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16년 출범
마켓컬리·토스 등 1500곳 스타트업 가입···국내 스타트업 단체 중 가장 큰 규모
올해 출범 5주년 맞아 스타트업 성장 사업 진행 계획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애플, 구글, 텐센트, 알리바바 등 세계 시가총액 1위에서 10위 중 9곳이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기업입니다.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10곳 중 8곳이 자동차, 석유화학 등 100년이 넘은 기업들이었죠. 짧은 시간 동안 스타트업은 많은 변화와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도 그 변화에 발맞춰 나가야합니다.”

올해 출범 5주년을 맞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오로지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 및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출범부터 지금까지 코스포를 이끌고 있는 최성진 코스포 대표를 만나 스타트업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올해 출범 5주년을 맞은 코스포를 소개해 달라.
“저희는 순수 민간 사단법인으로 2016년 창업자들이 모여 만들었다. 현재 1500여 곳의 스타트업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으며, 다른 기관에 비해 젊다는 특징이 있다. 초대 의장이셨던 김봉진 의장도 40대 초반에 저희와 함께했고, 현재 공동의장을 맡고 계신 김슬아(마켓컬리 대표), 이승건(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의장께서는 30대다.(웃음) 무엇보다 저희의 역할은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정부나 국회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먼저 판단한다. 포럼의 홍보나 재정적으로만 도움이 되는 사업은 지양하는 편이다. 그건 초창기 때부터 세워놓은 원칙이다.”

작년에 단독 의장 체제에서 공동의장으로 바뀌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발족하면서부터 김봉진 의장께서 3년 간 맡아 주셨는데 경영일선에 있다 보니 혼자서 의장 역할을 맡기가 벅찼다. 최근 정부나 국회에서도 스타트업과 관련된 일에는 저희를 많이 찾아주셔서 의장의 역할이 커졌다. 그래서 작년부터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께서 공동의장직을 맡고 있다.”
△코스포 2017년 1차 포럼.
△코스포 2017년 1차 포럼.
△ 2018벤처창업페스티벌 창업가 패널토크세션(좌측 : 최성진 코스포 대표, 남성준 다자요 대표, 박승배 브랜뉴테크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 2018벤처창업페스티벌 창업가 패널토크세션(좌측 : 최성진 코스포 대표, 남성준 다자요 대표, 박승배 브랜뉴테크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스포 운영위원회 회의 (와룡동 노스테라스).
△스포 운영위원회 회의 (와룡동 노스테라스).
대표께서 2016년 코스포를 만드셨는데, 이유가 있나.
“2016년 발족할 당시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만 해도 VC의 갑질이나 규제에 관한 문제들이 많았다. 그래서 순수하게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생태계를 보다 발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창업자 몇 명이 모여 토론하고,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시작하게 됐다. 지금은 업종, 산업, 지역을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곳 중에서는 코스포가 가장 큰 단체로 성장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꼽자면.
“성과라고 하기엔 미비하지만 2018년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이후 스타트업에 가해지는 규제 샌드박스 등 100건 이상을 제안했다. 그 중 실제 개선된 사례는 20여 건 정도 된다. 코스포가 없었던 지난 정부에서는 100개 제안 중 5개 정도 채택된 것과 비교해보면 의미 있는 숫자라고 보여진다. 스타트업 대표나 종사하는 분들을 종종 만나면 저희에게 격한 감사를 아끼지 않으신다. 그럴 때면 보람을 느낀다.”
“강남 학부모가 자녀에게 창업시켜야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 되는 것”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구체적으로 개선된 대표 사례는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작년에 빈집재생 프로젝트인 ‘다자요’를 꼽을 수 있다. 다자요는 농어촌 빈집을 장기 임차한 뒤 리모델링 해 숙박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2019년에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관광숙박업에 근거해 주인의 거주 여부가 문제였다. 다자요의 빈집재생 취지와 맞지 않아 법 개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저희가 기획재정부에 개선안을 내고 여러 방면으로 법 개정을 요구한 결과 향후 농어촌 빈집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미 해외에선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비슷한 사업 모델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있었지만 국내에선 규제로 인해 할 수 없는 비즈니스였던 것이다.”

다자요의 경우 규제의 담을 뛰어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스타트업이 규제로 인해 힘들어하거나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선 우스갯소리로 스타트업 대표들은 교도소 담장위를 걸어 다닌다고 한다. 창업으로 시작했지만 자칫하면 범법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규제라는 게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십 수 년 전 만든 법이 현재 스타트업 아이템과 부딪히는 것들도 많다. 당시 법을 제정할 땐 이러한 아이템이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지만 합리적으로 보면 당연히 현재의 상황을 반영해야할 것 같은데, 그게 쉽지 않더라. 그래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분야에 법 전문가가 되곤 한다.”

코스포의 입장에선 풀어야할 규제가 많을 것 같다.
“그렇다. 그중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분야가 모빌리티다. 다들 아시겠지만 타다금지법이 대표적이다. 타다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고 제도적인 부분이 따라주지 않아 문을 닫은 경우가 많다. 정부가 2019년에 법 개정을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15개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모여 논의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현재 문을 닫았다.”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선 ‘사람·자본·기술·시장’ 4가지가 중요. 그 중 정부의 역할은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규제를 푸는 것”

“강남 학부모가 자녀에게 창업시켜야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 되는 것”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묶여있는 규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보통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분석할 때 사람·자본·기술·시장 4가지로 나뉜다. 그중 정부나 국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은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규제를 푸는 것이다. 글로벌 스타트업과 비교했을 때 아직 못 미치는 분야가 시장진입이기도 하다.”

