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핀테크랩, 신규 입주 기업 신청 내달 4일까지···선발 규모는 20개사 내외
에잇퍼센트·팀블랙버드 등 라이징 유니콘 다수 입주···최대 2년 간 공간 및 멘토링·투자·해외IR 등 적극 지원
입주기업 대상으로 2020년 617억원 투자유치, 700억원 매출액 달성, 725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서울핀테크랩이 국내외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핀테크랩은 2018년 4월 마포 서울핀테크랩 개관을 시작으로 현재 총 93개 기업(자산관리 12개, 블록체인 11개, 보안/인증 8개 등), 956명이 입주해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허브로 성장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해 온 이곳은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617억원 투자유치, 700억원 매출액 달성, 725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기록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핀테크랩 내부 모습.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핀테크랩 내부 모습.
정부 정책에 발맞춰 핀테크산업 중심에 선 서울핀테크랩
서울핀테크랩은 국내 핀테크 산업의 성장과 함께하고 있다.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 추진과 더불어 관련 규제의 완화 및 등록절차 간소화 등에 힘입어 핀테크 기업 수는 매년 폭발적인 증가세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창립 당시인 2016년 4월 109개 회원사에서 올해 5월 기준 총 342개사로 5년 간 3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정부는 기존 금융 산업을 가로막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 탄생을 위해 2019년 4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제정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서울핀테크랩은 국내외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을 선발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 기업 중에는 미래 유니콘 기업이 다수 포진돼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중금리 대출 서비스기업 ‘에잇퍼센트’는 2019년 10월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해 2020년 4분기 매출액 104억원을 넘겼으며, P2B방식 금융플랫폼을 운영하는 ‘한국어음중개’는 작년 한 해 누적 투자액 80억원을 돌파했다.
핀테크 산업의 허브 ‘서울핀테크랩’에는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핀테크랩 내부 모습.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핀테크랩 내부 모습.
해외 진출 도와 국내 핀테크 기술 글로벌화 시킨다
서울핀테크랩의 강점 중 하나는 해외진출지원이다. 해외진출을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우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글로벌 사업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여기에 국내외 핀테크 관련 기관 및 대학 등과의 협업프로그램은 물론 해외 핀테크 전시회 참가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서울핀테크랩에서 지원하는 스타트업 중 12개사가 미국, 일본, 베트남 등 8개 국가로 진출했다. 대표기업으로는 머신러닝 및 그래프 분석을 활용해 해지펀드에게 필요한 블록체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팀블랙버드'(미국), 중소기업이 보유한 전자어음을 P2P금융을 통해 할인해주는 공급망 금융 플랫폼 ‘한국어음중개'(베트남)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기업도 이곳에 입주해 있다. 다중통화결제 및 주식거래 시스템을 제공하는 싱가포르 기업 ‘엠닥(MDAQ)’을 비롯해 머신러닝 기반 투자 솔루션 개발사 ‘엑스퀸트(Xquant, 홍콩)’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핀테크랩은 이를 기반으로 2022년까지 △150개 기업 입주 △500억원 투자 유치 △50개 기업 해외진출 △유니콘 기업 1개사 배출 등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최대 2년 간 공간 제공, 교육·멘토링 및 투자·해외IR 적극 지원
올해도 서울핀테크랩은 20개사 내외의 신규 입주기업을 모집한다. 입주 기업에는 최대 2년 간 사무공간을 제공하며, 액셀러레이팅 전문 운영사를 통해 교육·멘토링, 국내외 금융기관 네트워킹, 투자유치 컨설팅, 해외IR 등 기업 성장단계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모집 대상은 핀테크 분야에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및 아이템을 보유한 7년 또는 3년 이내 국내외 창업 기업으로 유형1과 유형2로 나뉜다. 유형1은 △창업 7년 이내 △1억원 이상 투자 유치 실적 △최근 3년간 누적매출액 1억원 이상 △직원 5인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춘 스타트업이다. 유형2는 △창업 3년 이내 △직원 5인 미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유형2는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에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작년부터 추가됐다. 신청기간은 6월 4일까지이며, 입주를 원하는 기업은 서울핀테크랩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


[서울핀테크랩 입주기업] 잠자는 주식으로 수익 챙긴다···국내 주식대차거래시장 물꼬 트는 ‘디렉셔널’ 이윤정 디렉셔널 대표
△이윤정 디렉셔널 대표.
△이윤정 디렉셔널 대표.


“디렉셔널은 누구나 주식을 빌려주고, 타인의 주식을 빌려서 롱숏 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잠자고 있는 주식을 활용해 수익을 만들고,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들에게도 공평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게 저희 취지죠. 투명하고 중립적인 플랫폼은 중간브로커 없는 직거래를 통해 중개 마진을 대폭 줄이는 구조입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 1호 선정기업인 디렉셔널은 개인투자자가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주식 대차거래 플랫폼 개발사다. 이윤정 디렉셔널 대표는 2004년 증권사에 입사해 16년 간 홍콩을 주 무대로 에쿼티 세일즈(Equity Sales)를 담당해왔다. 2017년 블록체인 붐이 일던 시절, 이 대표는 블록체인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창업에 대한 불씨를 키웠다.

