. 첫 두 달간은 무조건 공부만 했거든요. 그 직후 내놓았던 ‘나의 반쪽 찾기’ 앱이 대박이 난 거죠.”

과 선배 등 지인들의 도움도 받았고, 상품을 본 업체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다. 태블릿PC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앱, 뽀로로 관련 게임 앱 등의 외주 수주를 받으며 1년간의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창립 첫해 기록한 매출액은 5500만 원 정도. 올해는 상반기에만 7000만 원을 기록했다. 하반기 실적이 이전에 못 미친 건 본격적인 자체 서비스 개발에 공력을 쏟았기 때문. 상반기 수주에 성공한 4~5개의 외주 프로젝트를 통해 자체 서비스 제작을 위한 실탄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 상품인 ‘물병편지’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물병편지는 이미 포털 사이트의 소셜게임 플랫폼에 출시했던 서비스로, 유틸리티 부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해 기대가 크다. 잠시 미뤄놓았던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청년 CEO 이야기] 에이트빈즈 (EightBeanz)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성장’할 수 있어”
“비슷한 서비스는 있어요. 그런데 랜덤 채팅 식으로 변질돼버렸죠. 물병편지는 단순히 이성 찾기 채팅이 아니에요. 하고 싶은 말, 털어놓고 싶은 하소연을 편지로 보내는 거죠. 감성적인 접근을 노렸어요. 페이스북 메시징 기능만으론 감성과 느낌을 전달하기 어렵잖아요. 단순한 생일축하 메시지라도 내가 정한 편지지에 손글씨로 써서 전달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젊은 혈기에 무작정 뛰어들었던 창업. 공모전에 입상하고, 벤처 인증도 받으며 지원금도 타냈지만, 주변의 시선은 때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
[청년 CEO 이야기] 에이트빈즈 (EightBeanz)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성장’할 수 있어”
“아직도 부모님이 1주일에 한 번씩 오셔서 ‘이젠 취직할 때 되지 않았느냐’고 하세요. 그때마다 ‘20대까지만 봐달라’고 설득하죠. 창업 후 30~40대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후회한다’였어요. 나이 들고 가정도 생기면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지잖아요. 그 나이 때 생각만 했지 실천하지 못해 후회스럽다는 말. 20대가 너무나 가치 있고 소중한 때라는 걸 알게 됐어요.”

김 대표의 롤모델은 마크 주커버그가 세운 ‘페이스북’이다. 그렇다고 메가 히트작을 말하는 건 아니다. 개발자가 중심이 되는 회사를 일구고 싶다는 바람 때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은 모두 실리콘밸리 개발자 중심 기업의 전형이다.

‘10시 출근, 퇴근 시간은 알아서’라는 원칙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 새벽 1~2시는 보통이고 밤을 새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위계질서’ 같은 건 없지만, 대신 막내가 대표에게 ‘욕’을 할 수 있는 자유분방함을 추구한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며 떠나는 사원도 종종 있지만, 그런 자유로움 속에서도 제 할 일을 해낸다는 책임감만큼은 무겁다.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