규제로 인해 시장진입이 불가하거나 아예 창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나.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 창업을 시작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유는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은 성과를 원한다. 기업을 검증할 수 있는 성과가 있어야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제로 이렇다 할 성과가 없거나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간 스타트업에 투자가 꺼려지는 건 당연하다.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라도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는 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스타트업 100곳 중 한국에서 사업 가능한 스타트업은 60%···글로벌 시장에 비해 아직 기회의 크기가 작아”


해외와 비교했을 때 국내 규제가 까다로운 편인가.
“2019년부터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및 아산나눔재단과 공동으로 스타트업 코리아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2019년에 발간한 보고서 주제가 세계에서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100대 스타트업에 한국법을 적용하면 어떻게 되느냐였다. 100개 아이템 중 60%만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고, 나머지 40%는 아예 못하거나 할 순 있지만 제한되거나 규제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게 바로 기회의 크기다. 한국에서는 아직 스타트업의 기회 크기가 글로벌에 비해 작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정부를 시작으로 이번 정부도 청년들에게 창업 독려는 물론, 창업지원사업을 확대해왔다. 반면 규제가 풀리는 속도와는 반비례한다는 느낌도 든다.
“말씀하신대로 그게 바로 속도의 차이다. 지난 정부부터 스타트업과 관련된 정책이 발전하고는 있다. 이전 정부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각 지역마다 신설해 초기창업에 집중했고, 이번 정부에서는 스타트업의 스케일 업과 유니콘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는 엑싯(EXIT)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이번 정부 초기에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스템의 속도가 아직 만족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정부가 한국형 뉴딜을 선언했다. 그 방향성은 맞다고 보지만 그 중 온라인플랫폼과 관련된 새로운 규제안은 스타트업을 더욱 옥죄는 법안이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속적으로 정보를 보고해야하고, 광고 배열 등 알고리즘을 공개해야할 의무가 생긴다. 이 때 규제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스타트업의 경우 일반 기업보다 규제 비용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나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안 등이 지금까지의 정부정책 방향과는 배치된다는 점이다.”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유럽과 일본에는 비슷한 법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추진하려고 하는 법과는 아예 다르다. 유럽은 유럽 기업이 적용대상이 아니며, 일본은 특정 기업(글로벌 기업 등)에만 해당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매출액 100억원 이상, 거래액 1000억원 이상으로 정해져있다.”

그렇다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어떻게 바뀌어야한다고 보나.
“새로운 법안이기 때문에 입법이 시급하지 않다. 공정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법은 예방적 입법이기 때문에 당장 급하게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법을 만들어야 한다면 유럽이나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스타트업이 대상이 아니라 글로벌 또는 대기업에 해당될 수 있게 수정되어야 한다.”

한 해 1만 여개정도의 스타트업이 세상에 나오는데, IPO 엑싯은 1%가 채 안 된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스타트업이 엑싯을 하는 경우는 크게 IPO와 M&A 두 가지다. 물론 다른 사례도 있지만 긍정적인 방향은 이 두 가지다. 최근 쿠팡의 사례만 봐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IPO나 M&A를 했을 때 스타트업의 가치가 훨씬 높다. 우아한 형제들의 경우에도 딜리버리히어로와 5조4천억원의 가치 밸류로 딜을 했는데, 만약 국내 IPO로 추진했다면 3조원도 받기 힘들었을 거라는 게 업계 평가다. IPO의 목적은 기존 투자자에게 엑싯할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나가는 데 있다. 요즘 추세로는 IPO 이후에도 현재의 기업가치보다 더 높게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기업이 가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어려운 단계다. 이유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대부분의 OECD 국가에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미국은 별다른 규제가 없다. 이번에 쿠팡이 뉴욕 상장을 하면서 김범석 대표가 50배의 차등의결권을 행사했다. CEO의 한 표가 다른 주주의 50표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논의 중에 있지만 10배 정도 제한된 범위에서 발행해주겠다는 게 골자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이 국내 IPO를 해야 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본조달만 놓고 봐도 쿠팡은 뉴욕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가 아주 커졌다. 국내 IPO를 선택했다면 상상도 못했을 수치다.”

"우아한 형제들, 쿠팡···국내 스타트업이 국내 IPO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
해외시장보다 낮은 밸류, 경영상의 이점이 없다는 점이 가장 커"

“강남 학부모가 자녀에게 창업시켜야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 되는 것”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해외 스타트업의 차등의결권은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사항일 수 있겠다.
“맞다. 미국에서는 투자자들이 먼저 제안을 한다. 이유는 창업자가 IPO 이후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아예 몇 년간 CEO로서 일을 하게끔 주주들이 먼저 차등의결권을 제안하기도 한다. 국내 유니콘 기업이나 스타트업 CEO들도 미국 투자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최근에 많이 알게 됐다.”

그동안 ‘창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창업하기 좋은 나라인가.
“창업하기 좋은 나라는 사람·기술·자본·시장이 고르게 잘 받쳐주는 나라다. 우스갯소리로 진짜 창업하기 좋은 나라는 강남에 사는 학부모가 자녀에게 창업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2016년과 비교해보면 분명 창업환경이 더 좋아진 건 사실이다. 물론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있다. 그 중 시급한 건 스타트업 종사자와 국민들간 생각의 괴리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바라볼 땐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글로벌 M&A나 IPO이슈가 생기면 업계에서는 자기 일이 아니더라도 박수치며 환호하는 반면 국민들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스타트업이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분위기와 구조가 되어야 한다. 코스포의 미션 역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와 세상을 혁신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을 국민들에게 잘 알려드리는 역할도 우리의 몫이라 생각한다.”

올해 코스포의 계획이 있다면.
“올 9월에 앞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도약할 수 있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발전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유니콘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초기 스타트업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차등의결권 제도란?
보유한 지분율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