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시즌 되면 중고 시장 방불케 하는 대학가 수강신청 논란

“00과목 팔아요!” 1만원~15만원에 사고 파는 대학 강의…‘꿀 강의’는 경매하기도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장예진 대학생 기자]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다. 이맘때가 되면 에브리타임에는 특정 강의를 사고판다는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수강 신청이 끝난 직후 수강 신청 변경 기간엔 ‘000과목 팝니다’ ‘00과목 5만 원에 사요’ 등 마치 중고 거래 앱을 보는 듯 강의 거래가 목격되기도 한다.

강의 거래는 수강 신청을 성공한 특정 강의를 타 학우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양도하는 행위다. 구매자가 어떤 강의를 구매하고 싶다고 글을 올리거나, 판매자가 판다는 글을 올리면서 거래가 이뤄진다. 이후 특정 날짜와 시간을 맞춰 구매자가 해당 강의 수강 신청을 취소하면, 구매자가 취소된 강의를 바로 신청해 이뤄진다. 이러한 거래는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개인 SNS 등을 통해 이뤄진다.
“00과목 팔아요!” 1만원~15만원에 사고 파는 대학 강의…‘꿀 강의’는 경매하기도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라타임에서 강의 거래를 하는 게시물.

대부분 대학가에서 수강 거래 이루어져
수강 신청이 끝난 2월 마지막 주, 숭실대 에브리타임에는 ‘사요’와 ‘팔아요’를 치자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익명의 숭실대 학부생은 ‘000과목 사요!! 저한테 팔아주세요“라는 글을 게재하는가 한편, 또 다른 익명의 학부생은 ’조행론 과목 팔아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밖에도 강의를 사고판다는 게시물은 족히 20개가 넘었다. 숭실대뿐만 아니라 명지대 에브리타임에도 강의 거래 게시물은 계속해서 목격됐다. 명지대 에브리타임에도 ‘사요’라는 제시어를 입력하자 약 10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명지대에 재학 중인 이준석(가명·신소재공학·3)씨는 “수강신청 변경 기간 때 강의 거래 게시물은 흔하게 올라온다”라며 “거래가 끝나면 보통 게시물을 삭제하기 때문에 10개의 게시물도 평소보다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강의 거래는 개강 첫 주부터 정정 기간 까지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뤄진다.
“00과목 팔아요!” 1만원~15만원에 사고 파는 대학 강의…‘꿀 강의’는 경매하기도
△명지대 에브리타임 강의 거래 게시물.

강의 선택 제약, 결국 강의 거래로 이어져
강의 거래는 적게는 1만 원부터 많게는 15만 원까지 거래된다. 심지어 잡기 어려운 일명 ‘꿀강의’는 에브리타임에서 경매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수강 신청 거래가 발생 하는 이유는 들어야 졸업 가능한 ’필수‘과목의 경쟁률이 매우 높거나, 학생 수를 고려하지 않은 전공과목 여석 수, 특정 강의 쏠림으로 인한 강의 선택의 제약이 원인이다.

최지은(가명·숭실대 정치외교학과·4)씨는 “복수전공하고 있는 경영학과 수업을 듣기 위해선 적어도 3: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들어야 졸업 가능한 필수 강의마저 3명의 경쟁자를 제쳐야 수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숭실대 필수교양인 ’독서토론‘의 경우 30명 여석 수에 61명이 담아 2:1 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한 ‘꿀강의’로 소문난 강의의 경쟁률은 15:1 수준으로 올라간다. 숭실대 교양 강의인 ’AI 및 데이터 분석의 기초‘는 49명 여석 수에 200명이 담으며 약 5:1의 수준을 보였으며, 한 에브리타임 익명의 학부생은 교양 선택 강의의 경쟁률이 12:1이라고 글을 게재했다. 많은 학생들이 담는 교양강의의 높은 경쟁률도 문제지만 일반 전공 강의마저 평균 2: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경쟁률에 에브리타임에는 “전공 여석은 적어도 넉넉하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불만이 이어졌다.

