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창업해 대표자 놀이에 빠지는 건 위험해
창업은 긴 호흡으로 가는 장거리 마라톤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서지희 대학생 기자] 최근 청년들이 스타트업에 쏟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창업하기에 앞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창업 전문가 임은정 SACBIZ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 대표는 스타트업 강의, 심사, 멘토링을 하며 고객 맞춤 창업 코칭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스타트업협회장직을 겸임하고 있으며, 방송출연과 SNS를 통해 스타트업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어딜가나 창업이야기>라는 책에 공동저자로 참여해 창업에 대한 전문성을 드러냈다. 스타트업 길라잡이 역할을 도맡고 있는 임 대표에게 창업 시 고려해야 할 부분에 대해 물었다.
△임은정 SACBIZ 대표.
△임은정 SACBIZ 대표.
책 <어딜가나 창업이야기> 도서 발간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책 집필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은 생애 한 번은 창업을 생각하게 된다. 이에 대학원 진학 시 창업 관련 책을 발간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마침 기회가 와서 살펴보니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맞게 챕터 별로 나눠 쓸 수 있었다. 그중 온라인 마케팅을 집중 분석해 저술했다. 온라인이 필수인 시대에 온라인에 쌓인 콘텐츠나 기록은 향후 회사에 성과가 돼 돌아온다. 그만큼 경영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이론, 실전경험 둘 다 중요하나 특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들이 소중하다. 그로 인해서 얻고 배우는 것들이 아주 많다.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자양분인 경험을 드리고 싶었다.”

어떻게 창업을 시작했나.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경우다. 우선 일하는 분야 전문인력이 되기 위해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 몇 개씩 메일 리스트를 정해서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답변 오는 메일은 거의 없었다. 찾아가도 승산이 없자 그때부터 공부했던 마케팅 실무전략을 사용했다. 역으로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끔 하는 전략으로 바꾸자고 생각했다. 나중에 강연하게 되더라도 직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멘토링을 해야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 직접 온라인에 창업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홈페이지도 독학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몇몇 반응이 왔다.”
△임은정 대표가 방송에 출연해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임은정 대표가 방송에 출연해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전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아이템 선정과 기술개발 이전에 포지션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선 우리가 어느 포지션에 있는지 시장분석을 후 시장검증, 고객검증을 해야 한다. 과연 서비스나 제품이 고객의 어떤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가? 나의 불편함만 해소해 주는 아이템이나 서비스는 아닌지 꼭 생각해봐야 한다. 고객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완제품을 세상에 내놓겠다고 하면 그전에 MVP(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만을 토대로 빠르게 검증하는 과정), 고객검증, 피봇(시장에서 제품 반응이 없으면 비즈니스 모델 수정해 새로운 방안 찾는 과정)하라고 권하고 싶다. 생각한 서비스나 제품이 완성됐는데 막상 고객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면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지 못한다. 사업을 할 땐 그동안에 들어간 시간, 인력, 회계비용뿐만 아니라 기회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스타트업 경영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스타트업은 팀 형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만의 특성이 강하기에 대기업하고 비교할 수 없다.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회사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막상 일하면 한 명이 일당백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잠을 못 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알고 가야 한다. 또 인원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인사 문제로 힘들어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 사례도 꽤 봐왔다. 그렇기에 팀을 묶어둘 강력한 아이덴티티,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을 경영하면서 사내 아이덴티티를 직원들과 공유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이런 마음들이 하나가 돼야 조직이 커져도 단단하게 갈 수 있다.”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청년층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늘리고 있다. 또 지금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아 변화를 주는 서비스나 상품들도 스타트업으로 탄생된 게 많다. 이렇듯 스타트업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래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취업이 되지 않아서 ‘나도 창업 한번 해볼까’하고 취업 대안으로 창업을 생각하게 되는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다는 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본질은 준비가 덜 됐는데 겉모습만 보고 대표자 놀이에 빠지는 경우는 위험하다. 스타트업이 겉은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녹록지 않은 일이다. 시작하기 전에 철저한 준비와 검증을 동반하는 창업이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임은정 대표가 연세대에서 창업 강의를 하고 있다.
△임은정 대표가 연세대에서 창업 강의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만이 갖는 매력과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미 성장한 기업은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스스로 만들어간다. 그렇기에 다양한 업무를 주도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고, 그로 인해서 또 다른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또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구축해 나가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일에 애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보람은 정말 크다. 주체적인 삶, 젊음 거기에 열정이 더해진 게 스타트업의 매력과 장점이 아닐까 싶다.”

스타트업 경영을 꿈꾸는 (예비)창업자에게 조언 한 마디.
“창업가나 예비 창업가분들께 드리고 싶은 얘기는 간절함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타트업 일을 하고 이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간절함과 열정 덕분이었다. 간절함이 큰 사람은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밖에 없다. 그 간절함의 크기와 훗날 목표에 다다르는 정도는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생각해야 한다. 창업은 결국 긴 호흡으로 가는 장거리 마라톤이다.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녹록지 않은 길을 가는 스타트업 종사분들 깊은 마음으로 응원한다. 긍정의 힘으로 오늘도 잘 버티시길 바란다.”

zinysoul@hankyung.com
[사진 제공=임은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