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22학번 신입생, 스타트업 인턴 되다

[한경잡앤조이=이치우 레드브릭 인턴사원] 열아홉, 사람들에게 중요한 순간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나이다. 안타깝게도 공부와는 인연이 없던 나는 이 중요한 시간을 나만의 방법으로 보내기로 결심했고, 하고 싶었던 게임 개발과 관련된 공모전을 찾아봤다.지금까지 혼자 개발하던 것과는 다르게 공모전 수상 등의 눈으로 보이는 결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모전을 찾다가 평소 눈 여겨 보고 있던 소프트웨어 개발 엔진 플랫폼 기업에서 재미있는 챌린지를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2021년 10월에 개최한 레드브릭 지스타 챌린지였다. 단순히 상금만이 아니라 국내 최대 게임 박람회인 지스타 행사에 내가 만든 게임을 전시할 수 있는 공모전이었고,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나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공모전 마감이 수능 2주 전, 그리고 수시 면접 다음날이라는 건 큰 문제였지만. 고3 생활 끝자락, 꽤나 무모한 도전을 선택했다.
고3, 수능 2주 전 사고치고 말았다 [열아홉, 떡잎부터 남다른 나는 ‘보리’]
△지스타2021 레드브릭 부스 내 전시된 이치우 씨의 출품작.
△지스타2021 레드브릭 부스 내 전시된 이치우 씨의 출품작.
면접과 공모전 준비로 게임을 기획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고민 끝에 예전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종의 점프게임인데,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맵이 바뀌는 기믹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고양이가 보는 대로’다. 고양이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좌우에 배치된 맵의 타일이 변해 퍼즐을 클리어하는 게임이다.

내가 살아 온 19년치의 운을 한번에 몰아서 쓴 걸까. 수시 면접 합격과 함께 레드브릭 지스타 챌린지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나중에 레드브릭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한 게임에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더해 기발한 콘텐츠를 만든 점이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고 한다. 공모전 부상이었던 지스타2021 행사 초대권을 가지고 부산을 찾았다. 그곳에서 유명 게임사의 게임들과 함께 내 작품이 전시돼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행사장에서 만난 레드브릭 대표님께서 “나중에 인턴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라며 명함을 건네셨다. 대표님의 명함을 손에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어떻게 연락하면 좋을지, 대학 진학도 안 한 상태에서 회사에 들어가 뭘 할 수 있을지, 심지어 문자를 보낼지 전화를 할지도 고민거리였다. 공모전 결심보다 오래 걸린 것 같다. 다행히 대표님께서 흔쾌히 전화를 받아 주셨고, 비대면으로 면접을 봤다.

면접 통과와 함께 미션이 주어졌다. 영어 이름 짓기였다. 레드브릭은 직책과 관계 없이 서로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평범하게 학교생활만 했던 나에게 당황스러운 미션이었다. 사실 면접 때도 면접관 분들이 자신들을 ‘k’, ‘albert’라고 영어 이름으로 소개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멋있는 이름을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공모전 때 사용했던 이름으로 정했다. ‘보리(bori)’. 별다른 뜻은 없고 게임을 만들 때 보리차를 많이 마셔서 보리로 닉네임을 붙였다.

회사에 ‘bori’라고 답했더니 직원 분들이 웃었다. 그렇게 나는 현재 레드브릭 인턴 ‘bori’로 일하고 있다. 대학교 입학 전까지 2개월 간의 짧은 회사생활이지만 특별한 경험 중이다. 이 정도면 어른들이 말하는 중요한 시간을 나름대로 잘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치우 레드브릭 인턴사원.
△이치우 레드브릭 인턴사원.
이치우 씨는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스무살 예비 대학생으로, 고등학교 3학년 재학 당시 참가한 게임 개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대학교 입학 전, 약 2개월간 대회 주최 측인 레드브릭 오리지널팀의 인턴으로 재직하며 레드브릭만의 특색 있는 게임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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