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주식 등 ‘욜로’에서 ‘세컨슈머’로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이윤서 대학생 기자] 최근 MZ세대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바로 ’세컨슈머‘이다. 20,30대의 소비 패턴을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세컨슈머‘는 ’Second’와 ‘Consumer’를 합친 합성어로 ‘두번째 소비자’를 의미한다. 당장의 편리함보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대안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소비 트렌드를 의미하는 ‘세컨슈머’. 이 소비 패턴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MZ세대는 부동산값 폭등, 높은 실업률 등 장기불황의 직격타를 맞은 세대다. 2~3년 전만 해도 청년들 사이에서는 ‘YOLO’와 ‘힐링’ 같은 단어들이 유행했지만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현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소비에 있어 무엇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돈을 절약하고 투자하자는 마인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세컨슈머’로 소개하는 오윤지(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씨도 여기에 동의했다. 오 씨는 “예고 없이 닥친 팬데믹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마나 준비돼있지 않은지 알게 됐다”라며 “코로나19로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는 소비, 계획적이고 알뜰한 소비 습관을 갖게 됐다”라고 했다. 사회 변화에 따른 소비자 심리의 변화가 20, 30대로 하여금 본인의 미래에 간접적으로라도 이득이 되는 소비를 실천하게 한 것이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적 낭비를 줄이려는 MZ 세대의 노력도 세컨슈머의 출현 이유가 됐다. ‘N차 신상’을 통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려고 하는 가치 추구 중심의 소비 동향은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고 싶다는 20,30세대의 열망을 담고 있다. 이같이 경제적, 환경적 낭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두는 세컨슈머들. 그렇다면 혜성처럼 출현한 ‘세컨슈머‘들은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을까.

부담 없는 소비와 용돈 벌이, 일석이조의 중고 거래
세컨슈머의 주된 활동은 중고 거래다.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 ’제로 웨이스트‘보다 가벼운 개념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천 가능한 범위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 와 같은 환경적 가치 추구와 함께 경제적 이득도 되는 중고 거래는 MZ 세대의 문화로 뜨면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중고거래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플랫폼도 다수 나타났다.

그 중 이우혁(한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 3)씨는 ’중고나라’를 통해 다수의 중고거래를 한 경험이 있다. 그는 중고 거래를 시작한 이유로 “당장 필요한 물건들의 물량이 적거나 신품의 가격이 너무 비쌀 때,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메리트 덕분에 이를 애용하게 됐다”며, 본인이 판매한 물건을 공개했다.
MZ세대는 지금 중고거래 중···‘욜로’에서 ‘세컨슈머’로 변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
MZ세대는 지금 중고거래 중···‘욜로’에서 ‘세컨슈머’로 변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
MZ세대는 지금 중고거래 중···‘욜로’에서 ‘세컨슈머’로 변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
△이우혁 씨의 판매 거래 내역. 본인이 직접 제품을 소개하는 글을 작성했다. (사진 제공=이우혁 씨)

그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인터넷 판매처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제품의 사진이나 사용 후기를 판매자에게 직접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중고거래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어렸을 때 사용하다가 창고에만 집어놓고 처분하지 못하고 있던 게임기도 쉽게 거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였다.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당근마켓도 20, 30대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로, 모바일인덱스의 중고거래 앱 시장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을 기준으로 전체 쇼핑앱 카테고리 가운데 일간 활성사용자 수 중 2위를 차지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최수린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3) 씨는 2020년 겨울부터 이 당근마켓을 애용 중이다. 이사를 하게 되면서 처분할 가구들을 버리기 아까워 중고 거래를 시작했다는 최 씨는 “자칫하면 생활 쓰레기로 버려질 수 있었던 수많은 가구들을 중고 거래를 통해 되팔게 돼 뿌듯했다”며 “쏠쏠한 용돈 벌이가 돼 기분이 좋았다”고 후기를 남겼다. 이어 “지구에 봉사하는 느낌으로 지속적인 되팔기 문화를 실천하려고 한다”며 “환경친화적인 소비문화 확산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많은 사람이 건전한 중고 거래를 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MZ세대는 지금 중고거래 중···‘욜로’에서 ‘세컨슈머’로 변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
△최수린 씨가 당근마켓에서 판매한 물품 목록. (사진 제공=최수린 씨)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는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 비해 조금 더 구체적인 상품을 취급하는 ‘팔라고’ 플랫폼도 MZ세대 사이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팔라고는 사용하지 않는 모바일 쿠폰이나 상품권을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고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국내 최초 개인 간 중고 모바일 쿠폰 거래 장터다.
MZ세대는 지금 중고거래 중···‘욜로’에서 ‘세컨슈머’로 변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
△팔라고 앱 인터페이스. (사진 제공=오윤지 씨)