“십 수 년 간 증권사에서 일하면서 좀 더 밸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2017년 블록체인 붐이 일어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자본시장에 변화를 일으켜 보고 싶었어요. 자본시장은 규제의 벽이 높기 때문에 규제 리서치를 먼저 시작했고, 때마침 혁신금융서비스제도가 시도돼 신청, 허가 절차를 거쳐 창업이 본격화됐죠.”
핀테크 산업의 허브 ‘서울핀테크랩’에는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해외에 비해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반면 기관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의 기회는 적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린다. 그중 차별이 가장 높은 분야가 주식대차거래다. 해외의 경우 공매도가 큰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공매도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되지만 한국은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불공평한 투자시장을 바로 잡기 위해 ‘디렉셔널’을 개발, 주식대차거래에 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디렉셔널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계약을 통해 차입자에 빌려주고 대차수수료를 얻는 방식이다. 차입자에 담보를 받아 신용리스크를 없앴다. 하지만 국내에선 주식대차거래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창업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차거래는 증권사를 통해서만 해야만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관련 규정 자체가 없다보니 법리 검토부터가 시작이었다. 2019년 신한금융투자와 ‘주식대차 지원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20년 3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공매도 거래가 금지돼 서비스가 중단됐다.

“작년 3월에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타격이 컸어요. 지금도 온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창업 이후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서울핀테크랩에서 공간뿐만 아니라 여러 지원을 해주셔서 든든해요. 무엇보다 한국은 주식대차시장이 초기라 극복해야할 어려움이 많지만 디렉셔널의 서비스를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경험할 수 있게 알리는 게 우선입니다.”

[서울핀테크랩 입주기업] ‘월스트리트도 활용하는 서비스’ 근거 있는 데이터로 암호화폐 시장 점령하는 ‘크립토퀀트’ 주기영 팀블랙버드 대표
△주기영 팀블랙버드 대표.
△주기영 팀블랙버드 대표.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암호화폐 투자는 MZ세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관심도가 급증하면서 어떻게 하면 투자를 잘 할 수 있을지, 신뢰할만한 투자 데이터는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됐다. 주기영 팀블랙버드 대표는 2017년 포항공대 블록체인 학회 Planet B를 설립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술 연구를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블록체인 데이터 서비스 ‘크립토퀀트’를 런칭했다. 크립토퀀트는 근거 있는 투자를 위한 데이터 플랫폼이다. 암호화폐 투자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차트 및 알람, 데이터 API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잖아요. 저희는 그 근거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인데요. 저희가 만든 근거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애널리스트들을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죠.”

특히 팀블랙버드에서 자체 개발한 자동 암호화폐 계좌 식별 기술로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래프 분석 기술과 머신러닝 모델을 접목해 투자에 필요한 데이터를 비롯해 암호화폐 관련 범죄수사에 필요한 데이터도 찾아낼 수 있다. 주 대표가 개발한 암호화폐 불법자금추적 솔루션은 얼마 전 이슈가 된 n번방의 주요 인물 검거에 한몫하기도 했다.

“암호화폐는 하루에 60조원이 거래되는데, 그 중 97%가 암호화폐 밖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처음엔 불법자금추적을 위해 기술을 개발했는데, 하다 보니 트레이닝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죠. 저희 기술을 통해 n번방의 핵심인물인 박사방의 자금 추적을 도와 검거에 일조하기도 했고요.”
핀테크 산업의 허브 ‘서울핀테크랩’에는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크립토퀀트 서비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이미 주목을 먼저 받았다. 특히 글로벌 자산운용 기관인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피델리티 출신의 애널리스트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여기에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를 비롯해 블룸버그, 포브스 등에서도 크립토퀀트가 분석한 정보를 매주 인용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로 뻗어나가는 팀블랙버드는 현재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해 지원을 받고 있다.

“서울핀테크랩은 감사한 곳이죠. 공간은 물론, 퀄리티 높은 멘토링 교육 등을 지원받고 있으니까요. 사실 다른 곳에서의 멘토링 교육은 내용에 한계가 있는데, 서울핀테크랩은 퀄리티가 남다르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교육이 있는 날이면 전직원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팀블랙버드는 해시드, 갤럭시 인터렉티브를 통해 프리A라운드 30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주 대표는 “블룸버그나 톰슨로이터처럼 암호화폐 시장에서 대표적인 투자 정보 큐레이션 플랫폼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매월 20%씩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100만 회원을 만들어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