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보니 또 스타트업에 있는 나를 발견하다
![‘도대체 왜’ 나는 또 스타트업을 선택했을까 [스타트업 5년차의 생존일지]](https://img.hankyung.com/photo/202111/01.28030222.1.jpg)
정말 오랜만에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그러니까 6년 전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읽어봤다. 뭘 하겠다고는 하는데 그렇다고 간절함도 없는 진부한 표현의 변주에 왜 서류부터 탈락했는지 잘 알 것 같았다.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가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었으니 결과가 좋을 리가 없었다. 취업이라는 큰 태스크를 빠르게 끝내고 싶었던 것뿐이지, 특정한 업무를 정말 미친 듯이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학부 생활을 하며 경험한 프로젝트, 강연 기획의 기회가 이후 직무 선택에 큰 영향을 줬기 때문에 내가 주체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직무들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안타깝게도 규모가 있는 기업의 채용 공고에서는 내가 원하는 직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들어본 질문이 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된 계기 혹은 동기에 관한 질문. 굳이 왜 스타트업으로 갔냐는 질문. 각자 답은 다르고, 이유에 대해 헤아릴 수 없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스타트업은 솔직히 혹독한 업무강도와 외로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카오스와 같은 곳 아닌가. 어떤 팀은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혁신을 막는 규제와 싸우고 있고, 또 어떤 팀은 오랫동안 견고하게 자리 잡은 시스템의 레거시와 싸우는 중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팀 또한 셀 수 없이 많다. 각자 스타트업에 합류한 이유는 다르지만 다들 두 눈을 반짝이며 문제를 해결한다.
‘시장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개인과 조직이 동시에 성장하고, 이런 경험을 나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현장에는 어떻게든 이슈를 효율적으로 해결해보려는 사람들이 매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사족을 붙이면, 때로는 비효율과도 싸워야 할 때도 많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 배우고, 개선하는 맛에 회사에 다닌다. 일 잘하는 동료 덕분에 나도 더 좋은 동료가 되고 싶다는 건강한 피어 프레셔 (peer pressure),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몰입한 뒤 해결했을 때 나오는 도파민, 개인의 회고와 피드백을 통한 고속 성장은 스타트업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솔직히 다신 스타트업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눈 뜨고 보니 나는 또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
심민경 씨는 어쩌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어 스타트업 문화에 빠진 5년차 직장인. 현재 라이브커머스 회사 그립컴퍼니에서 사업개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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