오윤지 씨는 팔라고 앱을 통해 생활비를 차곡차곡 아끼고 있다고 한다. 오 씨는 “이 앱을 사용하면서 아끼는 푼돈이 모이고 모여 거금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정값보다 인하된 가격으로 똑같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실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중고 거래와 달리 판매자가 상품을 보내주기까지 기다릴 필요도, 사기를 당할 여지도 없는 쿠폰 거래를 통해 원하는 상품들을 거의 다 살 수 있었다”며, “남에게도, 나에게도 이득이 되는 서비스를 통해 최소지출을 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MZ세대는 지금 중고거래 중···‘욜로’에서 ‘세컨슈머’로 변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
△ ‘팔라고’ 앱 구매 내역 화면. (사진 제공=오윤지 씨)

미래를 위한 투자, ‘주식’
세컨슈머의 소비 패턴에서 중고 거래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활동은 주식 투자다.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2020년 들어 개인투자자가 사들인 주식은 총 32조 3576억 원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 투자자들이 매수한 주식의 액수가 5조 4937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2020년도의 데이터는 작년 합계치의 6배를 뛰어넘고 있다. 이처럼 주식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주식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꾀하려는 꿈은 20·30세대에게도 해당했다. 전지현(서강대학교 경영학과 3)씨는 현재 삼성전기, 노바렉스, NAVER, 한국금융지주, 카카오 등 다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전 씨는 주식의 장점으로 “무엇보다 소소한 용돈벌이를 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주식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산업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어, 기업을 분석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기업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점이 좋다”라고 했다. 이어 “주식으로 성공하려면 결국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며 “지금 같이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는 필수인 것 같아 주식 공부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해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MZ세대는 지금 중고거래 중···‘욜로’에서 ‘세컨슈머’로 변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
△전지현 씨의 주식 잔고 화면 캡처본. (사진 제공=전지현 씨)

이수빈(한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 4)씨도 포스코 ICT, 제주항공, 삼성전자 등 다수의 기업에 투자 중이다. 이 씨는 본인이 평소에 잘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와 재무제표, 주식차트를 기준으로 투자할 기업을 선정해, 아르바이트와 함께 부수적인 수입을 얻으려 주식을 시작했다. 이 씨는 주식 활동을 통해 “기회는 언제든지 온다는 것을 배웠다”며 “이러한 기회들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미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경제적 이윤도 창출하는 주식 활동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이 씨는 대학생이라면 꼭 해봐야 할 활동으로 주식을 꼽았다. 이어 “사회를 보는 통찰력도 키우고, 내가 소비자로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도 깨달았다”말했다.

이처럼 세컨슈머는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한 소비 습관을 갖추려는 MZ세대에 의해 2021년 핫한 트렌드로 떠올랐다. 번개장터가 발표한 ‘MZ세대 검색 및 거래 트렌드’ 에서는 MZ세대가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을 통한 새로운 소비문화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 또한 본인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하나의 행위로 간주되는 문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경제적, 환경적 낭비를 줄이려는 ‘N차 소비’를 통한 지속 가능한 삶의 영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2020년 경제적 이득, 환경적 가치, 미래를 위한 발판 셋 다 추구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인 ‘세컨슈머’의 비전은 밝아 보인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