수강 신청에 실패한 대학생들이 강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일명 ‘빌넣’이 있다. ‘빌넣’은 빌어서 넣는다의 줄임말로, 대학가에서 교수님께 따로 좌석을 열어달라는 메일을 보내다는 일종의 은어다. 보통 전공 수업을 실패한 경우 사정을 잘 말하면 수강 여석을 늘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다양한 학부생이 신청하는 교양과목의 ‘빌넣’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빌넣’이 불가능하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버려진 강의를 기다리거나, 강의 거래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학생 정지훈(가명·숭실대·4)씨는 인기 교양 강의인 여성학을 에브리타임을 통해 구매했다. 그는 “재수강 강의라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다”라며 “에브리타임에 직접 사겠다는 글을 올렸다”라고 전했다. 그는 “곧바로 쪽지가 왔고 오픈채팅방에서 계좌로 4만 원을 송금한 후 시간을 정해서 강의를 신청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수강 신청 거래를 돈벌이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어
수강 신청 거래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수강 신청 거래 자체를 ‘돈벌이’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학생이나 해당 전공 학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필요 없는 인기 강의나 전공과목을 의도적으로 수강 신청 해놓고, 나중에 팔아 돈을 버는 사례까지 암암리에 나타나고 있다. 숭실대의 익명의 학부생은 “아예 상관이 없는 과 학생이 수강 신청을 해놓고 파는 경우도 보았다”라며 수강 신청 거래의 민낯을 전했다.

대다수 대학생, 강의 거래에 대한 비판적 시각
강의 거래에 대해 대부분의 대학생은 비판적이다. 숭실대 익명의 학부생은 “강의 매매가 심해 눈살이 몹시 찌뿌려진다”, “강의 거래는 나쁜 거고, 당연한 게 아니다”라며 “학교 차원에서 제도 개선이 몹시 필요하다”라고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는 “얼마나 절박하면 먼저 사겠다고 하나 싶고, 그걸 이용해서 파는 거 보면 화가 난다”, “이 와중에 돈 벌려는 사기꾼이 있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00과목 팔아요!” 1만원~15만원에 사고 파는 대학 강의…‘꿀 강의’는 경매하기도
△숭실대 에브리타임 게시물.

많은 학생들은 강의 거래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몇몇 학생들은 학교의 서버 증설이 없다면 강의 거래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교양 과목을 구매했던 정 씨는 “한 학기 400만 원이라는 등록금을 내고 여석도 안 열어주고 수강신청 서버도 불안정하다”라며 “마지막 방법인 강의 거래마저 막으면 듣고 싶은 강의를 들을 권리를 막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강 신청에서 4학년 비율 늘이고, 전체 여석 늘렸으면 … 학생들 요구 잇따라
수강 신청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는 전공 수업과, 교양 필수 강의의 여석 중 4학년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민형(가명·숭실대 신소재공학·4)씨는 “4학년은 수업을 신청하지 못할 경우, 졸업을 하지 못해 강제로 휴학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라며 “전체 정원에서 적어도 4학년의 비율의 여석 증원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정 씨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서버확충과, 학교 차원에서의 여석 증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교에서 서버 다운으로 인해 듣고 싶은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00과목 팔아요!” 1만원~15만원에 사고 파는 대학 강의…‘꿀 강의’는 경매하기도
△강의거래가 불만인 대학생의 게시글.

대학, ‘시간차 여석 개방’을 통해 강의 매매를 최대한 막고 있어
최근 많은 대학가는 강의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신청을 취소한 경우 바로 여석이 열리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열리게 하고 있다. 숭실대 총학생회는 “강의 매매에 대해 수업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님에도 금전 거래를 하는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라며, “학교 본부 또한 관련된 문제를 인지하고 시간차 여석 개방을 통해 강의 매매를 방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숭실대뿐만 아니라 고려대도 수강신청 거래에 대해 문제를 느껴 시간차 여석 개방을 도입했으며 적발 시 징계에 처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학의 징계 조치에도 여전히 강의 거래가 성행하고 있지만, 학부생 차원에서 강의 거래를 예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서채운 씨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에브리타임에서 강의 거래를 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라며, “교환의 형식으로 금전 거래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졸업’과 ‘취업’의 이유로 꼭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면, 금전 거래가 아닌 교환을 통해 얻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강의 매매뿐만 아니라 과제, 출석까지 금전으로 거래되고 있는 대학가. 학교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의 매매는 매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강의 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학교뿐만 아니라 학생 스스로도 개선의 의지를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